20. 죽음

린이는 화장실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나 봅니다
똥을 누고 나오면 꼭 무슨 얘기든 하나는 끄집어 내놓습니다

얼마 전에도 역시 그랬습니다


"엄마, 내가 이십살 되면 엄마는 칠십삼이 되지?"


화장실에 앉아 자신의 나이가 스물이 되면 엄마가 몇살이 되는지 생각한 모양입니다.


"땡!"


"아, 아, 아 엄마가 육십삼이 되네. 히히히.

그럼 엄마, 내가 오십이 되면 엄마는.. 구십삼."


"맞아, 린이가 오십이 되면 엄마는 구십삼이 되지."


"엄마는 그 때까지 있고 싶어?" (살고 싶냐는 뜻임)


"그럼 ! 그때까지 린이 계속 보고 살 수 있으면 좋지.
근데 그때 되면 엄마가 혼자서 걷기 힘들 수도 있고 밥도 혼자 못해 먹을 수도 있어서

엄마가 그 때까지 살면 린이가 엄마 돌보느라 힘들걸."


"엄마는 힘든 게 더 힘들겠어 아니면 엄마를 안 보는(못 본다는 뜻임) 게 더 힘들겠어?"


린이는 이렇게 툭 제게 공을 잘 던집니다.


"음... 엄마를 못 보는 게 더 힘들겠지."


"나도 그래.
그런데 엄마, 사람이 안 죽는 게 좋을까 죽는 게 좋을까?"


우리는 그렇게 죽는 게 좋을 지 안 죽는 게 좋을 지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또 하루는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같은 반 한국 친구 현서가 방학에 한국에 갔습니다. 그런데 인천공항에서 감염여부 검사를 받았을 때 너무 아팠다고 하자 한국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예음이라는 친구는 검사가 무서워 한국가는 얘기를 더 안 하다고 합니다

예음이 엄마에게 들은 그 이야기를 린이에게 전하자 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는 아픈 거는 괜찮아. 죽는 거는 아니니까."


린이는 아직 아프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잘 모릅니다.


"사람이 많이 많이 아프고 오래 오래 아프면 린아, 죽을 수도 있어."


"그래도 엄마, 나는 아픈 거는 참을 수 있어."


"맞아, 우리 린이는 아픈 거 잘 참아! (사실 린이는 아픈 거 진짜 못 참는데 ㅎㅎㅎ)

린아... 사람이 죽을 때를 알면 어떨까?"


"엄마는 어떨거 같애?"


"음... 나는 그냥 모르고 살고 싶어. 왜냐하면 언젠가는 죽을 거니까."


"나는 알면 좋겠어.

만약에 내가 코로나에 걸려 죽는다고 하면 밖에 안 나가면 되잖아.

또 차 사고가 나서 죽게 될거라고 하면 밖에 안 나가고 집에만 있으면 되고."


"그러면 린이는 안 죽으려고 맨날 집에서만 있어야겠네."




아홉살 아이 린이는 모든 것은 죽는다는 걸 이젠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죽음이 어떻게 오고 언제 오는 지 모릅니다.

그건 사실 오십 일 년을 산 저도 모르고 팔순을 막 넘기신 우리 어머니도 모르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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