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코로나 일지 3

돌아오는 사람들

2020. 7. 17



1.


여기서는 망고를 '압'이라고 부른다.


"압 카니호?" 망고 먹을래?


이젠 나도 '망고'보다는 '압'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한창일 때는 주먹보다 큰 거 세네 개가 우리 돈으로 500원 정도까지 내려간다.

그러다가 우기가 길어지고 끝물에 이르면 2천원까지 올라가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어제는 1키로에 1,500원이었는데 4,000원어치를 샀더니 열 두 개였다.

먼저 양쪽을 잘라 바둑판 모양으로 살을 오려 낸 다음 씨에 붙어 있는 살까지 발라내면

마치 갑오징어 뼈같은 도톰하고 하얀 씨 '꼬야'만 남는다.


누구는 그 씨를 마당에 던져 놓았더니 망고 나무로 자랐다고도 했다.


망고에 들어 있는 그 뼈같은 씨는 '꼬야'라 하고 옥수수를 다 따먹고 남는 깡은 '코야'라고 한다

꼬야 코야, 낱말들이 재미있다.


오늘은 싸운이라는 달의 둘쨋날이다. 여긴 네팔력이 따로 있어 보통 사월 중순에 새해가 시작된다.

새해가 시작되는 그 첫달의 이름은 버이삭이고 다음은 제트, 어살, 싸운, 버더우, 어소즈이다. 우리의 시월에서 십일월 중순쯤 되는 때가 까띡인데 대부분 이 때가 네팔의 가장 큰 명절인 더서이가 있다. 그 다음 달인 멍실은 결혼을 많이 하는 달이다. 가을 걷이가 끝나 먹거리가 넉넉하고 한가한 가을 끝무렵에 결혼을 많이 하는 건 우리나라나 여기나 비슷하다. 남은 넉 달의 이름은 뿌스, 막, 파군, 쩌이떠인데 나는 아직도 아무런 규칙도 없어 보이는 이 열두달의 이름을 순서대로 못 외우고 있다.


어소즈 달이 끝나고 어제부터 싸운이 시작되면서 텔레비전에서는 붉은 팔찌를 한 여성들이 많이 나왔다. 여기 여성들은 플라스틱으로 된 가늘고 동그란 팔찌를 여러개 겹쳐서 끼는데 싸운 달에는 빨간색이나 초록색을 낀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이 달 내내 고기를 먹지 않기도 한다. 종교와 생활이 늘 함께 하는 힌두교는 내 눈엔 사소한 일들이 많아 좀 복잡하게도 보인다.


지난 달에는 비가 거의 매일 내렸고 여기도 산사태가 나서 산이 무너지고 나무가 꺾이고 집도 파묻히고

사람이랑 동물들도 많이 죽고 다쳤다. 우기가 끝나려면 아직 두 달은 더 지나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카트만두랑 다른 지역의 바이러스 감염자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한 달 내내 사오백명을 기록하던 1일 감염자가 요샌 백명 초반대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상 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운송업이나 서비스업 관련자들의 상황이 많이 나빠졌다.

버스 업자들은 은행대출을 얻어 산 버스를 마냥 세워 놓은 채 넉 달을 보내고 오늘 드디어

손님들을 태우기 시작한다는데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모르겠다.



2.


옆집 제이슨이 오늘 아침부터 린이를 불러 제꼈다.


"린, 오늘부터 나 온라인 수업이 없어. 좀 있다가 부를 테니 우리집에 놀러와."

"알겠어. 내가 언제 가면 돼?"

"좀 있다가 내가 부를게."


요새 윗니가 흔들려 망고잼을 듬뿍 바른 식빵도 잘 못 베어 먹는 린이가 먹던 빵을 다시 들며 말했다.


"엄마, 저렇게 말하는 제이슨이 좀 신나보였어!"


온라인 수업마저 없는 매일매일이 아이들에게 마냥 신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듣기론 친구들을 잘 못 만나고 집에만 있게 되면서 아이들 정서도 많이 불안하다고 했다.


사립학교 연합회에서 온라인 수업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더니 오늘부터 바로 수업이 끊기는 모양이다.

이렇게 학교들도 제각각 진행하던 온라인 수업이 오늘부터 중단 되는 등 우여와 곡절이 많은 세월을 겪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니 수업비를 못 내겠다고 하고 학교는 수업비를 못 받으면 교사들 월급을 못 주는 상황이 생기면서 어려움이 클 것이다. 사립학교 연합회에서 정부측에 온라인 수업 운영 비용 충당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는데 안 받아들여졌다고 들었다.

여긴 사립학교가 대부분이고 운영비를 학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학교도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3.


전화기의 연결음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책이 계속 나온다.

밖에 나갔다 오면 손을 자주자주 씻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엔 가지 마시고 서로 이미터 간격을 유지하고 ....


코 로 나....

'멕시코를 대표하는 맥주. 투명한 병에 담겨 맥주의 금빛 자태를 관찰할 수 있다는 마케팅 요소로 유명하다. 병 입구에 라임이나 레몬 등을 꽂아서 마시는 방법으로도 잘 알려진 맥주이다. 깨끗하고 깔끔하며 소량의 곡물 맛이 난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코로나의 다른 뜻이다.


내가 참 좋아했던 맥주 이름이기도 한 코로나.


어제까지 네팔의 총 확진자 수는 17,344명이며 사망자는 39명, 완치자 11,249명, 집중치료 6,056명

총 PCR테스트는 303,810건이다. 요새 1일 테스트량은 약 5천건 정도이다.

어제 하루 네팔의 총 확진자는 167명이었고 그 중 카트만두는 1명이 확진되었다.

현재까지 카트만두 지역의 총 확진자는 350명 정도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비행기 소리가 났는데 아마도 계속 네팔 사람들을 데려 오고 있는 모양이다.

여러 나라에 나가 있는 네팔 사람들 중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어 네팔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사정들이다.


나도 한국에 가면 마음이 더 편하긴 할 거 같다.

내 나라고 내 나라 말로 병원에 갈 수도 있고, 저 비행기를 타고 오는 네팔리들도 만감이 교차하겠지만

그래도 공항에 내려 네팔의 내음을 맡으면 기분이 좋겠지!


우리동네 아이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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