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부록 2
나는 광고 업계에서 14년을,
마케팅까지 합치면 16년째 일하고 있다.
하지만 광고 천재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창의적인 건 ‘제로’에 가까웠다.
초반에는 정말 많이 혼났다.
광고 동아리 출신 동기들은
화려한 PPT에 아이디어로 무장해 있었고,
나는 “너의 PPT는 뭐냐”는 말을 들으며
밤새 만든 슬라이드를 부끄러워하곤 했다.
사실, 정외과 치고는 꽤 잘하는 편이었는데 말이다.
광고회사 안에서도 더 기획 중심의 회사로 옮기니
‘광고 천재’들과의 거리감은 더 커졌다.
그들은 마치 머릿속에서 매번 번쩍이는 전구를 꺼내는 것 같았다.
회의 시간마다 나는 준비한 걸 발표하자마자
얼른 노트북을 덮었다.
내 생각이 하찮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말해줄 수 있다면,
“그럴 필요 하나도 없어.
모든 생각은 소중해.”
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그땐 몰랐다.
누군가의 ‘대단한 한 방’보다
매일 조금씩 쌓이는 경험이
훨씬 멀리 데려다준다는 걸.
심지어 어느 날엔 이런 말도 들었다.
“너는 생각이라는 걸 하니?”
그 말을 듣고 울었다.
정말 내가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일까?
내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될까?
그 시절은 그런 질문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때 내가 우러러보던 ‘광고 천재’들은
이제 대부분 이 업계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업과 멀어진 일을 하고 있다.
그 반면, 나는 여전히 현업에 남아 있다.
수많은 캠페인과 브랜드, 전략과 리포트 사이에서
여전히 나의 일을 하고 있다.
아이러니하지 않나?
돌이켜보면, 나는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냥 ‘계속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계속함’이 결국 나를 지탱했다.
이제는 안다.
일 잘하는 사람보다, 오래 일하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
천재성보다 중요한 건
버티는 법, 회복하는 법, 그리고 흥미를 잃지 않는 법이다.
〰️불혹의 부록 법칙:
재능은 한순간을 빛내지만, 꾸준함은 인생을 밝힌다.
오래 한다는 건, 결국 나를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