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부록 1
불혹이 된 지금, 나는 내 일에 꽤 만족하고 있다.
매일이 완벽하진 않지만, 적어도 “이 길이 내 길이구나” 싶은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 길을 찾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지금 돌아보면, 한 단계 한 단계가 다 이어져 있었다.
나는 원래 외교관이 되고 싶었다.
중학교 때 외국에서 돌아온 이후로,
늘 ‘다시 나가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 살았다.
그래서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큰 일, 그런 걸 해야 한다고 믿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늘 행사 준비, 문구 쓰기, 영상 기획 같은 걸 더 재밌어했다.
과대표로 뛰어다니며 포스터를 만들고, 홍보문구를 붙이던 그 시절의 내가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광고하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광고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진심으로 되물었다.
“광고? 그게 뭐 하는 건데?”
그때는 전혀 몰랐다.
그런데 졸업식 영상을 만들 때 영어 자막을 달았던 일이 있었다.
교감 선생님이 그걸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넌 훌륭한 카피라이터가 될 거야.”
그땐 그냥 ‘라임 맞춘 거’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내 첫 ‘사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뒤로 광고회사에 들어가 14년을 보냈다.
기획서와 프레젠테이션, 수많은 클라이언트의 이름들.
그리고 지금은 마케팅 전략 일을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좋아하는 일’을 알고 시작한 건 아니다.
그냥 눈앞의 일에 몰입하다 보니, 그게 내 길이 되어 있었다.
좋아하는 일은 처음부터 찾는 게 아니라, 쌓아가며 알아가는 것 같았다.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건 나랑 안 맞는다’
‘이건 이상하게 재밌다’ 그런 감각을 조금씩 모아왔다.
그게 내 커리어의 방향을 만들어줬다.
지금, 불혹의 부록에 적는 한 줄
좋아하는 일을 찾는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제는 서두르지 않는다.
본문은 이미 충분히 썼으니까,
이제는 내가 덧붙이고 싶은 부록을 써 내려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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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은 ‘발견’이 아니라 ‘해석’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새롭게 해석할 때, 거기서 좋아함이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