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과 브랜드 세계관의 사이에서

디테일의 차이

by 뭉차


브랜딩과 브랜드 세계관 사이에서

브랜드에 대해 고민한 지 어느덧 16년째다.

글로벌 브랜드부터 국내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담당했지만,

아직도 ‘좋은 브랜딩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브랜드를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어떤 브랜드를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방향성과

그 실행을 뒷받침할 여러 방법을 늘 고민한다.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나는 과거 삼성의 Do What You Can’t 정신을 알리기 위해 여러 활동을 했지만,

그 문장이 아직 JUST DO IT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되진 않았다.

결국 아무리 완벽한 가이드라인과 톤 앤 매너를 갖추더라도

사람이 느끼지 못하면, 브랜드는 말뿐인 약속이 되는 게 아닐까?


브랜드 세계관이라는 단어를 만나다


얼마 전 회사에서 일본 브랜드 빔즈(Beams)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도이지 히로시 님의 강연을 들었다.

수많은 브랜드 케이스가 소개되었지만,

내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은 단어는 바로 ‘브랜드 세계관’이었다.

그가 말한 세계관은 장표 속 문장이나 철학적 구호가 아니었다.

실제 빔즈의 매장, 직원, 콘텐츠, 그리고 고객 경험 전반에

그 세계관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강연이 끝난 뒤, 나는 물었다.


“수많은 브랜드가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지만,
정작 브랜드 세계관은 형성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의 대답은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조직원들이 스스로 그 세계관을 믿고 행동할 때,
비로소 브랜드의 세계관이 만들어집니다.
매장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어도,
그 안의 철학이 같다면 그것이 진짜 세계관이죠.”



세계관은 내부에서 출발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빔즈가 임직원의 생활 취향을 담은 책을 직접 출간했다는 점이었다.

직원 각자가 자신만의 취향을 회사와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그 취향이 브랜드의 문화가 된다.

이건 단순한 사내 복지가 아니라,

개인의 세계관이 모여 하나의 브랜드를 만든다’는 확신의 증거가 아닐까?



브랜딩 vs 세계관


‘브랜딩’이 브랜드의 언어와 디자인을 통일하는 일이라면,

‘브랜드 세계관’은 그 언어와 디자인이 어디서 비롯되었는가를 설명하는 서사다.


나이키의 JUST DO IT은 슬로건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운동할 자격이 있다”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그들의 캠페인은 늘 기록보다 ‘도전’을 이야기한다.

이 철학이 바로 세계관이다.



나아가며


많은 기업들의 브랜딩은 여전히 ‘결과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소비자의 인식을 단기간에 바꾸기 위해

슬로건, 캠페인, 비주얼에 집중하지만

정작 ‘우리 직원들이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대화는 부족하다.


결국 브랜드란, 사람들이 모여 믿는 하나의 신념 체계다. 그 신념이 진짜일 때, 브랜딩은 ‘연출’이 아니라 ‘문화’가 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진짜를 만드는 일’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