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회사원도 아닌 시간에 나를 다시 만드는 법
작년에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했다.
돌아와 보니 조직이 없어져 있었다.
새로운 팀에 투입됐고, 모든 게 낯설었다.
집에서는 엄마였고, 회사에서는 새 사람이었다.
어디서도 완전히 편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때 시작했다.
출근 전 카페에 혼자 앉아 뭔가를 그리는 것.
딱 20분.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아침에 30분 일찍 나와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손이 가는 대로 그렸다.
잘 그려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보여줄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이 20분이 꽤 도움이 됐다.
육아도, 일도 잠깐 잊고
그냥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
아무것도 잘해야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렇게 일 년이 쌓였다.
그림들이 모이자
인스타그램에 나만의 색깔이 생겼다.
그 그림으로 컵과 포스트카드, 에코백, 모자도 만들어봤다.
처음엔 그냥 아침 루틴이었는데
어느새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가 됐다.
그리고 이상하게,
커리어적으로 늘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던 갈증도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
시장 가치가 올랐냐고?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매일 아침
그 20분만큼은 온전히 나다운 시간이라서
나는 계속하고 있다.
아마 이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오래 이어지는 프로젝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된 출근 전 20분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시간을 만들어주고 있는지
앞으로 천천히 기록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