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포스트 승인을 시작으로

나는야 프로 취미러, 하지만 제로 세팅 중 - 네 번째

by 문하현

고등학교 졸업식 날,

늘 그래왔듯이 1등으로 등교했다. 교무실에 들어가 한쪽 벽에 놓인 열쇠꾸러미에서 3반 열쇠를 찾아 교실의 문을 열었다. 짧다면 짧은 방학 기간 동안 교실의 창문은 열리지 않았던 것인지 쾌쾌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미간을 찌푸리며 책상에 가방을 대충 던져놨다.



졸업식이지만 가방을 챙겨 온 것은 그동안 사물함에 넣어둔 책들을 담아가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사물함을 연 순간 얼어버렸다. 그 속엔 내 것이 아닌, 그림 동화책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무런 메모도 남겨져 있지 않은 그림 동화책 하나를 품에 안고, 아무도 오지 않은 교실 안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수능을 망친 나의 절망을 누군가 위로하는 것마냥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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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은 줄곧 나에게 위로가 됐다.

출판사업을 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책은 늘 가까이에 있었다. 방학숙제로 그림일기를 써가는 일은 잘하지 못했음에도, 책과 가깝다보니 글을 쓰는 것도 남들보다는 빨랐지 싶다.




덕분에 나는 몇 가지의 생산적인 일들에 기여할 수 있었다.

대학교 시절 독후감을 써서 입상을 탔는데, 그 경력 덕에 어떤 업체의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글을 대행하고 써주는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런 노하우가 쌓여갈 때쯤 남의 글이 아닌 나의 일상을 소소하게나마 작성하고 싶어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렇게 블로그를 개설한 지 3개월 만에 애드포스트 승인이 났다.



스크린샷 2025-09-11 오전 9.31.43.png 3개월 만에 애드포스트 승인 완료!
스크린샷 2025-09-11 오전 9.32.49.png 매우 적은 수지만 나름 높아지고 있는 방문자수


그렇게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이 어느덧 습관이 되었다. 취미에서 습관이 되자, 되려 독서에 야박해졌다.

책을 읽다가 만 것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책을 읽고 있냐 물어볼 때마다 마음이 떨렸다.


'제발 자세히 물어보지 마세요..끝까지 안 읽었으니까요...'




자이가르닉 효과



1920년대 러시아의 심리학자인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은 카페에서 한 가지 사실을 관찰했다. 카페 종업원이 계산이 끝나지 않은 주문은 기억하면서도 계산이 끝나버린 주문은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이었다. 이 관찰을 토대로 만들어진 효과를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 한다.


사람은 완성되지 않은 어떤 미완성 과제에 좀 더 집중하게 되는데, 이 미완성은 긴장감을 불러오기 때문에 뇌가 이를 해소하고자 더욱 잘 기억하게 된다는 그런 논리이다.



그리고 나는 이 자이가르닉 효과에 지배된 게 분명했다.


다 보지 않은 책,

미처 완성하지 못한 소설과 여러 글들,

아이디어만 짜놓고 실행하지 못한 컨텐츠들,

허무맹랑해 보이는 큰 계획들까지.



미완성된 것이 너무 많았다. 그것은 나를 늘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덜컥 애드포스트 승인이 난 것이다. 그렇게 완벽하지도 않고, 완성되지 않은 많은 글들이 빠르게 인터넷망을 타고 공개되었다.



그렇게 미완성이 완성 되었다.



미완성은 언제나 '가능성'이란 공간을 가져다주는데, 그 가능성이 어설퍼도 완성의 길에 데려다준다.

이미 미완성을 인지한 그 순간부터 그것은 완성으로의 길에 입성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완성도 완성이다.








[1] 추후 N블로그 애드포스트 승인 과정과 콘텐츠 제작 팁을 다뤄볼 예정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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