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나는 프로취미러

나는야 프로취미러, 하지만 제로 세팅 중

by 문하현




하계 올림픽을 시작한 어느 뜨거웠던 해에 나는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올림픽이 내게 주는 큰 감흥이 없었음에도 한 가지 종목은 꼭 보았는데, 수영이었다. 물을 너무나도 무서워하고 좋아하지 않던 내게 수영은 내 삶의 바운더리를 넓혀준 의미 있는 취미였다. 바다에 가서 수영을 할 때에도 더 이상 파도가 두렵지 않았다.



수영-002.png 미리캔버스로 직접 제작, 출처 : 나



파도가 두렵지 않다는 것은 내게 많은 의미가 있다. 철없던 중학교 시절, 나는 줄곧 평범하고 평온했던 나의 삶을 상당히 무료하다고 생각했다. 책 속에 나와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부러웠다. 내게 없는 그 다채로움을 읽으며, 그들처럼 색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들을 하곤 했다. 그러한 이상과 현실의 간극 사이를 좁히기 위해 때론 친구들에게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을 하며 나의 삶을 포장하기도 했고, 때론 그래서 그런 삶이 진짜 내 삶이 되지 않을까 싶은 환상을 가지기도 했었다.



제 인생에도
거친 파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때 나는 어리석은 기도들을 하곤 했는데, '제 인생에도 거친 파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였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그 기도제목은 이루어졌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된 해,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다. 준비하지 못한 이별로 그렇게 우리 가족은 태풍과 거친 파도가 넘실거리는 어느 태평양 위에 버려졌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무렵부터 그 이후, 그리고 꽤 오랜 시간 우리 집의 경제 상황은 좋지 않았다. 때문에 고등학교 2~3학년 동안 수차례 등록금을 납부하지 못했다. 선생님께 불려 가는 날이 많았고, 어느 날에는 학교 복도에서 너네 집 가난하냐는 선생님의 호통을 듣기도 했다. 차마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날들이 쌓여갔지만 바다 위에 버려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나는 매 학기가 무사히 끝나길 기도했다. 그리고 언제든 학교를 그만둘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장난처럼 '나 학교 그만둘까 봐'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를 하고 나면 어떤 날에는 지독한 열등감이 남아있기도 했고, 어떤 날엔 모든 것이 소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심연에 빠진 날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탈출을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쫓았는데 하나는 나의 신앙을 굳건하게 하는 일이었고, 또 하나는 여러 취미들을 갖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프로 취미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