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일단 뭐라도 해보자
열아홉의 나이에 내 직업은 동네 태권도장 교범이었다. 어릴 적 운동했던 인연을 통해 어쩌면 이른 나이에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열아홉부터 군인 시절을 지나 스물일곱의 나이까지 대략 5~6년은 한 곳에 머무르며 사범까지의 직책을 달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스물셋까지의 나는 버는 대로 족족 쓰는 것을 좋아했었기에 많지 않은 월급을 모으지 않고 탕진하기에 바빴다. 스물넷이 되어 친구들이 나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모습을 보니 오기가 생겨 남들이 쓸 때 나는 모으자라는 생각으로 그제야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1년을 일했더니 대략 1500만원이 통장에 들어와있었다. 돈을 모아보니 일해서 돈을 모으는 일이 재미가 있었고 뿌듯함이 가득했다. 앞으로 1년 1년 이렇게 모으다 보면 나도 안정적이고 더 나아가면 더 많이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한 달 한 달을 기다리게 되었다. 물론 내가 노가다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게 한 달을 기다리며 월급을 받을 때쯤 어느샌가 내면에 욕심들이 돈과 함께 따라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변 친구들의 더 많은 월급과 줄어드는 아이들로 내가 태권도장으로 성공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 그리고 오랜 기간 한 자리에 머물고 있었던 지루함에 나타나버린 번아웃현상이었다.(번아웃인가? 그냥 내가 만들어낸 변명인거겠지?) 그래도 어쩔 수 있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버티고 또 버텼다. 버티면 해가 뜰 날이 분명 있을 테니! (말이 욕심이었지 결국 잘못된 건 따로 있었다.)
스물여섯의 중반이 되던 해 나는 퇴사를 마음먹었다. 결혼을 생각하게 되는 상대를 만났고 그 시기에 내가 모아놨던 자산을 모두 날려먹고 말았다. 어쩌다 시작한 투자가 단타로 인해 수익을 얻자 욕심이 생겨버리고 만 것이다.(그랬으면 안됐다..) '좀만 더... 좀만 더 벌으면 결혼도 할 수 있고 여유도 생기고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다..!' 했던 것이 내 인생 첫 번째 화근이었다. 그렇게 내 2년은 순식간에 날아가고 말았다. 너무 서러웠고 너무 우울했고 너무 힘들었던 기억만 가득했던 나의 스물여섯이었다.
스물여섯의 절반이 지나 스물일곱을 바라볼 때 새롭게 마음을 먹을 필요가 있었다. 모두 내 탓이었기에 모두 내 탓으로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결국 마음만 먹고 있었던 퇴사를 결정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을 가리키고 아이들 투정을 들어주고 아이들에게 항상 웃어주고 학부모들에게 항상 웃어주는 일 밖에 없었기에 새로 시작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어 막막함 뿐이었다.
그렇게 내 눈에 들어온 <OO인력> '그래! 바로 노가다다. 노가다를 하면서 기술을 배우고 기술을 익혀보자!' 스물일곱이 되던 추운 겨울날 나는 그렇게 노가다에 뛰어들었다.
마지막 이십 대 그리고 곧 다가올 삼십 대 여전히 나는 노가더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생각하지 못한 배신을 겪었고 아픔을 겪었고 내 인생 우울감을 두 번이나 마주했었다. 그럼에도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고 다양한 경험도 하고 소소한 추억과 행복을 얻고 있다. 힘든 일도 재밌는 일도 가득한 노가다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노가다라는 일이 또 다른 하나의 이름을 가진 직업으로 탄생하기를 바라란다. 훗날 내가 노가다를 하지 않더라도 노가다라는 일이 노가다하는 사람들이 당당해지고 떳떳해지기를 바란다. 노가다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보니 이 사람들의 마음과 사정이 이해가 될때가 있고 조용히 응원을 하고 싶을 때가 생긴것이다.(내가 맡은 직업이라 그런지 편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노가다를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노가다안에서도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고 실력을 쌓기 시작하면 분명 그 무엇보다 값지고 멋진 직업이다.
(보통 우리는 기술자라 부른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무턱대고 만만히 보고 '나 기술 배울래' 하고 뛰어들지 않았음 싶다.
세상 만만한 일 하나 없다고 단단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오래 살아남기 힘들고 만만치 않은 일임을.
비록 난 기술자에서 잡부 인생이 되었지만 덕분에 어느 정도의 공구를 다룰 줄 아는 잡부가 되어 다양한 경험을 얻고 있다. 이러나저러나 내가 무어라 떠든들 우린 우리의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갈 이유가 있다.
남들이 뭐라 해도 우린 우리의 현재를 살아가면 되는 거다. 힘차게 소중하게 얽매이지 않고 힘차게!
그렇게 계속
가다있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