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라떼 라떼 라떼 라떼는 말이야~
"너는 혈액형이 뭐야?"
"나는 A형이야!"
...
"너는 MBTI가 어떻게 돼?"
"나는 ISFP야!"
'A형? 너 소심하고 조용한 애구나'
'ISFP? 너 소심하고 직설적이고 감성이 풍부한 게으름뱅이구나'
어느덧 우리는 한 사람의 성격이 어떤지 상상력이 풍부한지 감성적인지 이성적인지 게으른지 계획적인지를 단 4자만 있으면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 전에는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자유분방하며, O형은 성격이 좋고, AB형은 천재 아니면 X신이라는 개념이 박혀있었던 걸로 아는데(O형 비하는 아니다) 어느샌가 MBTI라는 성격유형검사를 통해 우리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나마 파악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심지어는 새로운 만남을 이어갈 때는 꼭 빠지지 않는 질문이 되어가고 여러 매개체에서도 MBTI는 빠지면 아쉬운 질문거리의 소재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퀴즈까지 낸다면 상대에겐 심심풀이용이거나 어색한 분위기를 깨버릴 수 있는 퀴즈풀이가 되어준다. 심히 고민하며 한 글자 한 글자 맞춰가는 재미. 과연 내 유형을 알아챌 수 있을지에 대한 묘한 기대감까지 더해지기 시작한다. 묘한 떨림과 묘한 쾌감 MBTI란 참 묘하고도 묘한 것 같다.
이제는 어디 가서 혈액형을 함부로 떠들어댈 수도 없는 마당이다. 요즈음 애들한테 혈액형을 묻는다면 들리지 않는 '꼰대'라는 마음의 소리가 내 마음에 고스란히 전달될지도 모를 일이다. 예전부터 나는 꼰대라 생각해 본 적이 단연코 없었으며, 꼰대가 되지 않으려 많이 노력한다. 글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어느샌가 나는 꼰대력으로 만들어진 30살이 된 것 같아서 결국에는 내가 걷는 길은 꼰대의 길이구나 라는 생각에 괜한 분이 차오른다.
'꼰대면 어떻냐! 꼰대가 다 너네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야!' 이미 어감부터 꼰대라서 괜한 비호감이다. 나 역시 옛날 꼰대들에 대한 반항감이 없지 않아 있는 편이니까 내게 꼰대라 칭해도 그냥 웃어넘기고 말아야 할 것 같다.
안전사건사고가 넘치는 현장일에는 항상 먼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안전교육을 받은 뒤에 다양한 서류에 자신의 인적정보를 적어야 하는 데 이때 MBTI가 아니라 혈액형을 기입해야 한다. 이들은 우리의 성격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혈액에 관심을 준다. 피를 흘리면 채워야 할 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로 위 달리는 차들에 뒷면에도 혈액형을 붙여놓는 차량도 꽤나 보인다. 혹시 모를 사고에 혈액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도 역시 혈액형에 민감하다.
나는 꼰대는 아니지만(부정적인 말이 꼭 '나 꼰대예요'하는 것 같다) 꼰대들이 하는 말에는 본인들의 문화와 본인들의 경험에 대한 신념이 가득 차있다. 보통 자신들이 자라온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화는 계속해서 바뀌고 세대는 계속해서 교차하기에 우리는 바뀌어가는 생활에 맞추어가야 할 이유도 필요하다. 맞추어가는 꼰대와 받아들이는 세대가 합쳐지면 이만한 시너지가 없을 텐데!
받아들이고 노력하고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꼰대는 좋은 꼰대라고 부른다. 인터넷에는 대개 비하하는 뜻으로만 알려주니까 괜히 내가 비하받을 어른이 되어간다는 게 속상했다. 더 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꼰대라는 소리를 들어도 서로 하하 호호 웃어대며 넌스레 주고받는 농담처럼 주고받았으면 좋겠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아도 중요할 때면 늘 불러주고 나타나는 정말 필요가 되는 그런 혈액형 같은 꼰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필요할 때면 중요하게 나타나주는 그런 좋은 꼰대로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