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조 목수 = 빌더 팀에서의 일들
이제는 여름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의 강하고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던 5월에 완주의 한 현장으로 출력을 받았다. 전에 같은 현장에서 여러 번 만났던 서강이 형님이 보이자 너무 반가운 마음에 어떤 현장인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떠드느라 바빴다. 서강이 형은 나랑 8살 정도 차이가 났지만 말도 잘 통하고 사람 자체가 선한 모습이라서 그런지 더 친근감이 들었고 영화배우 공유 느낌이 나서 매우 잘 생겼기에 더 마음이 가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렇게 한창 떠들다 일을 시작할 시간이 다 되어서야 여기가 어떤 현장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5층으로 된 높은 건물이었고 목재로만 지어진 목조건물이었다. 나와 서강이형은 다 지어져 있는 건물의 외벽 마감을 위해 목수팀의 데모도로 오게 된 것이었다. 서강이형은 이미 일주일 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이전에 서강이형한테 그나마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 목수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서강이형은 내가 한 말을 기억을 하고 추가로 한 명을 더 부른다고 했을 때 내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형의 염원이 담겨서 그런지, 우리는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같이 할 수 있게 됐다. 일은 간단했다. 건물 외벽에는 엠블럭사이딩이라는 합성 목재 마감재가 붙었고 우리는 엠블럭을 바깥에서 안으로 들이는 일을 했으며 서강이형과 목수팀을 포함한 5명이 1층에서부터 5층까지 엠블럭을 *받아치는 일을 도모했고, 그들이 필요하다는 것들을 가져다주는 간단한 일을 시작으로 했다.
우리와 같이 일을 했던 목수 팀장님은 마치 부처님을 닮은 듯 귀가 넓고 컸으며 말투까지 나긋나긋 무엇이든 괜찮다는 듯이 우리를 하나하나 챙겨주었고, 목수들만 다룰 수 있는 마이터쏘(절단기), 타카와 타정기(빌더목수 전용 못총)를 겨우 이틀 만에 한 번 써보라며 사용법이라든지 주의해야 할 점과 올바른 자세들을 경험시켜 주었다.
이번 완주 현장의 일을 따놓은 목수 팀장은 따로 있었으며, 부처팀장님은 알바로 일을 도와주러 왔다고 했다. 그리고는 지금 현장의 일을 따준 목수 팀장은 자기와 반대로 사탄처럼 생겼다고 인상이 험하다고 설명해 주면서 '사람은 좋아요'라는 말로 가불기를 하나 깔아놓으셨다. 부처님과 사탄... '계속해서 사탄 같다면서 키득키득 대는 부처팀장님이 오히려 더 사탄 같아 보여요'라는 말은 차마 입밖에 꺼내지 못해 물 흐르듯 그의 말에 동요를 해주었다. 그리고 얼마 걸리지 않았다. '진짜 사탄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됐다는 것을.
180이 훌쩍 넘는 큰 키에 뜨거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위아래 검은 옷을 착장 하며 검은 챙모자까지 쓴 채 마치 도깨비와 같은 인상의 사탄 팀장님은 한 손에는 치킨과 피자를 들고 나와 서강이형을 보고서는 반갑게 맞이했다. '사탄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서는 다 같이 자리에 앉아 치킨과 피자를 맛있게 먹는데 마치 내가 노가다 잡부가 아닌 마치 지금 모두 한 팀이 된 듯 나도 목수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기분이 마치 전파되었을까? 도깨비를 닮은 사탄 팀장님은 마침 막내를 구하고 있다며 관심이 있으면 같이 목수를 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건넸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우리는 여기 현장이 끝날 때까지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안 되냐고 물었고 사탄 팀장님은 (계속 사탄이라 하니까 나빠보이니 신팀장님이라고 불러야 될 것 같다.) 신팀장님은 끝나기 하루 전 날 미리 답을 달라고 했으며, 우리는 알겠다고 했다.
서강이형은 워낙 무엇을 만들고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했고, 나는 당장 기술을 배우고 싶었고 서강이 형이 있으면 힘들던 간에 버티면서 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우리는 생각하는 일이 단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현장이 끝나기 3일 전 '목수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순간 고민했던 무게에 비해 쉽게 말을 뱉어냈다. "그래, 그럼 현장 끝나기 하루 전에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자"신팀장님은 웃으며 회식을 하자 했고 처음 겪어보는 문화에 괜한 설렘과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꺼낸 지 하루 만에 신팀장님은 나와 서강이형에게 공구 다루는 법과 타카 쏘는 법을 곧바로 알려주었고 "익숙해지면 빨리빨리!!" "문한! 더 빨리 해봐 빨리!" "빨리빨리!!"라는 구호와 함께 다시 신팀장님에서 사탄 팀장님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완주에서의 현장은 일주일 만에 끝을 낼 수 있었고, 신팀장님은 1~2일 안에 연락 주면 제천으로 넘어오라는 말을 남겼다. '전주에서 제천까지 3시간 반, 내가 도착해야 할 시간은 7시 30분... 이거 괜히 한다고 했나?' 난생처음 전주를 떠나 타지에서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단시간에 직업이 바뀌었고 단시간에 고향을 떠나야만 했기에 연락을 받은 당일날부터 내 마음은 괜히 편치 않은 채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해 괜한 설렘은 묘한 불안감에 찌들어가기 시작했다. '나... 잘할 수 있겠지? 그래도 서강이형이랑 같이라서 다행이다.'
*받아치기 - 둘 또는 여러 명이서 여러 자재들을 주고받으며 자재를 옮기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