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더 목수 시작.
새벽 3시 울려야 하는 시간이 아닌 시간에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고 1시간이나 제대로 잤을까 싶은 눈을 간신히 뜨고서는 양치와 간단한 세수만 한채 미리 싸놓은 캐리어를 끌고서는 집을 나섰다.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집 앞 동네에 한창 자고 있을 내 애마를 끌고서는 조용하고 잠잠한 동네를 벗어났다. 가는 길에 허함을 채우기 위해 맥도널드에 들려 맥모닝 세트를 사들고서는 3~4대 정도 달리는 도로 위에 합류하기 시작한다.
지난 완주에서 만난 신팀장님으로 인해 나는 갑작스러운 목수가 되었다. 이제는 인력 잡부가 아닌 '목수'라는 칭호를 딴 것이다. 정확히는 초보라는 명사가 붙은 '초보목수'이다. 나는 이제 목수라는 생각에 괜히 어깨가 으쓱거렸고 벌써부터 무언가가 된 사람인 듯 싶었다. 하지만 워낙 집돌이 그 자체였던 나에게 타지 생활이란 생각만 해도 벌써 집이 그립기 시작했고 다른 지역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생활한다는 건 일하는 거보다 더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친구는 멀리 그리고 꽤나 오래 떨어져 있을 생각에 눈망울이 그렁그렁했고 아빠는 노가다꾼으로써 목수가 되었다는 말에 축하를 해줬고 다치지 말라며 자신이 알고 있는 기술들 공구들의 이름 공구 쓰는 법을 하나하나 알려주고는 했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나에게는 무슨 말인지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나름 고마웠다. (아빠는 내장목공만 다룰 줄 알았고 나는 전혀 반대로 집을 짓는 골조 즉 빌더목수였기에 아빠의 일타강사는 도움이 많이 되진 않았다. 비슷하긴 하지만 달랐기 때문이다.)
맥모닝을 먹으면서 대략 3시간 반이라는 시간을 내내 달리고 있었다. 달리고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에 지치기는커녕 시간이 줄어들수록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은 더해졌기에 1시간밖에 자지 못했던 몸과 정신이지만 긴장에 비례하듯 커질수록 내 정신은 또렷해져 갔고 몸은 각성을 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완주에서 했던 일 정도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라는 정말 진짜 멍청하고도 큰일 날 안일한 소리를 해대면서 나는 빌더 목수로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지금도 기술을 배우고 싶다 하는 동생들이나 형들이 있으면 절대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쉽게 생각하고 갔다가 자기가 생각했던 그 이상의 고생과 힘듦이 딸려온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힘들 거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막상 겪어보면 '생각보다 괜찮네?' '생각했던 거만큼 힘들지 않네'라고 미리 채찍을 겁나게 때리고서는 생각만큼의 고통을 겪지 않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가장 따라와야 할 건 '열심히'이다. 열심히라는 건 항상 깔고 가야지 그렇지 않고서는 미리 채찍을 맞고도 현실에서도 꽤나 아픈 채찍을 맞고 맞을 거라는 건 분명하다. 나도 그래봤고 그래봤었기에 동생들이나 형들에게는 꼭 하는 말이다.
그렇게 나 역시 목수 기념이 될 첫 현장 제천까지의 시간 동안 스스로 엄청난 채찍질을 해대 다가올 무시무시할 채찍질을 대비해가고 있었다. 거기에 약간의 당근을 포함했지만 이 정도 당근은 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난생처음 와보는 지역에 들어섰고 그 지역에서도 더 깊숙하게 달려 들어갔다. 달리는 산골도로에는 높고 푸르른 산들이 깔려있었고 아침 일찍 맞이한 햇볕에 고여있는 저수지는 윤슬을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푸르르고 아름답게 반짝이는 도로를 달리고 있자면 백마 3마리가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토끼들이 뛰노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나름 자연만끽스러운 광경에 이 생활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도 한참을 더 깊숙이 들어가고 나서야 4개의 목조 건물이 있었고 저 멀리 신팀장님이 보였다. 뜨거운 햇볕에도 여전히 그는 검은 마지와 검은 티와 검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제는 내 오야지가 된 저 멀리 키 큰 신팀장님의 실루엣을 다시 보니 정말 사탄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 7시 10분에 도착했음에도 신팀장님은 한참을 일찍 와있었던 것처럼 여유로이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고 '장서강이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서강이형의 행방을 물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착한 서강이형이 도착하고 나서야 한껏 긴장에 취해있던 마음을 같이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괜한 안도가 되었다. 그렇게 나와 서강이형 그리고 신팀장님과 완주에서 같이 일하셨던 목수 기공 형님 준영이 형님까지 모두 모이게 되었고 나와 서강이형 준영이 형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제천 현장에 첫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준영이 형을 제외하고는 첫걸음마도 아닌 첫 뒤집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눈앞은 캄캄했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언어들이 오고 가기 시작했으며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정신없는 1분 1분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