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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미야 Nov 10. 2021

노키즈존은 비열한 구석이 있다

나는 노키즈존을 반대한다.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가게에서 특정 연령대의 인간 출입을 거부하는 행위는 반인륜적인 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사업주들은 노키즈존을 하는 걸까. '어른들이 노는 데 방해된다'라는 이유밖에 없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떠든다. 똥을 지리기도 하고 토하기도 한다. 음식은 제대로 먹는 법이 없다. 잘 앉아 있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린 사람들이다. 생명이다. 다른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아니란 말이다. 아직 사회화가 덜 되었다는 이유로, 어른들의 문법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의 출입을 거부한다면, 만약 어린 나이에 성숙하여 어른을 방해하지도 않고 조용히 대화하는 아이라면 출입을 허락하겠는가? 어떤 가게에서는 엄마와 어린 아이의 방문은 거절하면서 테이크아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자신들의 매장에 아이가 존재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으면서 장사는 하겠다는 심보다. 대체 어린이들을 뭘로 보는 건가? 인간은 단번에 성숙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소위 앉아서 어른들처럼 떠들지 않고 똥싸지 않고 멋대로 돌아다니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조숙함을 뽐내려면 그에 따른 시간이 걸린단 말이다. 어른의 문법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키즈존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특정 공간에서 특정 연령층의 인간 존재를 철저히 무시하고 부정하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짓이나 다름 없다는 말이다. 사업주가 아무리 사업장을 노키즈존으로 만들어 놓아도 이 드넓은 세상에는 수천만의 어린이들이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살아가고 있다. 단지 당신의 업장이 아닐 뿐이다. 내 업장 분위기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왜 애먼 사람이 반대하냐, 너는 뭐냐, 장사 방해하려고 작정했냐 하는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다. 나는 사업주 장사 잘되고 안되고 문제를 따지는 게 아니라 아이 입장을 거부하는 행위 자체가 반인간적이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다. 김현경은 <사람, 장소, 환대>에서 이렇게 썼다.


"환대란 타인에게 자리를 주는 것 또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것, 그가 편안하게 '사람'을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하여 그를 다시 한 번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사회 안에 자리를 갖는다는 것 외에 다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 자리를 주는 건 그 사람을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말이다. 어린이는 사람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소리를 지르고 소란을 피우고 돌아다니고 똥을 싸고 밥을 멋대로 먹고 짜증나게 구는 행동은 우리 업장에서 용납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어린이들의 존재는 우리 업장에서 환영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은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내 기분이 더러워지기 때문입니다> 하고 써놓지 그러나. 일측에서는 부모 때문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모가 진상이라서, 부모가 아이를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면 이렇게 써놓지 그러나. <다른 손님들이 먹고 마시는 데 불편하게, 아이들을 방치하는 부모들의 출입을 거부합니다.> 여기까진 그럴싸 하다. 그런데 왜 다른 진상들의 입장은 거부하지 않는가? 어른이면 진상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힘들다는 건가? <우리 업장에서 다른 손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한 행동들을 할 예정이신 어른분들은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는 죽어도 못 쓰지 않나? 이렇게 썼다간 개업과 동시에 폐업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 아닌가?


소리 지르고 돌아다니는 아이를 카페에서 만나면 환대해 줄 생각도 말고 그저 가만히 자기 이야기에나 귀기울이는 인간이고 싶다. 아이를 환대해 주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는다는 의미다. 그저 조용히 그들이 사람임을 인정해 주길 바란다. 진상 손님이 난리를 피워도 잘 참고 밥만 잘 먹지 않는가. 갑자기 흉기 난동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당신은 눈 꿈쩍도 안하고 속으로 욕만 할뿐 그냥 지나가지 않는가. 그런 진상들을 어떻게 구별할 텐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진상이든 아니든, 방해를 하든 말든 그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와 사람 노릇하는 걸 그냥 인정하고 지나가라는 말이다. 노키즈존은 비열한 구석이 있다. 사람을 사람으로 봐 주지 않는 반인륜적인 행동을 마치 골라 먹는 기호식품 같은 용어인 '노키즈존'이라는 호칭 아래 교묘하게 숨겨 놓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사람을 골라 만날 수 없다. 아무리 돈이 적어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람은 골라 만날 수 없다. 당신의 인생에서 맞닥뜨린 어린이는 몇이나 되는가? 당신의 인생에서 맞닥뜨린 어른은 몇이나 되는가? 과연 그들 중에 당신의 평온을 진정으로 깨뜨린 이는 누구일까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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