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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Jul 09. 2024

살면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

수영장에서 만난 인연들과의 얘기들....

꽤 오랜 시간동안 수영을 해오다가 작년에 고급반에서 연수반으로 같이 올라온 4명이 한달에 한번쯤 모이기 시작했다. 4명 중에 모임을 잘 만들고 이끄는 한 분이 있어서 그분의 주도로 만나게 되었다. 남자 3명, 여자 1명의 나이대도 다 다른 언뜻 안어울리는 조합의 4명이 만나서 밥먹고 술을 마셨는데, 벌써 3번째 모임이 되었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고 듣는 게 좋아서 약속이 정해지면 기다려진다.


지난 번 모임에서는 동네 주변에서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러 가는데, 주변에 회사 사무소가 있고 뷰가 좋다는 얘기에 회사로 가서 차를 마시게 되었다. 전체 도시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오피스텔에서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니 그 또한 즐겁고 재밌는 경험이 되었다.


그러다가 또 다른 한분의 사무소 주변에서 식당이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 모임은 그 사무소 주변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고, 식사 후에 자연스럽게 두번째 사무실을 방문하면서 사무실 탐방 모임이 되었다. 넓은 공간에 다른 사람들이 없는 장소에서 나누는 얘기는 찻집에서 얘기를 나누는 것과는 색다른 분위기와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식당에서 식사 후에 마실 술과 음료수와 안주거리를 사기 위해서 약간 술이 취한 3명이 걸어서 편의점을 가는 것도 재밌었다.


얘기를 나누는 중에 한 분이 몇 주전에 갑작스런 삶의 일탈을 한 적이 있어서, 그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는 데 좋은 분위기에 좋은 기회여서 질문을 던졌다. 엄청 상세한 개인사를 듣게 되었다.


그 분의 일탈은 집에 최소한의 얘기만 하고,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어떤 얘기도 없이 10일간 땅끝마을 해남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 것이었다. 여행 전에 회사도 그만두었다는 얘기를 들었고, 한번도 빠지지 않던 수영장도 거의 3번이나 빠졌었다. 그래서, 내가 2가지 질문이 있다고 하니 흔쾌히 답해주겠다고 했다.


어떤 힘든일이 있어서 그렇게 갑작스러운 일탈 여행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기분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내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나도 그렇게 훌쩍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일 것 같다.


모든 숙박시설과 식사일정이 준비되지 않으면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고 하는 계획적인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집에 전화한통만 하고 차를 몰고 거의 10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운전을 했다는 점에서 어떤 마음이었을지 궁금했다.


해남까지 가는동안 몇번을 휴게소에서 눈을 감고 휴식을 하면서 주유부족 등도 들어오고, 하이패스 잔액도 부족해서 재충전하기 위해서 헤매면서, 하룻밤을 꼬박 새워서 시골의 빈집에 도착해서 문을 여는데 잘 열리지도 않는 집을 겨우겨우 찾아서 들어가 보니, 집 안에는 어마어마한 벌레의 사체가 있고, 다행히 전기는 켜지지만, 물도 안나오고, 가스도 없는 곳이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뭔가 힘든 일을 잊기 위해서 떠난 곳에서 더 힘든 일을 만나게 되는 삶의 아이러니 같은 것도 느끼게 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피곤한 몸으로 막고, 여러개의 방 중에서 전기장판이 있는 방에 들어가서 물티슈로 몇번을 닦아내고 잠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일어나서 먹을 것을 찾기 위해서도 한참을 운전해야 편의점을 찾을 수 있었고, 주변의 유명한 곳을 찾다가 한국의 산티아고, 달마고도를 찾았고 모두 걷고 싶었는데 못 걸어서 아쉬웠다고 말했고, 절에도 가고, 산행도 하면서 10일 간의 여행을 했다고 한다.


서울에서만 살아서 시골에서 사는 건 절대로 못할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닥치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는데, 계획없이 저렇게 떠나는 경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떠나게 된 배경은 '번아웃'이었다고 하는데, 회사에서의 일상이 너무 힘들었고, 집에 돌아와도 그 힘든 일에 대해서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한 허전함이 번아웃으로 이끄는 원인이었다고 한다.


내가 힘든 것이 주변의 일 때문일까 나의 태도 때문일까? 환경에 문제를 떠넘겨서는 해결이 될수가 없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의 대응방식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도 최선을 다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할려고 하는 마음이 번아웃을 치유하러 떠난 여행에서도 여전한 것을 보면서 사람의 태도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돌아왔을 때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상세히 물어보지 못했지만, 어떤 지인들의 걱정어린 타박은 내 삶에 대한 인정을 받는 듯해서 좋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여행 한번으로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삶이 얼마나 쉬울까? 주변의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나의 생각도 변하지 않았으니 어느 순간 똑같은 번아웃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좋은 경험이었을 것이고, 그 경험으로 삶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바뀌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잘 맞춘다는 점도 보러 다닌다는 말에 나의 삶처럼 그 분의 삶도 편하고 만만하지만은 않구나라는 공감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 대한 헌신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면 또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갈 지, 그런 태도는 언제 변화가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에게 나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어떤 생각과 태도일까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객관적이지 않고, 우리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모르고, 주변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여러가지 편견과 오해를 기본으로 가지고 살아간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기본 조건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해서 더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 나의 정확한 문제점을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제일 필요한 부분일 것이라 생각된다.


참 우연히도 아침 수영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세사람을 만나서 이렇게 각자의 삶의 궤적을 공유하고 얘기나눌 수 있게 된 것은 참 재밌다. 앞으로도 은은하게 좋은 모임을 이어나가면 좋을 것 같다.


8월에는 배를 타러 가자고 하는데, 나는 일정이 맞지 않아서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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