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나에게는 2명의 여동생이 있고, 1남 2녀의 형제를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는 몰랐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형제들의 성격이 이렇게나 다르다는 것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나는 자린고비로 불리는 돈에 아주 인색한 경향이 있다. 돈을 10개 벌면 그중에 적어도 30개는 모아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동안 난 항상 빚이 있었고, 물론 지금도 빚은 있지만, 빚을 빨리 갚고 난 이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얼른 돈을 모으고 싶었다. 짐 로저스가 말했듯이 "돈은 자유다."라는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시간으로 돈을 사고, 또한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는 교환이 자유롭다. 내가 나만의 시간을 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지금의 나는 어느 정도 물질적인 안정기라고 생각된다. 돈이 엄청 부족하지는 않다. 적당한 돈을 모으고 있고, 투자도 하고, 근로소득도 들어온다. 하지만, 돈을 막 쓸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하지는 않다. 항상 어려운 일이 생기면 대응할 수 있는 방어선이 한 3층 정도가 쌓여서 편안한 정도라고 할까? 아직도 항상 검소해야 하고, 돈을 벌면 모아서 계좌가 늘어나면 마음이 편한 단계인 것 같다. 그런데 나의 바로 손밑 여동생은 "돈은 써야지 더 들어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경험은 손밑 동생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과외수입이 조금 들어왔을 때, 해외 여행에 대한 제안이 들어왔다. 들어온 돈을 얼른 쓰고 싶어하는 것처럼 여행경비와 일정을 제안했다. 그런 제안이 들어오면 나는 또 단박에 안된다고 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과외수입의 70% 예산으로 가족여행을 준비했다.
코로나로 인해 막혀있던 해외여행을 한다고 하니 가족들이 모두 조금은 들뜨고 즐거워했다. 어머니는 나는 유럽이나 가지, 동남아는 안간다고 하셨지만, 가기 바로 직전에 폭발을 한번 했지만, 우리의 여행은 태국의 끄라비로 결정이 되었다.
여행의 순서는 1. 가느냐, 마느냐의 결정, 2. 언제 어디로 갈것이냐?, 3. 무엇을 할 것이냐?로 나누어진다. 1번과 2번이 결정되면 그때부터 여행의 준비가 시작된다. 5월 26일~5월 30일까지 3박 5일의 일정으로 숙박과 비행기 티켓은 예약이 되었고, 무엇을 준비할지 살펴보게 되었다.
우선, 앞서간 사람들의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서 끄라비에서 꼭 해봐야할 것이 뭐가 있는지 찾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다시갈 지도"에서 끄라비를 소개한 영상을 찾게 되었다. 여기가 이제 알려지기 시작하는 휴양도시라는 생각이 들었고, 비행 스케줄과 일정에 맞춰서 언제 출발하고 어떻게 올지 시간표를 대충 작성했다. 로띠라는 우리나라 호떡 같은 길거리 음식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맹글로브 카약투어도 해보고 싶었다. 홍섬투어와 피피섬 투어 중의 선택에서 사람들이 덜 가는 투어를 선택했고, 가기 전까지 숙소가 어디인지는 난 모르고 있었다. 벌레가 많다는 생각에 전자모기채를 가져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어딘가로 떠나는 것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두근거림과 설레임을 동반한다. 오랜만의 해외여행을 가는 바로 전날인데, 선약이 있어서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다가 들어가는 중에 어머니의 여권이 없어졌다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소리로 계속 전화가 들어왔다. 집에 도착했는데, 본인 여권만 따로 떨어져서 어질러진 곳 속에 있어서 하루종일 찾느라고 힘이 다빠졌다고 여행을 안가겠다는 소리를 해댄다. 호사다마라고 좋은 일 앞에는 이렇게 한바탕 해줘야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현지에서 쓸 유심을 미리 구입했고, 환전을 하나은행앱으로 인터넷으로 신청했다. 공항에 도착해보니, 환전률이 40000원정도 차이가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출국수속을 빨리 하자고 들어는 도중에 나만 여권검사 중에 "DG"가 떴다. 항공물품 중에서 한가지가 걸려서 짐 붙이는 곳으로 찾아가 보라는 말이었다. 가서 보니, 충전식 전자모기채가 밧데리 화재위험으로 걸린거였다. 보안검색 직원이 보더니, 손잡이 부분을 테이프로 둘둘감아서 넣어주신다. 같이 수속하던 가족들에게선 옆에 있던 사람이 없어져서 깜짝 놀라 전화가 온다. 그 와중에 가방을 열려는데 비밀번호가 맞지 않아서 여기저기 전화해서 비번을 찾는 해프닝도 있었다. 다행히 시간상으로는 여유있게 들어와서 무사히 출국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소로 갈 수 있었다.
출국장소 근처에서 선물을 사기 위해서 돌아다녔는데, 그동안 입점한 코스메틱도 바뀌고, 면세점의 혜택을 크게 받지 못한 상태로 비행기를 탈 수 밖에 없었다. 우여곡절이 많은 상태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발했다. 한국에서 태국까지는 5시간의 비행시간이 있고, 한국보다 태국이 2시간이 늦다. 태국 방콕에 도착한 시간은 현지시간으로 약 1시가 좀 넘었을 때였다. 우리는 끄라비로 가야하기 때문에 태국 방콕의 수안나폼 공항에서 국내선으로 환승해야 했는데, 그 대기시간이 약 4시간이었다. 애매한 시간동안 공항 밖으로 나가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고, 공항의 대기실에서 죽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4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찾아보다가 "미라클 라운지"라는 것을 이용할 수 있다고 인터넷에서 찾았다. 비즈니스나 퍼스트클라스의 승객들을 위한 휴게공간처럼 일반인들도 티켓을 사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찾고, 여기를 한번 이용해봐야겠다고 준비를 했다. 처음에 인당 가격은 24000원으로 나온다. 샤워도 가능하고,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음료 코너도 있고, 편한 의자에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공간에서 쉴수 있으니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려고 들어갔더니, 24000원은 아동용 가격이고 성인가격은 인당 48000원이었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포기할 생각까지 했는데, 전세계의 라운지 이용권을 판매하는 "The Lounge" 앱에서 할인가로 살 수 있는 것을 알아냈다. 인당 38800원은 48000원에 비하면 싼 가격이었고, 4매를 예매해서 4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수안나폼 공항에 도착했고, 미라클 라운지를 찾으러 돌아다니는데 공항직원들이 미라클 라운지를 몰랐다. 심지어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사람이 많고, 가라는 곳으로 갔더니 못들어가는 곳이라고 막혔다. 난감한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