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탱고, 땅고라는 춤을 접하면서...
뭔가를 우연히 만나는 일은 자주 있지만, 땅고를 이 시점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독서모임에서 만나신 분 중의 한 분이 땅고에 입문하면서 나에게 땅고를 추천해 주셨고, 첫 번째 추천에서 선뜻 신청을 못했었는데 두 번째에 다시 추천을 해주셔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소셜 댄스라고 해서, 남자와 여자가 함께 추는 춤은 이전에 경험해 본 바가 있어서 어색하거나 적응이 힘들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처음 사람들을 만나고 어색한 걸음으로 기초를 배우는 과정은 아무래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남성의 경우는 리더라는 역할로 전체적인 춤을 리딩해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항상 나보다 훨씬 잘하는 다른 누군가와 비교될 수 있다는 면에서 신청할 때마다 상대편에게 잘못을 저지르는 느낌이다.
전혀 땅고라는 것에 대한 지식을 갖지 않고 참석해서, 첫날 가자 마자 반시계 방향으로 편하게 걸으라는 지시를 받고 조그마한 방안을 음악이 흐르는 상태에서 2~3분을 걸었는데, 고사성어인 <한단지보>가 떠올랐다. 편하게 걷는데, 더 이쁜 걸음이 있고, 안정적인 걸음이 있고, 급한 걸음이 있고, 어색한 걸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걸어야 할지 혼란이 와서 원래 걸음도 혼란이 와서 걷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걷기 다음에 이어진 상대편에 대한 집중과 축공유라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첫 번째로 걸으면서 자신을 살피고, 두 번째로 축공유를 하기 위해서 상대편을 살피고, 세 번째로 하나가 되어서 같이 움직인다. 이 움직임 속에서 서로 간의 감정과 생각을 몸과 음악으로 주고받는다는 것이 땅고가 아닐까 하는 첫인상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가 어제 배운 <8 살리다>라는 것을 연습하면서 땅고의 이미지는 공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싸인과 그 싸인을 해석하는 대화라기보다는 내 몸의 움직임을 전달하고 그 움직임에 대해서 같이 움직임으로서 상대편의 의도에 공감한다는 표시를 하는 춤이라는 듯한 이해를 했다. 어떤 땅고를 가르치는 동영상을 보면 남자가 여자의 방향을 유도하는 싸인이 오른팔이라고 했었는데, 내게 알려주신 선생님은 오른팔이 아닌 몸으로 리드하는 것이 맞다고 했었다. 밀고 나가는 것도 온몸의 싸인으로 발걸음만이 아닌 몸이 나아가는 힘(에너지)를 이용해서 상대편에게 나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말에서 땅고가 결코 쉬운 춤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땅고의 규칙을 하나씩 겨우 알아가는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땅고를 평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억지가 될 수 있겠지만, 땅고의 기본이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우리가 되는 과정이라는 느낌으로 나아갈 수 있어서 굉장히 뿌듯하다.
상대편에게 마음을 열 수 있는가? 상대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가? 나는 나의 의사를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 나의 걸음과 자세는 바른가? 많은 의문이 들면서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은 어쩌면 독서모임과 땅고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