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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Jul 24. 2024

Tango를 배운다는 것은?

-한국은 땅고에 있어서 동양의 아르헨티나이다-

예전에 다음 카페가 활성화되면서, 동호회라는 것을 만들고 찾아서 가입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되었다. 수영, 인라인, 독서, 살사 등의 취미생활을 동호회를 통해서 할 수 있었고, 사람의 온기가 필요할 때, 유사한 취미를 가진 유쾌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엇보다도 즐거운 일이었다.


30대가 지나고, 가정을 갖고, 직장생활에 찌들고, 경제적 자립이라는 것이 언제 오는 것인지 고대하면서 하루하루의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지천명이라는 나이를 지나고 있는 스스로를 살피게 되고,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만나게 된 새로운 춤 땅고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첫 수업에서 들었던 재미있는 말은 땅고라는 춤에 있어서 "한국은 동양의 아르헨티나에 버금간다."라는 것이었다. 아니, 한국에 땅고 인구가 그렇게 많은 건가라는 것에 놀라고, 땅고를 출 수 있는 "밀롱가"라는 클럽이 엄청 많다는 것도 듣게 되었다. 예전에 살사를 배워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소셜댄스(남녀가 Pair로 추는 춤)가 주류 댄스는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수도권에 그렇게 많은 밀롱가와 땅고 인구가 있다는 것을 배우면서 처음 알게 되어서 재밌었다. 더욱이, 외국에서 땅고 배우기 위해서 한국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잘 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커지고 있다.


이제 4주 차 강습을 들었고, 몇 가지 기본 걸음을 배우면서 역시 소셜댄스에서 남성은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을 재삼 깨닫게 된다. 리더와 팔로워로 대변되는 땅게로(주로, 남성, 리더), 땅게라(주로 여성, 팔로워)의 역할에서 남성의 역할은 전체적인 춤의 흐름을 주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춤의 동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주변의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을 수 있는 나아가고 멈추는 방법에 대한 자연스러운 전환이 가능해야 한다. 더욱이, 음악을 들어야 하고, 같이 춤추는 상대편의 상태를 파악하고 춤에 변화를 주기도 해야 한다.


이 모든 일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많은 일을 한 번에 하는 멀티태스킹은 불가능하므로, 순차적 주의집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전에 몇 가지 동작은 자동화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뇌과학에서 말하는 자동화의 조건은 시냅스 간의 연결을 강화하는 미엘린이라는 물질이 축삭돌기를 감싸고 신경전달에서 손실되는 전하량을 줄이고 속도를 높여서 마치 생각과 동시에 행동이 일어나는 듯한 현상을 나타내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해서 똑같은 동작을 엄청 많이 반복해서 아무 생각 없이도 그 동작을 편안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같이 춤을 추고 있는 파트너에게도 동일하게 느껴져야 한다. 긴 말을 짧게 하자면, 일반적으로 남성은 제대로 된 땅고를 추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이런 연습을 혼자서는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파트너가 있어야 하고, 그 파트너와 똑같은 동작을 다른 상황에서 연습하면서 무공을 연마하듯이 기본 초식에서 변수들을 개발해 내야만 하는 것이다. 앞뒤로 걸으면서 회전하는 것도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고, 걸음걸이도 보폭과 걸음의 각도에 따라서 달라지고, 상대편과의 거리도 적당하게 지켜야만 한다. 한마디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 시간을 들여서 이 춤을 열정적으로 몸에 익혀야 할까? 내 주변의 강습생들은 모두 그렇다는 답을 낸 사람들인 듯하다.


나는 몰랐지만, 초급반 강습을 3번째 듣는 사람, 6번째 듣는 사람, 다른 수업도 같이 듣고 있는 사람 등등 정말 열심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이 춤을 배우고 있는 동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서 추는 모습을 보면서, 귓등으로 얻게 되는 땅고의 문화에서, 춤을 출 때의 지향점을 알게 될수록 진짜 잘 추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4주의 강의를 듣고 난 이후 내가 알게 된 땅고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아래와 같다.


1. 땅고는 우아한 춤이다.

2. 땅고에서 땅게로, 땅게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축(axis), 연결(connection), 힘(tension, 긴장)

3. 리딩은 가장 부드러운 리딩이 필요하다 강압적인 이끎이 아닌 부드러운 제안과 같은 리딩이 필요하다

4. 땅고는 같이 걷는 춤이다. 따라서, 나의 걸음과 상대편의 걸음이 일체가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5. 기본은 걸음, 같이 걸음, 멈췄다 걸음, 방향 바꿈, 회전인 것 같다.


땅고 수업에 관한 동영상은 엄청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게 필요한 것은 나 스스로 설 수 있는 자립, 그리고 나의 자립의 자세를 전달할 수 있는 컨넥션과 텐션, 그리고 같이 걷자는 제안인 것 같다.


땅고 선생님인 Naroo 쌉이 한 말 중에서 굉장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축을 공유하고, 나와 상대편의 컨넥션이 견고하고, 텐션이 적당할 때 내가 밀고 나가는 힘을 그대로 받아주는 파트너와 함께 걷는 데는 엄청난 쾌감이 있습니다." 물론 정확한 어휘는 이와는 달랐지만, 내가 받아들인 이해로는 이렇게 들렸다. 상대편과의 일체감을 느끼면서 밀고 나갔을 때, 그에 답해주는 상대편의 공감과 이해라는 감정적인 공유에서 오는 쾌감이 크다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땅고의 엄청난 매력 중의 하나가 상대편에 대한 집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말이었다.


예전에 누군가 헬스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한 말이 기억이 난다. "살면서 이렇게 내 몸에 신경 써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좋다. 내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근육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나의 팔과 다리와 몸의 움직임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는 것이 너무 좋다."라는 말이었다.


이런 나에 대한 집중이 연결된 상대편에 대한 집중으로 확장되는 것이 땅고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의 서문에서 했던 말처럼, 이렇게 광대한 시간과 공간의 축에서 나와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누군가를 만나서 그 한순간을 서로에게 오롯이 집중하면서 음악이라는 배경에서 하나의 움직임으로 이해와 공감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얼마나 미묘하고 즐거운 사건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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