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 & Gender, 성정체성, 사회적 편견과 불평등
오늘의 독서모임은 10분 전에 모든 분이 참석해 주셔서 정시에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뵙는 두 분이 있으셨고, 자기소개와 책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얘기하면서 시작했습니다.
대체로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침팬지와 보노보의 사례가 인상 깊었고, 인간은 동물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심리학에서 설문의 통계보다는 관찰의 중요성을 중시하는 부분에 공감하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70대의 저자가 쓴 책으로 균형 잡힌 책이고, 사심과 가치를 구분하는 것은 좋았지만, 고전적 자연주의 오류와 몇몇 노이즈가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자의 전작인 침팬지 폴리틱스를 재미있게 읽었고, 알파 암컷(= 마마)의 장기집권이 인상 깊었고, 저자의 다른 저작들(피스메이커 등)도 소개해주시면서 침팬지에서의 정치적 행위와 협잡을 통해서 사람과 유사하다는 것을 재확인해서 재미있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사례들이 반복되는 것이 조금 거슬리고, 보노보 사례를 충분히 알게 되어서 만족스럽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인간의 위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첨언도 있었습니다. 노학자의 Gender 편견 없는 태도와 본인의 주장을 증거 하기 위한 논거들의 구성이 매끄럽게 연결되는 책내용이 너무 좋았고, 동물행동학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인간은 근본적으로 동물과 차이가 있는지? 인간을 특별하게 보는 것이 오만이 아닌지? 등의 의문을 가지게 된다고 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침팬지와 보노보의 얘기에서 인천 록페스티벌 참여경험과 젊은이들이 표출하는 환호와 원초적인 느낌과 유사함을 표현하시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책에 대해서 재미있고, 유익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Sex와 Gender에 대한 구분과 몇 가지 Gender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너무 전문적인 답변을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Gender라는 용어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페미니즘 운동의 역사를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얘기로 시작해서 1. 제2의 성(시몬느 드 보봐르), 2. 성의변증법(슐라미르 파이어스톤)-성역할의 해체, 가부장적 가정의 해체..., 3. 젠더 트러블(주디스 버틀러), 4. 에코 페미니즘이라는 단계로 페미니즘의 역사를 설파해 주셔서 페미니즘의 흐름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나오는 생물학적 Sex와 사회적 학습에 의한 Gender라는 정의는 1세대 페미니즘의 정의를 따른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에 대해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는 말에 나타나는 남성적 기준에 의해서 여성성이라는 것이 형성되었다는 주장으로 1세대 페미니즘의 대표 격인 책과 저자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필요함을 얘기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Gender의 종류에 명확하게 LGBTQ+남성+여성으로 학술적으로 7가지로 정의된다는 사실에 명확한 우문에 현답으로 토론이 종결되었습니다. 여성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서는 구로구의 고위공무원 중에 여성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을 예시로 들어 문제없을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큰 틀을 살펴보지 않고 몇 가지 규정을 차이로 인정하면서 보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다고 사실지수와 규범지수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하신 것 같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관점을 변경시켰던 책(사랑으로 끝나요)을 읽으면서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가졌던 것을 반성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주변의 사람들이 성지향성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는 말에 대해서 살짝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얘기 중에 Gender 종류에 대해서 소아성애자, 시체성애자 등과 같은 것이 Gender에 분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주장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Sexual preferance(성적 기호) VS Sexual Orientation(성적 지향)이라는 분류체계의 차이로 정리되었던 것 같습니다.
'성정체성 고민에 대한 조언'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직접적인 동성애자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영화를 통해서 보거나 경험할 때 특별히 불편함을 가지지 않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편견 없이 동성애자를 볼 수 있다는 면에서 부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영국여행 당시의 대규모 동성애자 행사에서 동성애자 결혼식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가 멈춘 사례를 공유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이와 더해서 내 주변 사람이 성정체성으로 고민한다면 사회적 터부와 지지받아야 할 행위들에 대해서 지지받지 못하는 상황에 가슴이 아픔을 느낄 것 같다는 말씀에 위의 주변사람이 성지향성이 다르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에 대한 반박하고 싶은 내용을 해소해 주는 해답 같아서 깊이 공감했습니다. 결혼하고 시댁의 문제로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는데, 그에 비해 훨씬 더 큰 사회적 비난을 경험해야 할 상황들에 대해 걱정될 것이라는 말은 성정체성이라는 것이 주변 사람에게 일어날 경우 얼마나 어려운 일이 될 것인가에 대한 좋은 예시였다고 생각됩니다. 책에서 영장류의 10~15%가 이성애자라고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도 성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는 말에서 숨겨져 있는 성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영국의 이혼율 통계에서 동성애 커플의 이혼율이 더 낮았다는 얘기도 해주셨습니다. 이 예시에서는 더 어렵게 맺어졌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고, 더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행한 결정에 대한 개인의 인지적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경향과 관련될 것 같다는 추측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정체성에 대해서 어떻게 확신을 가질 수 있느냐? 는 질문이 나왔고, 성정체성은 개인이 현재 느끼는 것이라는 답변과 칼융의 아니마 & 아니무스 이론으로 남성의 여성성, 여성의 남성성에 대한 설명으로 성정체성이란 것을 이분법적 구분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또한, 본인의 성정체성이 사회적 역할에 의해서 영향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경험도 얘기가 되었습니다.
인간의 이타성의 근원을 모자관계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문장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2가지 주장이 제시되었던 것 같습니다. 모자관계에서의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이타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이타성은 공동체 내에서 타 공동체와의 경쟁관계에서의 집단 내부의 이타성으로 봐야지 모자관계의 헌신을 이타성의 기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에 적극 공감을 했습니다. 그에 대한 반박으로, 나와 다른 개체에 대한 사랑과 헌신의 학습이 있어야 타인에 대해서도 사랑과 헌신을 할 수 있는데, 나 이외의 존재에 대한 헌신이라는 측면에서 이타성은 모자관계에서 기원할 수 있고, 그 행동이 보고 학습되어 집단에 전달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다시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약간 주관 없이 모두가 맞는 말처럼 느껴져서 스스로에게 좀 실망스럽기는 했습니다. 이에 대한 재반박은 에드워드 윌슨(지구의 정복자)를 예시로 들면서 개체선택과 집단선택 중에서 집단의 이익을 위한 개체의 희생을 이타성으로 볼 수 있다는 것으로써 개미와 같은 군집생활에서 나타나는 해밀턴의 혈연관계 계산에 따르는 유전자 전달가능성을 높이는 집단선택 이타성으로 모자관계 기원설과는 다른 측면에 더 힘이 실렸던 것 같습니다. 아기를 낳고 나서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시각의 변화를 경험했다는 예시를 주셨고, 이것이 옥시토신의 영향일 것이라는 얘기도 했습니다. 그에 대해서, 옥시토신은 내집단에게 더 친절하게 되고, 외집단에게는 더 가혹하게 하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로 이타성을 모자관계기원설에서 좀 더 떨어뜨려놨던 것 같습니다.
이후 마지막으로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내가 꼽았던 한 문장은
영국 생물인류학자 로버트 마틴 : 양성 사이의 차이는 대부분 쌍봉 분포를 보이는 반면, 젠더 사이의 차이는 스펙트럼 전체에 걸쳐 분포한다고 썼다. (P87)
쌍봉분포와 스펙트럼의 대조를 통한 Sex와 Gender의 차이점을 얘기하는 부분이었는데, 생각할수록 책의 핵심주제를 잘 드러내는 문장이라는 생각으로 이 문장을 꼽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가벼운 반대의견이 있기는 했지만 시간관계로 인해 더 깊은 토론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외에도 각자의 문장들을 제시해 주셨는데, 모든 페이지를 다 찾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의 결론이 Gender가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에 따라 결정된다는 너무 당연하여 반박불가한 결론을 내는 것은 자연주의 오류로 정치적으로나 실용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말인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이에 대해서 민주주의는 다수결이지만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정치와는 별개로 Gender의 기원에 대해서 어느 하나의 주장으로 다른 영향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결론이 당위적인 말로 끝을 맺고 있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젠더 사이에 정신적 우월성이나 선천적인 지배성이 있다는 개념을 참을 수가 없으며, 그런 개념을 버리길 희망한다. (P475)"을 통해 저자의 주장과 책의 주제는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토론의 내용들을 정리를 하다 보니, 내가 제안했던 질문들이 너무 표면적이고 허접했다는 생각과 함께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멋진 얘깃거리들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침팬지와 보노보로 대표되는 남성중심 공동체와 여성중심 공동체의 발달과정에 대한 근원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봤다면 어땠을까? 영장류의 색소결핍증에 대한 차별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와 그에 반하는 사람들의 인종차별도 재미있는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얘깃거리였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주제에 대해서 깊은 사전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열띤 토론과 다양한 시각 접할 수 있는 풍성한 모임으로 만들어주신 구성원들의 나눔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후 뒤풀이에서 나왔던 다양한 주제와 책에 대한 태도들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뭔가 대화를 통해서 비어있던 마음이 충족되고, 앞으로 읽어야 할 많은 책들을 소개받아서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모임이었습니다.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