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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Sep 19. 2024

베트남 푸꾸옥~ (제1편)

가족해외여행

우리 집의 가족여행의 시작은 둘째로부터 계획된다. 추석이 다가오고, 명절 제사가 가족들에게 의미 없어지고 난 이후, 가족해외여행을 고민하게 되었다. 여름휴가가 지나고 난 이후, 바로 해외여행에 대해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크루즈여행을 얘기했다가 예산상의 문제로 좀 더 싼 쪽을 찾다가 베트남 여행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항상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더 럭셔리한 여행이 되곤 한다.


여행의 시작은 출발 전 계획부터라고 한다. 여행지 선택과 어떤 시간대로 가느냐가 가장 중요했는데, 생각지 못하게 베트남 푸꾸옥이라는 곳으로 장소가 정해졌다. 그리고 3박 5일이라는 시간과 출발하는 날자를 금요일로 할지, 토요일로 할지가 중요했는데, 금요일자가 마감되므로 자연스럽게 토요일 출발로 결정되었다. 그때까지만도 가격은 90만 원대로 알고 있었다. 막내 여동생은 일정상 포기하는 분위기였고, 둘째, 어머니, 나 그리고 딸로 이루어진 4인 여행으로 준비가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막내 여동생이 아들 둘과 함께 여행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생각보다 대규모인 7인 여행단이 꾸려졌다. 문제는 예약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가격이 연휴프리미엄으로 40%는 더 올랐다는 것이다. 여행계획 취소를 외치는 나를 무시하고 여행은 지속적으로 진행이 되었고, 가성비를 따지는 나는 이미 패잔병으로 여행에 열의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한동안 단톡방을 통해서 여행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하고, 다른 일정들을 논의하는 것을 보기만 하다가 정신을 차리니 출발해야 할 날이 되었다. 모든 가족들이 해외여행에 대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을 공항도착 기준 비행기 출발전 4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해서 공항의 라운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정하고, 빨리 출발하자고 조급증을 냈다. 내가 알고 있는 적정 공항도착시간은 항상 출발 전 1시간 30분 전이었는데, 연휴기간의 대민족 이동에 대해서 잘 몰랐던 나의 무지로 인해서 여행 첫날부터 위기에 빠질 뻔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대충 3시간쯤 전에 도착해서 출국신고하고, 라운지에서 한~두 시간 머물다가 비행기 타서 책을 읽다 좀 잠들면 푸꾸옥일 것이라 생각하고, 원래 출발하기로 한 시간에 맞춰서 짐을 챙기다 보니, 항공 패키지 가방의 비번도 모르고, 넣어야 할 준비물도 까먹기도 하고, 출발시간보다 20분 정도가 늦었다. 겨우겨우 막내동생을 만나서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가는 중에 둘째 여동생이 우리가 도착할 예정시간보다 1시간 10분 이상 빨리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아니 이렇게 빨리 공항에 도착해서 뭐 하고 있으려고 하느냐고 놀래고 있는데,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해 온다.


공항에는 사람으로 미어터지고 있고, 출국심사를 받는 줄마저도 길게 늘어서 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마음이 조금씩 급해지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출국심사 이후에 라운지에서 더 급박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 인해,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출국심사를 한 둘째가 라운지에 가서 줄을 섰는데, 라운지로 들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우리가 출국심사를 마치고 라운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우리 뒤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원망과 비난을 한 몸에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둘째가 지속적으로 알려왔다.


5호선 열차를 타고 김포공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하는 시점에서 급한 마음에 나와 가족여행을 공항까지 바래다주고 난 이후 오랜만의 호젓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매제는 빠르게 걸어서 지하 4층으로 내려왔고, 뒤에서 전화를 하면서 따라오던 막내와 어머니는 지하 3층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가 내리는 위험천만한 운명의 함정에 빠질 뻔하다가 다른 승객의 다급한 다른 기차를 타야 한다는 외침에 아슬아슬하게 내렸다고 한다. 만약, 그 서울행 기차를 타고 문이 닫혔다면, 그들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적어도 1시간은 여행에서 없어진 시간이 되고, 최악의 기분으로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면서 비행기를 타야 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마지막 순간에 기차에서 내리고, 놀랜 가슴으로 매제에게 자기들을 데려가지 않았다고 짜증 내는 막내와 함께 제대로 된 공항열차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여행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어머니와 까칠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하는 딸이 사진으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찍은 딸의 눈이 왼쪽을 향하는 사진에서 이번 여행의 어려움이 복선으로 담겨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함께하는 운명의 신의 가호로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바쁜 걸음으로 출국장소를 향해서 걸어가는데, 마치 캐빈은 열두 살에 나오던 가족여행을 떠올리게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다른 가족들 보딩패스는 모두 온라인으로 발급이 되었는데, 딸의 보딩패스만 미성년 서류제출로 헬프 데스크에서 직원의 지원을 받아야만 했다. 두 개의 헬프데스크 중에서 한 곳에서는 나의 바로 앞에서 서비스가 끝나버리고 다른 쪽으로 가서 다시 설명을 하는 중에 옆에서 어머니는 막내는 짐을 다 부쳤는데, 왜 우리는 못 붙이냐고 늦을까 봐 걱정이시다. 나도 한숨을 쉬면서 새로운 보딩패스를 받고 짐을 부쳐야 한다는 것을 설명드리고, 겨울 짐을 부치고 난 이후 출국심사를 하는 줄에 섰는데, 이 줄이 움직임이 없다. 또 옆에서 어머니는 저 사람들이 일을 왜 저렇게 하느냐고 화를 내고 있다. 가족은 3 그룹으로 나눠졌다. 둘째는 혼자서 라운지 줄을 서 있고, 막내는 아들 둘과 함께 우리보다 조금 빠르게 출국심사에 줄을 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어머니와 딸이 가장 늦게 출국심사를 위한 줄에서 뒤처져 있다. 줄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평소의 시간보다 족히 3~4배는 더 걸리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민족대이동의 명절은 국내를 넘어서 국외로 확장이 된 것 같다. 명절동안 하루 공항이용객 수가 20만 명이 넘었다는 기사가 떠돌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이용객으로 인해서 라운지도 비고, 비행기도 비고, 나라 경제를 걱정하면서도 나도 그 행렬에 참여했다.


아슬아슬하게 출국심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어머니가 먼저 사라지셨다. 둘째가 혼자서 줄서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만나기 위해서 달려갔다. 딸과 나는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라운지를 찾아서 가는데, 둘째가 전화가 와서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어디냐고 재촉한다. 왼쪽에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고 하는데, 게이트 끝까지 가서 다시 되돌아오면서 보니 겨우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지가 보인다. 전화로 못찾겠다는 나의 말에 엄마도 잘 찾아서 왔는데, 왜 못찾느냐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올라갔더니, 줄이 끝없이 보이고, 둘째 여동생이 어색하고 당황한 얼굴로 직원에게 곧 도착한다고 애걸하고 있다. 겨우 도착해서 휴대폰으로 받은 주소를 넘겨주니 겨우 입장을 허가해 준다. 자리를 잡고 한숨을 돌리면서 짐을 내리는데, 둘째가 우리 바로 뒤에 줄 선 두 사람이 화내고, 소리치고 난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지친 목소리로 알려준다.


1시간 이상을 라운지에 들어가기 위해서 짐을 들고 줄을 섰던 것 때문에, 비행기도 타기 전에 탈진해 버린 듯한 둘째와 거리가 좀 떨어진 곳에서 얘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 막내를 보면서 오늘 여행의 가장 우려스러웠던 라운지 이용미션을 완료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라운지에서 최대한 이용하고 나가려 마음먹고 있는데, 식사는 가격에 비해서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아이들의 비난을 뒤로하고 그나마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만큼 충분히 먹고, 쉬다가 공간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라운지 앞의 편한 공간을 찾아서 이동을 했다. 비행 출발 전에 거의 누워서 있을 수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비행출발시간 30분 전에 출발 게이트로 이동을 했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탑승마감을 공지하기 시작했다. 비행기에 들어가서 우리가 앉을자리에 가서 착석하는데, 숨이 턱 막힐 만큼 좁다. 여기서 5시간 30분을 버텨야 한다.


목베개를 꺼내고, 장시간의 불편한 수면을 준비했다. 기내식도 없고, 물도 사서 먹어야 하고, 블랑켓도 제공되지 않는 최소한의 편의만 제공되는 좁은 비행기로 힘든 비행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출발 전에 30분의 연착을 알리는 기내 방송이 들렸다. 자다 깨다, 책을 읽다, 음악을 듣다를 반복하면서 겨우겨우 버티다 보니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나오니 밖에서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시간은 2시 30분이 벌써 지나서 약 3시가 되어 간다. 공항을 나가자마자 우리를 찾고 있는 기사를 만나서 비를 맞으면서 밴에 짐을 싣고, 3일간 머물 수 있는 숙소로 이동을 시작했다. 좁은 비행기와는 달리 넓은 밴에서 편안하게 앉아서 어두운 주변의 길을 살펴보면서 잘 도착한 안도와 다가올 숙소에서 편히 쉴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하면서 즐거운 드라이브를 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도착하니, 주변이 고급 숙소의 느낌을 주고 보안이 잘 갖춰져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보였다. 호텔에 도착해서 로비로 들어서는데, '우~~~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높은 층고의 공간감 있는 디자인의 로비와 편안한 소파가 우리르 맞이한다. 웰컴 음료를 가져와서 마시게 하고 호텔 체크인을 진행하는데, "Oh, you can speak English?"라는 리셉셔니스트의 말에서 베트남에서의 영어가 신분을 구분하는 기술로 사용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상적인 호텔 체크인이 끝나고, 층이 다른 2개의 방을 배정받을 줄 알았는데, 하나의 Ocean View(오션뷰)와 하나의 Garden View(가든뷰)의 두 개의 방을 같은 층에 배정받고, 각 3장씩의 방의 키를 들고 방으로 이동했다.


배정받은 방은 12층의 높은 위치에 더할 나위 없이 넓고 쾌적했다. 어두운 밤바다가 보이는 넓은 4인용 방은 2개의 배드룸과 2개의 화장실, 넓은 거실이 포함되어 있었고, 거실에 연결된 발코니를 통해서 호텔에 딸린 수영장과 그 너머로 수영장과 연결된 듯 보이는 광대한 바다가 펼쳐져서 보였다. 비교우위적으로 좁은 3인용 방에서도 2개의 배드룸과 2개의 화장실에 조금 좁은 거실을 가지고 정원 부분이 멀리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멋진 방이었다. 이미 스패어키가 꽂혀있어서 방은 쾌적한 22도 정도의 낮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지친 우리는 가벼운 샤워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5시경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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