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 속의 반짝이던 석양
강릉에서 일출을 봤는데, 푸꾸옥에서 일몰을 감상했다. 올해는 멋진 일출과 일몰을 함께해서 다 좋았다.
어느새 여행은 중반을 넘어서 3일 차가 되었다. 선착순 요가클래스를 경험해 보기 위해서 8시부터 준비를 해서 아침의 폭우를 뚫고 SPA로 갔더니, 이미 요가클래스는 예약마감이라고 한다. 요가클래스 때문에 아침 조식을 늦췄었는데, 모든 일정이 비틀어졌다.
얼른 일정을 바꿔서 조식을 먼저 챙기고, 다른 활동을 찾아봤는데, 호텔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해변가 자전거 라이딩 후 수영으로 일정변경을 하고 이제는 익숙해진 아침 조식 뷔페로 이동했다. 요가클래스 참여를 위해서 일정을 조금 늦췄다고, 사람들이 가득하고 식사를 하기 위해서 15분 정도를 대기를 해야 했다. 대기 후에 들어가서 이제는 음식이 어디에 있는지 뭐가 바뀌었는지를 확인하면서 푸짐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얘들에게 자전거 라이딩을 권유해 봤지만, 정말 아~~무 관심이 없다. 얘들은 이 여행이 얼마짜리고, 부모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여행을 즐기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로지 자기들의 편안과 안위만이 중요한 듯 느껴져서 살짝 화가 났다.
그래도 수영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수영복을 챙겨서 풀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무료자전거를 빌리러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충분한 자전거가 있을 것이라는 리셉션의 말처럼 자전거의 숫자는 부족하지 않았지만 상태가 아주 좋은 자전거는 아니었다. 브레이크도 약하고 뒤나 앞에 짐을 실을 수 있는 바구니가 달려있거나, 아이를 태울 수 있는 시트가 달려있는 자전거들이었다. 어머니는 다리 때문에 그리고 또 부상의 위험으로 자전거를 타는 것은 포기하고 같은 방향으로 걷기로 하고 나왔다. 다행히 어제의 찜질과 멘솔레담과 다리 들기와 마사지의 효과가 있었던지 걷는데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아서 같이 빗속의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어색한 자전거를 타고, 오른쪽으로 가다가 짧게 끊어지고 난 이후 길이 안 좋다는 소리에 되돌아서 다른 방향으로 타고 가는데, 어제 식사를 했던 리젠트 호텔의 앞을 지나고 나니, 호텔 리조트를 관리하는 경비가 막아서는 경계를 만나게 되었다.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는 것 같았고, 우리가 자전거로 나갈 수 있느냐고 물으니 바리케이트의 틈새를 가리키면서 환하게 웃어준다. 잘 관리된 호텔 리조트 구역을 벗어나자마자 더운 지대에 살 빠진 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소들이 만들어 놓은 소똥이 도로 사이사이에 지뢰처럼 남겨져 있다. 자전거로 그 소똥들을 피해서 달리는데, 사람이 너무 없고, 오른쪽은 바다와 파도소리, 왼쪽은 풀밭으로 한껏 자전거 하이킹의 느낌이 난다. 막내는 노래를 튼다고 잠시 자전거를 멈췄고, 나와 둘째는 꽤 빠르게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어느 정도 가다 보니, 같은 풍경이 계속되고 처음의 즐거움은 한계효용의 법칙에 따라서 감동이 덜해지더니, 조금씩 지루해진다. 자전거를 세우고, 옆의 모래사장을 보니, 현지의 집도 살짝 보이고, 집을 벗어난 곳은 마치 무인도같이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 더미만 보인다.
무인도에서 사진 찍는 것처럼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돌아오니, 호텔 리조트 관리구역의 경계에서 걸어온 어머니와 만날 수 있었다. 준비했던 밀크티를 마시면서 리젠트 호텔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의자에 앉아서 사진을 찍으면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으로 오전 활동을 마무리 짓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앞의 수영장에 갔더니, 얘들이 자기들끼리 풀에서 잘 놀고 있다. 우리도 바로 수영장으로 들어가서 같이 놀다가 둘째가 호텔에서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에 대여하는 수중동력 장치를 빌려왔다. 별로 필요 없는 돈을 쓴다고 얘기했지만, 그걸로 아이들은 즐겁게 논다. 두 사람이 같이 이용하기에는 파워가 충분하지는 않은 기기였지만, 즐겁게 가지고 놀았다. 30분 만에 전력이 다했고, 반납해야 했다.
리젠트 호텔에서의 경험으로 식사를 위해서 멀리 가기보다는 그냥 우리 호텔에서 밥을 먹자고 결정하고 피자와 스파게티를 시키는데, 리젠트호텔의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았다. 푸꾸옥 간다고 하니까, 거기는 가격이 사악하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직접 경험하고야 그 말이 어느 정도의 말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오전과 오후가 금방 끝나고, 여동생들과 어머니는 호텔의 SPA 마사지를 경험해 보겠다고 내려갔다. 나는 그 가격에 마사지받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했고, 셋이 가서 호텔의 20% 할인을 듣고, 다시 전화가 와서 같이 하자는 말을 하고 다시 안 하겠다는 의사전달을 하고, 호텔에서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면서 책을 보고 있는데,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전화가 왔다. 호텔 SPA 마사지는 이미 모든 예약이 마감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슬퍼하면서 전화가 왔다. '돈도 아끼고 잘 됐네!'라고 얘기하고 나서 다시 조금 후에 전화가 왔다. 지금까지 계속 우리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던 버기서비스 알선을 해주던 영어 잘하는 친절한 스태프의 추천으로 호텔 주변의 괜찮을 마사지 샵을 추천받았다면서 나에게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왔다. 그건, 가격도 호텔 SPA에 비하면 훨씬 저렴했고, 시간도 적절해서 어른들은 모두가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마사지 샵에서 설명을 듣고 들어가서 마사지를 받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마사지 시간은 끝이 났고, 몸이 조금 좋아진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애매한 기분으로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저녁식사는 해산물로 푸짐하게 먹고 싶다는 막내의 강한 주장으로 호텔의 봉 BBQ라고 하는 곳으로 가기로 하고 교통편을 알아보러 가니, 그곳은 또 버기서비스가 가능한 곳이라고 해서 시간 약속을 정하고 숙소에서 일몰을 보기로 했다. 둘째와 막내는 19층의 전망대에서 일몰을 볼 거라면서 장소를 확인하러 분주히 왔다 갔다 다를 반복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우리 숙소가 바다를 바라보는 12층 높이로 테라스에서 일몰을 보기에 가장 적당한 장소로 생각되었다. 시간이 점점 일몰에 가까워지고, 일출과 마찬가지로 해의 위치를 찾다가 일몰이 끝났다는 얘기를 하다가 계속적으로 변하는 하늘의 모습과 색을 감상하면서 10센티의 '그라데에이션', 츄의 '고백' 리메이크 버전 등을 들으면서 일몰을 감상했다.
어디에서 읽기로 행복감은 5감과 함께하는 좋은 기억이라고 했다. 어느 시점의 어느 장소에서 있었던 일을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이 도와서 그 장소의 기억을 강하게 기억하게 한다. 언젠가 다른 장소에서 그라데이션을 들으면 푸꾸옥 인터컨티넨탈 호텔 12층 테라스에서 바라봤던 일몰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때, 일몰의 장소에서는 어머니와 여동생 둘이 함께 했다는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비와 바람이 많이 불던 날의 일몰은 한 번의 여행에서 몇 개 건지기 힘든 추억의 기억이 될 것이다. 딸과 조카들은 그 기억을 같이 공유하지는 못해서 아쉬웠다.
일몰의 시간이 끝나고, 모든 가족이 아래층에서 버기 서비스를 이용해서 봉 BBQ로 출발했다. 출발 전에 돈을 찾는데 문제가 생겨서, 환전이 오늘의 한도를 넘어섰다는 말도 들려왔지만 어떻게 해결하고 최선을 다해 돈을 뽑아서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어제저녁에 느꼈던 시원한 바람을 느끼면서 식당을 향해 운행되는 버기서비스는 전체 가족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들어줬다. 봉 BBQ에서 주문을 하는데, 랍스타, 새우튀김, 뽁음밥, 오징어 튀김 등을 막 시키는데, 충분한 돈이 있는지 우리가 가진 돈을 넘어서는 주문을 하는 것은 아닌지 물었는데, 둘째는 돈이 부족한 것으로 알고 다른 방식으로 돈을 인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면서 가게 밖으로 나가고, 우리는 계산을 다시 하다가 우리 예산 안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둘째를 찾으러 나갔지만 못 찾고 돌아오고, 옆에 있던 병을 물인 줄 알고 땄는데 맥주여서 아무도 마시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 다행히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러 나갔는데, 내가 계산을 하면서 "디스카운트!"라고 말하니까 가게 주인이 당황하면서 휴대폰으로 뭔가를 막 적는다. "디스카운트!"라는 말을 한번 더 했고, 그 말을 듣고 있던 가족들은 나를 외면하고, 나의 뒤에 있던 다른 한국분은 웃으면서 그 상황을 보고 있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우리 테이블의 서빙과 통역을 맡고 있던 사람이 우리가 망고와 망고스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듣고, 옆의 과일가게에서 망고스틴을 서비스로 사주겠다고 한다.
무사히 가격협상을 마치고, 돈을 더 뽑아야 하니까 현금결제가 아닌 카드 결제로 요청을 해서 진행하고, 옆의 과일가게에서 망고와 망고스틴과 두리안을 사서 먹었다. 특히, 비싼 두리안을 두 개나 사서 먹는 우리 가족에게 과일가게는 많은 서비스 음료와 과일을 제공해 줬다. 망고와 망고스틴을 충분히 사고, 숙소로 가기 위한 버기서비스를 기다리는데 좀 많이 늦게 왔다. 배부르고 여유로운 마음에 모든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면서 숙소로 와서 각자의 방으로 들어왔다. 조카 중에 막내가 숙소에 와서도 망고스틴을 하나씩 까더니 사 왔던 것을 다 까먹어버렸다. 정말 많이 먹어서 놀랬다.
우리가 잠자리에 드는 동안, 막내와 어머니는 호텔 주변의 조명 아래에서 산책을 했었다고 들었다. 세 번째 밤은 두 번째 날보다 점점 빨라지는 것을 느낀다. 이제 내일이면 이 여행도 끝이 난다. 어떤 좋은 일들도 영원히 계속되지 않듯이, 여행도 이 넓고 좋은 뷰를 가진 방도 안녕을 고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