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비록 당시에는 힘들고 짜증 나더라도~~
여행의 마지막날 아침이 되었다. 이제 호텔의 조식은 우리 집 아침 밥상처럼 익숙해서 어디에 뭐가 있고, 어떤 걸 조합해서 먹을지와 익숙한 맛에 욕심을 내고 싶은 마음도 없어진다. 가볍게 식사를 하고, 체크아웃을 오전 11시까지 하고 난 이후 12시간을 임대한 버스를 타고, 아시아 최장의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혼또섬으로 들어가서 오후 4시까지 물놀이를 하다가 나와서 마사지를 받고, 쇼핑을 하고 공항으로 가는 것으로 일정을 정해놓았다.
아침부터 날씨는 역시 비를 뿌리고 있었고, 혼또섬 가는 걸 늦추고 호텔에서 푹 쉬는 것도 고민을 하다가 임대한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11시 체크아웃을 서둘렀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짐들을 꾸려서 체크아웃을 정리하는데, 다시 오기 힘들 이 호텔의 넓은 방과 밖으로 보이는 오션뷰와 바람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아쉬움과 여운이 있었다.
거의 12명이 탈 수 있을 것 같은 밴에 우리 가족 7명이 타고, 운전을 해주는 드라이브도 있어서 12시간의 시간 동안 푸꾸옥에서의 이동의 자유를 얻게 되었다. 우선 혼또섬을 들어가기 위해서 케이블카를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케이블카에는 타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우리가 티켓팅하고 들어가니 우리 가족만 탈 수 있는 케이블카가 바로 왔고, 30명 정도가 타는 대형 케이블에 7명이 타고 출발했다. 생각보다 더 넓은 은 공간과 점점 올라가는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섬의 모습이 절경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엄청난 감탄사를 터뜨리는 어른들과 무미건조한 반응의 아이들이 너무 대조가 되었다. 딸도 주변환경을 둘러보지도 그다지 감탄하지도 않는 모습에 지금 주어진 기회가 얼마나 귀한 줄을 모르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 딸애한테 야단을 치고 있는데 두 조카도 그다지 즐겁고 기쁜 표정은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케이블카를 지탱하는 지지 기둥이 거의 산만큼 높이 올라가는데, 약간의 고소공포증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해서 화를 냈던 게 좀 잘못한 것 같다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우리 가족만 타고 가는 푸꾸옥의 혼또섬 케이블카는 절경이었고, 기억에 잘 담아둬야 할 장면이었다. 약 20여분의 탑승 후에 혼또섬에 도착했는데, 비는 조금 더 심해지고 혼또섬에서 물놀이가 가능한지 어디서 옷을 어떻게 갈아입어야 할지 허둥대면서 길을 찾다가 일단 길을 찾는 선발대와 앉아서 비를 피할 수 있는 후발대로 나눠서 움직이기로 했다.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대략적인 지형을 파악하고 돌아오는데, 여동생들도 탈의실을 발견했다고 그쪽으로 오라고 연락이 왔다. 후발대로 쉬고 있던 애들을 데리고 탈의실 쪽으로 가는데, 혼또섬에서 비로 인해서 워터파크가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방송을 한다. 이게 뭔 소린가 하면서 만날 장소를 정하고 카페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음료수를 먹는 동안 알아보니, 혼또섬의 워터파크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돌아다니다가 살펴본 유수 풀이 너무 길고 멋져서 저거라도 한 바퀴 돌아봤으면 아쉬움이 덜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족에게 돌아와서 어떻게 할지 얘기를 하다가 그냥 케이블카를 타고 나가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혹시라도 날씨가 더 안 좋아져서 케이블카가 움직이는 것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가 있으므로, 일단은 육지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아무것도 놀지 못하고 음료수 한잔씩 마시고, 비나 쫄딱 맞은 채로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돌아왔는데, 바로 타고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던 케이블카가 휴식시간이 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11시 30분쯤, 돌아다니다가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온 시간이 12시 20분쯤인데, 1시가 되어야 운행이 재개된다는 안내였다.
40분을 앉아서 기다리는데 일정은 꼬이고, 비를 맞은 우리는 난민이 되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돌아가기 위해서 탑승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우리가 빨리 왔으니 빨리 타고 나가야 된다고 먼저 줄을 서자고 성화이고, 총체적 난국 속에서 관리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는데 영어로 답변이 어려워 보인다. 겨우 물어물어서 탑승하는 줄에 해당하는 곳에 짐을 가져다 놓고 대기를 했다. 곧 우리 뒤로 케이블카를 탈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시간표를 보니 우리 상황이 악재 속에서도 행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10시 50분쯤 체크아웃을 했고,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 약 30분이었으니, 우리가 탄 케이블카는 아마도 11시 25분경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5~10분이 넘었다면, 1시간 30분을 기다려서 케이블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타고 혼또섬에 들어와서 워터파크가 폐쇄된 것을 확인하고 다시 나가는 재난으로 바뀔 뻔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에 기다리다가 1시가 되어서 케이블카를 타게 되었는데, 올 때의 쾌적했던 공간에 거의 가득 찬 승객으로 인해서 굉장히 불편해졌다. 돌아가는 케이블카에서 다가오는 케이블카를 보니, 사람들을 가득 싣고 가고 있다. 마치, 휴일 고속도로에서 반대편 차가 정체로 끝없는 줄을 서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있는 차선이 쌩쌩 달릴 때와 비슷한 기분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불운을 보면서 반작용으로 약간은 기분이 좋아짐을 느꼈다.
우리 밴운전사를 통해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찾아서 이동을 했고, 우선은 베트남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가격이 그다지 싸지가 않았다. 나는 적게 시키려고 하고 여동생들은 얘들 먹이려고 많이 시키려고 하다가 주문을 3번이나 나눠서 했다. 점심식사를 하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데, 애들은 어딘가 놀러 가서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우리가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은 새벽 3시경으로 아직도 12시간 이상이 남은 상태에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잠시 쉴 수 있는 숙소를 정하고, 얘들은 남겨두고 어른들끼리 움직이는 것으로 일정방향을 바꿨다. 첫 번째로 간 숙소는 번화가 내에 있는 숙소이기는 했지만, 한국의 모텔 같은 느낌에 방 안에 앉아서 휴대폰만 볼 수 있는 장소였다. 둘러보고 난 뒤, 다른 곳을 찾다가 내가 찾아낸 가성비가 좋은 숙소에 가보기로 했다. 가평의 "달을 사랑한 여우"라는 펜션을 찾아갔을 때처럼, 밴이 도시를 벗어나서 산 위쪽으로 구석의 길을 따라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왠지 어떤 숙소도 없을 것 같은 곳까지 갔을 때, 방갈로들로 이루어진 숙소가 나타났고, 숙소의 가운데에 있는 넓은 수영장에 조카 둘이 매혹당했고, 가격도 저렴해서 그곳에서 밤까지 머물기로 결정을 내렸다. 얘들만 숙소에 남겨두는 것이 맘에 좋지 않아서, 내가 얘들과 같이 남기로 했고 여동생들과 어머니가 함께 쇼핑과 저녁식사를 구매해서 돌아오기로 하고 둘로 나눠졌다.
딸은 쾌적한 숙소의 침대에 누워서 편안하게 있으면서 만족했고, 조카 둘은 가운데 수영장에서 거의 3시간에 걸쳐서 소리치며, 떠들면서 놀았다. 물이 왼쪽은 얕고, 오른쪽은 깊어서 다이빙을 할 수도 있고, 그네를 타고 다이빙을 하는 것과 고무로 만든 판자가 있어서 섬처럼 이용해서 서로 공성전도 하고, 나도 같이 잠시 놀다가 체력 소진으로 먼저 나와서 샤워를 했다.
배고플 때쯤 해서 우리가 가진 식량으로 라면을 끓여서 먹고 나니, 여동생들이 다양한 음식을 사서 공수해 왔다. 얘들도 좋아하는 음식들로 충분히 먹고, 저녁 8시쯤에는 얘들도 침대에 누워서 있고 싶어 했다. 어른들만 나가서 마사지를 받기로 하고, 바버샵을 찾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여기저기 가격 네고를 하던 중에 한 곳을 정해서 머리도 감고, 어깨마사지도 받고, 귀도 파서 개운해진 마음으로 나오는데, 어머니가 기대했던 마사지가 아니라서 처음 마사지를 받았던 나이트마켓의 마사지받는 장소에서 더 받고 싶다고 했다. 나와 어머니만 받기로 하고, 여동생 둘은 돌아가서 얘들과 짐을 챙겨서 우리가 마사지 끝날 때쯤 만나서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장소를 찾고, 가격 협상을 잘해서 45분간 마사지를 받고 나오는데 밖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그때, 어머니가 본인이 아끼는 하얀 옷이 없어졌다고 한다. 당장 떠오르는 곳은 바버샵. 차를 타고 바버샵으로 갔는데, 그곳에서는 어머니가 그 하얀 옷을 입는 것을 CCTV로 보여준다. 우리가 임차한 밴의 운전사는 너무 많은 곳을 다녀서 피곤해서 기분이 좋지가 않고, 다시 그 옷을 찾기 위해서 반대방향에 있는 마사지샵으로 가기에는 염치도 시간도 없었다. 결국, 옷을 포기하고 공항으로 향했고, 어머니는 패잔병처럼 기분이 다운되어 버렸다. 숙소에서 우리가 먹다가 남긴 음식 때문에 개미들의 대규모 공습이 있었다는 것도 공항에 도착해서야 들었던 것 같다. 의도치 않게 마지막 숙소에는 진상짓을 했던 것 같다. 미안하게 생각된다.
공항에 도착했더니, 앉은 곳도 없고, 먹을 곳도 없다. 남아있는 돈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아래로 내려갔고, 가족들은 여기저기 흩어졌다가 소통이 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시간이 계속되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갈아입을 옷을 갈아입고, 여기저기서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앉아서 비행기를 탈 시간을 기다리는데, 오늘 하루가 정말 스펙터클했다는 것을 되새겨보고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보딩시간이 되어서 줄을 섰는데, 정시에도 항공사 직원들은 나오지 않고, 승객들은 웅성웅성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거의 30여분이 지나서야 보딩이 시작됐고, 그것도 그다지 빠르게 진행되지도 않았다. 출국심사를 마치고 비행기 탈 탑승구 쪽으로 내려가니, 사람들이 모두 누워있다. 아직도 2시간 여가 남아서 다들 자리에 누워서 자기시작한다. 앉아있다가 하나둘씩 자리에 눕고, 이불도 덮고 다양한 방식으로 잠을 잔다. 그러다가 비행기를 타게 되었고, 그나마 앞의 공간이 조금 넓은 좌석을 구매해서 갈 때보다는 덜 피곤하게 귀국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도착하고, 휴대폰을 켜고, 인천공항에서 둘째는 따로 버스를 타러 가고, 우리는 공항철도와 지하철을 이용해서 집으로 향했다.
여행은 시간을 길게 만든다. 하루 동안에 기억해야 할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은 뇌 에너지를 쓰기 때문일 수도 있고, 루틴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3박 5일의 시간 동안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생각과 함께, 다시 집에 도착해서 빨래를 돌리고, 로봇청소기를 돌리면서 여행을 떠날 때도 좋았고, 다시 돌아와서 우리 집에 와서 김치찌개를 먹을 때도 좋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여행에서 있었던 부정적인 기억보다는 더 좋은 기억들만이 남을 것이다. 그리고, 또 떠나고 싶어질 것 같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이 힘들지만, 또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언제 어디로 또 떠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