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설날 가족여행
우리나라에서는 12월말부터 거의 2달동안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한다. 이번 설날휴일이 지나고 난 이후에야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가 끝이 난다.
2024년부터 제사를 지낼 상황이 여의치 않은 이래로 설날과 추석이 가족여행을 가기 가장 좋은 시기가 되었다. 지난 추석에는 베트남 푸꾸옥을 다녀왔고, 올해 설날은 금전적 부담으로 해외보다는 국내여행으로 가게 되었다. 1월 26일에서 28일까지 2박 3일의 여행이었고, 대략 3시간 정도의 드라이브로 갔다 올수 있는 고성의 소노펠리체를 둘째가 미리 예약해서, 좋은 가족여행을 하게 되었다.
설날 귀성객들의 이동으로 도로의 정체를 걱정했지만, 다행히 우리가 출발했을 때는 거의 막히는 구간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더우기, 최상묵 대통령 권한대행이 1월 27일(월)의 샌드위치 데이를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서, 삼남매가 모두 같이 떠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어머니는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서 찰밥을 한솥하고, 전날에 볶아놓은 참치김치를 데워서 도시락을 한가득 만들었다. 거실에 가득 쌓아 놓은 여행용 짐들을 하나씩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딸애를 깨우니 벌써 출발하기로 생각했던 6시 30분을 가볍게 넘겨버렸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늦게 출발하자는 생각으로 준비물을 다 챙겼는지 확인을 하고, 7시를 조금 넘겨서 출발을 했다. 판교에서 둘째를 픽업해서 속초근처의 고성 울산바위가 전경으로 보이는 소노펠리체로 향했다. 7시를 조금 넘겼지만, 어스름의 하늘은 신비로운 어둠과 일출의 붉은 색의 조화로 우리의 여행길이 즐거울 것이라고 속삭여주는 것 같았다. 딸애를 시켜서 멋진 풍경을 사진을 찍으라고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판교로 향했다.
보통 우리집에서 판교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내외, 그런데 네비에서 나오는 시간이 약 27분으로 교통정체구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나게 달려서 예상했던 시간보다 몇분 늦지 않아서 도착했고, 첫번째 목적지를 찍어서 둘째와 만나서 최종목적지로 거의 예상했던 시간에 출발할 수가 있었다.
눈이 많이 올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부랴부랴 샀던 스노우 체인과 바퀴의 접지력을 높이는 접착 스프레이까지 싣고 가는데, 당장의 기후로는 전혀 눈이 올 것 같지 않은 쾌청한 날이었다. 중간에 휴게소를 들러서 아침일찍 준비한 꿀맛같은 도시락으로 아점을 해결하고, 다시 달려서 최종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40분경이었다. 소노펠리체가 가까워오자 바로 눈앞에 보이는 큰 산위에 설탕을 뿌려놓은 듯한 풍경이 우리를 맞이했고, 이게 울산바위인가? 저것이 울산바위인가? 살펴보면서 감탄을 했다.
소노펠리체에 도착해서 예약 및 입실 확인을 위해서 리셉션장을 찾는데, 일반적인 숙박시설의 리셉션과는 달리 10층이라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둘째가 먼저 올라갔고, 우리도 이어서 10층으로 갔다. 리셉션의 바로 앞쪽으로 넓은 통창의 카페가 만들어져 있고, 그 카페에서는 정면으로 울산바위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너무 많고, 자리는 한정적이라서 모든 사람들이 자리 확보를 위해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사람에 치여서, 울산바위 풍경 사진이나 찍고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고 있는데, 가족들은 모두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이곳 저곳 주변을 둘러보면서 혹시나 빈 자리를 찾고 있다. 나는 화장실을 찾아서 다른 층으로 내려가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둘째가 기쁜 목소리로 전화가 온다. "엄마가 자리를 잡았어. 빨리 올라와." 이게 왠일인가 해서 올라갔더니, 어머니가 뿌듯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서 나를 보고, "내가 잡았다."라고 말하신다. 넓고 편한 테이블에서 차와 다과를 좀 사서 자리에 앉아서 체크인을 과정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
소노 숙소의 방배정과 같이 당일 선착순으로 방의 위치를 선점할 수 있도록 번호표가 있었는데, 우리가 잡은 번호는 23번으로 제일 좋은 뷰의 방을 잡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예상이었다. 12시에 체크인을 할 방을 결정할 수 있다고 하니, 카페의 자리에서 12시까지는 버텨야 한다. 그래도 자리가 없어서 여기저기 방황하는 사람들에 비하니, 우리가 앉은 자리가 그렇게 쾌적하고 좋을 수가 없다. 막내는 조금 늦게 출발해서 우리보다 1시간 30분정도 늦게 도착할 예정이었고, 속초에서 국밥을 먹고 온다고 연락이 되었다. 그 자리에서 사진도 찍고 커피와 다과도 먹으면서 편안한 시간을 가지다가 12시에 방의 위치를 확인하고, 조금 늦은 점심을 위해서 식당으로 나갔다.
얼큰 순두부, 황태해장국, 비빔밥을 주문해서 맛있게 먹고, 3시에 입실이지만, 2시쯤이면 들어갈 수 있겠거니 하면서 드라이브를 하려다가 숙소쪽으로 향했다. 아직 시간이 이르다는 생각에 외부를 한바퀴 돌면서 청소가 늦어져서 2시 40분이 넘어서야 숙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가 숙소에 들어가 있는 동안, 어렵게 잡은 카페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막내만 혼자서 10층에서 꽤 오랫동안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들었다.
숙소는 505호로 방3개와 화장실 3개, 넓은 거실을 포함하고 있었고, 방 하나와 연결되어서 자쿠지 욕탕이 있었다. 파노라마 뷰라고 하는 외부의 뷰를 보여주기 위해서 유리벽으로 이루어져있고, 층고가 꽤 높아서 시원하고 개방감이 있는 넓은 공간이었다. 사람들에 치이면서 자리 확보를 위해서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던 10층의 리셉션 카페보다는 우리 숙소가 100배 더 조용하고 뷰가 좋았다. 비록 울산바위 뷰는 아니지만, 멀리 바다도 보이는 탁 터인 공간의 넓은 뷰로 왜 파노라마 뷰라고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시원한 시야를 확보해 줬다. 자쿠지에 물은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물을 틀어놨는데, 한참을 받아도 물의 수위가 쉽게 올라오지를 않는다. 거실의 탁자위에 먹을 것들과 짐을 모아놓고, 냉장고에서 사이다와 빵과 커피와 한과를 먹으면서 각자 잠잘 곳을 대략적으로 정해서 짐을 풀었다.
여행을 가면 걱정은 두가지다. 뭘하지? 뭐 먹지?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어가고, 숙소 둘러보기를 먼저 시작했다. 소노문, 소노캄 A, B, 소노 펠리테 East, West 등 건물들이 많고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익숙해지지도 않는다.
이번 가족여행에서 막내가 주장하는 것은 가족끼리 놀 수 있는 놀이문화를 시도해보자는 것이었다. 전통의 고스톱을 시작해보자. 그래서, 우리는 편의점으로 가서 화투를 사기로 했다. 화투를 사기 위해서 숙소내의 건물에서 편의점을 찾아서 둘러보게 되었다. 우리 숙소에서 3층으로 내려가서 옆의 건물의 2층으로 이어지고, 오션플레이가 있는 장소를 지나서 소노캄 A, B를 지나서 헤매고 길을 잃다가 편의점을 찾아서 화투를 사고, 딸이 좋아하는 젤리도 사고, 화투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현금도 일정부분 바꾸고 돌아왔다. 역시, 몇번 길을 잃고 나니, 숙소의 구조가 익숙해졌다.
그동안 물이 어느정도 올라왔고, 어머니는 따뜻한 물속에서 반신욕도 하고, 샤워도 했다고 한다. 화투를 사서 와서는 저녁 식사를 위해서 움직이기로 했다. 조카 동현은 나가지 않겠다고 해서, 나머지 가족 7명이 식사를 뭘 할지를 찾아서 움직였는데, 칼국수를 먹는다고 찾으러 가는데, 딸이 샀던 젤리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려왔다. 내가 추론해본 결과, 젤리가 있을 만한 곳은 화투를 산 편의점의 앞에서 만원짜리를 천원짜리로 바꾼 그곳에 젤리를 놔두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가족들과 헤어져서 젤리를 찾기 위해 화투샀던 편의점으로 갔다. 놀랍게도, 화폐교환기의 위에 누구도 손대지 않고, 우리가 샀던 젤리가 놓여 있었다. 딸의 존경을 한스푼 받고, 다른 가족들이 식사를 하려는 곳으로 찾아갔다.
칼국수를 먹으러 갔던 곳에서, 국수, 비빔국수, 김밥, 돈까스 등을 시켜서 먹었는데, 의외로 맛집이었다. 너무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마침 보이는 설빙에서 콩고물 빙수와 딸기빙수를 반반으로 파는 것을 사서 숙소로 와서 디저트로 먹었다. 이후로 가족들끼리 팀을 이뤄서 고스톱을 치는데, 그 동안 기억력에 자신이 없던 어머니가 아주 신이 나서 화투를 치신다. 화투 운이 돌아서 돌아서 여러가지 드라마틱한 재미있는 상황들을 만들면서 신나게 웃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방이 너무 좋아서인지 다음 날도 아침 조식을 챙겨먹고 난 이후는 모두들 방안에서 뒹굴뒹굴이다. 밖에는 눈이 왔고, 그래도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에 먹을 것을 사고 카페도 가려고 오후에 나왔지만, 카페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고, 딸은 음료를 들고 가다가 쏟아서 나한테 잔소리를 들었고, 새로운 양말도 사야했다. 뭔가 하는 일이 어슬퍼보여서 걱정스럽다.
하지만 바다는 너무 아픔다운 파랑이었고, 바람을 제외하고 차에서 바라본 바다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속초의 시내 시장을 찾아갔지만, 차가 너무 막히고 튀김 등을 사는 데 시간만 많이 들이고 고생만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편히 쉬기로 했다.
넓고 좋은 숙소의 장점은 많은 가족이 함께 있어도 붐비지 않고,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휴식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왠지 수영도 하고 싶은 마음이 없고, 숙소에서 휴식하면서 여행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어머니는 더 놀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판교쪽으로 와서 점심을 먹으려고 추어탕집을 갔다가 영업을 하지 않아서 설렁탕집으로 가서 식사하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한 해에 두번씩이라도 가족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여행 갔다오고 난 이후 바로 적었어야 할 여행기를 이렇게 묵혀뒀다가 쓰게 되니 당시의 현장감이 조금은 사라져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