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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하늘해담-가족여행

풀빌라가 이런 곳이었는지 몰랐네!!!

by Mooony

한해에 한 번쯤은 해외로 가족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요즘 비행기 가격이 터무니없이 오르고 시간도 생각보다 맞추기가 어려워서 국내의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으로 합의를 보게 되었다.


약 1달 전쯤 예약을 하고, 여행을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여행 가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왔다. 다람쥐 챗바퀴도는 시간들 속에서 한 번씩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은 삶을 되새기게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진실이다. 예약을 할 때는 너무 비싸다 가성비에 맞는 곳을 찾아야 한다는 등 여러 가지 반대를 했었지만, 막상 여행 갈 때가 다가오니, 그렇게라도 예약하지 않았다면 떠나기가 쉽지 않겠다고 인식하게 된다. 올해는 여름휴가까지 국내여행으로 예약을 하고 있다. 국내의 평이 좋은 풀빌라들을 둘러보는 것을 목표로 움직인다.


딸도 요즘 언제 즐겁고 뭘 하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여행을 제일 우선순위로 꼽는다.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험, 새로운 장소가 주는 편안함, 현실의 고민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시간, 여행이라는 것이 주는 분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여행은 아주 짧았다. 2025년 6월 2일 11시경 출발, 12시 30분에 온누리장작구이 팔당본점(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경강로 890)에서 만나서 쭈꾸미로 점심을 먹고, 3시 입실에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 주변을 산책했다. 나는 모닥불이 피워진 곳에서 앉아서 책을 읽었다. 날씨는 흐리고, 비가 조금씩 떨어져서 6월 초순인데도 조금 추워서 모닥불의 온기가 좋았다. 어머니와 여동생들은 우산을 쓰고, 한강 주변의 산책로를 따라서 걸어갔다.


그동안 딸과 조카들 10대들은 주변을 둘러보기보다는 차에 들어가서 자기들만의 시간을 갖기를 원했다. 휴대폰을 하거나, 게임을 했을 것 같다. 가족 내에서도 세대가 다르고,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어머니는 모두가 함께 뭔가를 하기를 원하는데, 본인이 원하는 데로 되지 않으니 속이 상한 것도 같다. 개별 개인들의 자기 자유를 찾는 과정을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


2시 20분쯤 숙소를 향해서 출발했고, 산속의 굽이진 길을 따라서 길을 몇 번 잘못 들면서 찾아갔다. 우리가 하룻밤 묵기로 한 숙소는 '하늘 해담'이란 곳으로 굉장히 예약하기 힘든 곳이라고 둘째가 몇 번을 얘기한다. 모두가 도착해서 숙소에 대한 소개를 듣는데, 2층으로 이루어진 숙소의 거실은 거대한 TV가 갖춰져 있고, 노래방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2층에는 게임방이 만들어져 있다. 요즘 오락실에 가면 할 수 있는 게임기가 무료로 갖춰져 있다. 옛날에 봤던 펌프도 있고, 거미 맞추는 총 쏘는 게임기도 있고 안 해보던 게임이었지만, 무료로 할 수 있으니 계속해서 하게 된다. 숙소 바로 앞에는 수영장이 있고, 수영장은 인클로저로 덮여있다. 열면 엄청 큰 지내가 들어온다고 절대로 개방하지 못하게 한다. 막내는 천장을 열어보고 싶은 듯했다. 막내는 폐쇄된 공간보다는 개방된 넓은 공간을 좋아하는 외향성이 있는 것 같다. 수영장을 한 코너 돌면, 땀을 뺄 수 있는 사우나용 찜질방을 보유하고 있고, 땀이 흐른 채로 옆의 침대에 누우면 야외에서 해먹보다 훨씬 안정감 있는 흔들리는 침대가 놓여있다. 사우나 앞에는 카라반이 숙소처럼 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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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반 바로 옆은 고기를 구워 먹도록 준비된 바베큐장이다. 냉장고와 모든 설비가 완비되어 있어서, 그냥 고기만 가져왔어도 될 것 같은데, 괜히 이럭저것 가져갔다가 가져오는 수고만 더했던 것 같다.


전체 숙소의 시설을 다 설명하는 데만도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독채를 7명이 사용했는데, 서로 얼굴 볼 필요가 없이 각자의 개인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수영장에는 물총과 수구, 농구, 배구를 할 수 있는 물놀이기구뿐 아니라 수경, 튜브 등이 모두 갖춰져 있어서 뭔가를 준비해서 갈 필요가 없었다. 온수를 사용하기 위해서 10만 원, 바베큐장 사용료 5만 원, 사우나 사용료 5만 원으로 추가결재 20만 원을 더해야 했지만, 인원수가 8명이 넘어간다면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우리는 우선 수영으로 놀이를 시작했고, 일정 부분의 수영시간 이후 사우나하고 난 이후는 게임방파와 노래방파로 나뉘었다. 동현이는 노래방에 꽂혔고, 전기기타를 엠프에 연결해서 노래를 하는 도중 반주를 한다. 화음을 맞추는 것과는 별개로 즐겁게 반주하면서 끝없이 노래한다. 현진이와 나는 펌프를 같이 해봤다. 몇 번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발로 구르듯이 누르다 보니 옆에 왜 실례화가 준비되어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발이 아프다.


노래하고, 게임하고, 캬라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6시가 조금 넘어가니 배가 고프다. 준비해 간 고기를 공수해서 바베큐장에서 고기를 구워서 먹는다. 동현이와 내가 고기를 구웠는데, 동현이가 확실히 많이 구워본 표가 난다. 시원시원하게 고기를 굽고, 쌈에 싸 먹고, 준비해 간 찰밥과 참치김치를 김에 싸서 엄청 먹더니, 모두 금방 배가 불러서 수저를 놓는다.


잠시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고스톱판이 벌어졌다. 3대(할머니, 동생, 조카, 딸)가 어울려서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배가 고파졌다는 소리에 고기 굽던 곳에서 꼬치를 구워다 주니 맛있게 먹는다. 2판을 구워서 모두 먹고, 12시가 다되어 갈 즈음 각자의 잠자리에 들었다.


흐린 날씨로 인해서 하늘의 별을 바라보기는 어려웠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하룻밤은 다양한 감각을 일깨운다. 아침에 일어나니, 카라반의 온도가 에어컨 최저로 되어 있었다. 역시 나이가 어린 조카들은 열기가 넘치고, 현진이 방에도 가보니 에어컨을 최저로 하고, 이불을 둘둘말고 자고 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생활패튼이 바뀌고, 생각패튼이 바뀔 수밖에 없다. 세대가 다르고 몸이 다르면 똑같은 환경 속에서의 생각과 느낌도 달라질 것이다. 누가 누구를 통제하겠는가? 다만 조카들과 딸이 자기들만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아침에 7시 30분쯤 눈이 떠졌다. 수영장을 2시간여만 사용한 것이 아쉬워서 다시 들어가 보니, 물이 따뜻하지는 않지만 미지근한 정도로 수영을 하기에는 적합하다. 발차기도 하고 둥실둥실 떠있으려니, 둘째와 어머니도 들어와서 30~40분 수영을 했다. 수영 후에 찜질도 하려고 했는데, 켜는 버튼을 잘 몰라서, 켜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예약만 되어 있어서 다시 켜야 했다. 기다려서 찜질도 하고 나니, 벌써 9시가 넘었다. 짐을 챙기고, 10시 40분에는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니 바빠진다. 그 와중에 동현이는 노래방에서 노래와 연주를 진행 중이다. 온 방을 돌면서 짐들을 챙기고, 우리가 가져왔던 물건들을 정리해서 차에 싣다 보니 시간이 10시를 금방 넘긴다. 각자의 짐을 챙기고 어제 점심을 먹었던 곳에서 값싸게 장어를 먹는 행사를 진행한다고 모두 장어를 먹기 위해서 떠났다.


하루를 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숙소였지만, 다양한 놀거리로 인해서 꽤 오랜 시간을 지낸듯한 느낌이었다. 장어집에서 몇 가지 해프닝이 있고, 나와 딸은 만둣국을 먹고, 옆의 카페에서 50% 할인하는 음료를 사고, 딸이 원해서 빵도 사서 먹으면서 여행을 마무리했다.


집에 와서 짐을 정리하는데, 다른 곳으로 갔다 온 것보다는 정리할 짐이 훨씬 적다. 모든 것이 완비된 풀빌라가 얼마나 편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여행을 갈 때 좋고,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또 집의 편안함이 좋다. 어머니는 더 놀고 싶었는데, 못 놀아서 아쉬운 말을 많이 한다. 언제까지 놀러 갈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글을 쓰고 있다. 영원한 것은 없지만, 그래서 현실의 행복이 더 소중한 것이 아닐까? 동생들 덕분에 값싼 여행과 값비싼 경험을 하게 되어서 감사하다.


둘째가 넉넉하게 양보를 해서 돈을 훨씬 적게 배분한다. 역시, 둘째가 리치이모가 될 것 같다. 난 아끼다가 땡보라 불리며 산다. 그래도 어머니보다는 덜 땡보라고 인정받았다. 이렇게 돈 잘 모아서 꼭 필요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


2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주변풍경도 멋있었다. 잘못하다가는 갇혀서 나오지 못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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