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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Oct 14. 2024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땅고문화에서 만나는 꿈같은 경험!

지난주 토요일(10/12)은 꼭 기억에 담아두고 싶은 경험이었습니다.


땅고라는 세상을 알게 된 지, 4개월(초급-8주, 초급심화-8주)만에 여러 동기들은 생업에 바빠서, 기존의 계획에 따른 일정이 맞지 않아서 강습 이후에 뵙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아쉬워하고 쓸쓸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은 우리 동기가 하는 마지막 토밀지기의 날이었고, 그에 맞춰서 그동안 볼 수 없던 동기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동기정모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분들도 많이 오시고 토요밀롱가가 평소보다 훨씬 붐비고, 아는 얼굴이 많이 있으니 절로 흥겨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경력이 많은 동기의 손에 이끌려서 그날의 첫 딴따를 췄고, 첫곡이 끝났을 때 따뜻하게 안아줘서 너무 좋았습니다. "마치, 그동안 고생 많이 했네!"라는 위안을 해주는 듯했습니다. 이후 2번째 곡부터 실수 많이 하고, 얼굴이 화끈거리게 되었지만 아는 사람이 있어서 한딴따, 한딴따 출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같이 수업 들었던 공유했던 경험 덕분이라는 생각에 못 본 동기들도 많이 생각났습니다.


한번 추고, 내가 생각하는 데로 되지 않아서 얼굴 붉어진 상태에서 다른 분들 추는 모습을 살펴보는데, 다들 너무 멋지게 잘 추는 것 같아서 넋을 잃고 쳐다봤습니다. 동기 땅게라 님들은 거의 날아다니시고, 쌉들도 움직이는 모습, 자세 살펴보면서 언젠가 저렇게 추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켜봤습니다. 론다에서 춤을 추면서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자전하는 지구 같기도 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음악에 맞춰서 추기도 하고, 본 적 없던 피구라로 화려하게 움직이기도 하고, 굉장히 단순한 걷기와 충분히 알고 있는 피구라로 춤을 추면서도 우아함과 단아함을 잃지 않는 분들도 계시고, 모든 분들의 모습이 다 멋있고,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지만, 살짝 자신감을 잃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솔땅 거울 앞의 의자에 앉아서 한참 동안 춤추는 것을 보고만 있으니까 아시는 분이 와서 말을 니다.

"까베해서 춤 안 추고 뭐 하세요?"

"도저히 까베 해서 춤출 자신이 없어서 다른 분들 추는 것 보고 있어요. 아까, 한 번 췄는데 할 수 있는 게 3개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더니

"할 수 있는 게 3개면, 1, 2, 3 하고 걷고, 2, 1, 3, 하고 걷고, 3, 2, 1 하고 걸으면 되죠?"라고 쉽게 말씀해 주십니다. 손흥민이 축구는 왼발 축으로 오른발로 강하게 차면 됩니다와 같은 레벨의 조언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땅고를 배우고 초보들은 모두 저와 비슷한 걱정들을 할 것 같습니다. 까베 해서 춤추기는 무섭고, 춤은 잘 안 늘고의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까베 해서 춤추기 어렵죠? 알죠. 알죠. 그 마음 너무 잘 알죠. 그래도, 자꾸 춰봐야 늘어요."

이런 격려를 받고, 그럼 춰봐야지 하고 누군가 출 상대를 찾으면 보통 발스나 밀롱가 음악이 나오곤 합니다. 그럼, 격려받았던 하려는 의지를 일단 꺾고 다시 앉게 됩니다.


다행히, 그날은 음악이 도와줘서 땅고음악이 나왔고, 흔쾌히 춤을 추자고 손을 내밀어주는 동기 ''를 만나서 2번째 딴따를 추게 되었습니다. 배웠지만 할 수 없는 동작은 제외하고, 정말로 내가 할 수 있는 동작만으로 춤을 춰보자는 생각으로 2번째 딴따를 췄습니다. 한곡이 끝날 때마다 동기분이 격려를 해줘서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에도 아는 얼굴들과 춤을 출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몇 딴따를 더 출 수 있었습니다. 지켜보고 있었던 것인지, 나루 쌉이 저를 보면서 "오늘은 춤 좀 추던데요?"라는 말을 웃으면서 해주십니다. 뭔가 아주 낮은 턱 하나를 넘어 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뿌듯했 던 것 같습니다.


토요일 밀롱가에서 만나는 동기들의 소중한 격려와 춤 제안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느낄 수 있었고, 다음번에는 조금 더 나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8시~11시까지 진행되는 토밀이 어느 순간에 마지막 3딴따라는 공지가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구경하고, 용기내고, 격려받고 하는 동안 3시간이 지나가버렸습니다. 11시. 방문해서 멋진 무대를 꾸미던 손님들이 다 돌아가고 난 이후, 이본느 쌉이 마련한 우리 기수만을 위한 심야 밀롱가(심밀)이 준비되었습니다. 기존의 쓰레기는 버리고, 몇 가지 음식과 음료, 와인, 이본느 쌉 특제 국화주, 진으로 만드는 하이볼, 사이다가 없어서 사이다는 마트에서 사서 공수를 하고, 동기 중 한 분이 준비해 주신 바게뜨에 올려먹는 핑거푸드도 세팅하고, 남은 과자들도 놓고, 후라이드도 시키고 책상을 연결해서 일렬로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 데 방금 전까지 시끌벅적했던 솔땅 공간이 조용하면서 카페 같은 느낌이 났습니다. 핑거푸드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하이볼도 만들고, 와인도 드시고, 맥주도 마시고 하는 동안 손님들이 한분씩 뭔가를 들고 찾아오십니다. 전설의 파블로님, 안단테에서 뵈었던 선배님들, 땅고 얘기도 하시고, 피구라 얘기도 하시고, 어김없이 탱고음악을 틉니다.


춤을 춰도 좋고, 쁘락을 해도 좋다는 얘기를 하니, 쌉들도 나가서 춤을 추고, 동기들도 나가서 춤을 춥니다. 널찍한 공간에 좁았던 토밀과는 달리 부딪힐 것 같지 않게 넓게 출 수 있는 공간에서 음식을 먹고 얘기를 하다가 나가서 땅고도 추고, 밀롱가도 추고, 발스도 춥니다. 선배님들이 동기들에게 신청해서 한 번씩 춤도 춰 주시고, 동기들끼리 배웠던 것 춰보기도 하는 자유롭고, high 한 느낌은 하이볼과 알코올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공연모드가 켜졌습니다. 엄청 잘 추시는 두 분이 나가서 한 곡을 빡 추시는데, 신발도 안 신고 추는 춤을 보는데, 세상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파우스트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절대 강자의 공연 이후에 동기들이 춤추기 위해 나가기를 꺼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멋진 공연 뒤에는 웃긴 공연이 있어야지 우리 동기들이 다시 춤을 추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마리오 이 '땅게라'를 한다는 조건에서 까베를 했습니다. 항상 마리오 쌉이 나한테 춤추라고 격려를 많이 해줘서 마리오쌉에게 신청했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 우리 기수 초급파티 후기에서도 춤 못추고 있던 나를 데리고 가서 같이 걷기도 시키고 '오초 꼬르따도' 를 가르쳐주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같이 춤을 췄습니다. 술도 안 마셨는데, 별로 부끄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마리오 쌉이 라를 너무 잘 췄고, 한 곡을 무난하게 마무리 지었던 것 같고, 같이 인사도 하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이 후에 또다시 서로 즐겁게 춤추는 시간이 잠시 더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마리오쌉을 라로 해서 파블로 님과의 남남 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고, 모두가 박수치는 멋진 공연을 다시 보여줬습니다. 2시간의 심야밀롱가였는데, 시간이 정말 말 그대로 '순삭'되어 버렸습니다. 새벽 2시를 향해 다가가는 시간에 아쉬운 마음을 달래면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다들 너무 멋지고, 너무 좋은 사람들과 너무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에 뭔가 국뽕이 차오르는 것 같은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한 번씩 힘들 때 이렇게 아름다운 경험이 땅고라는 춤을 포기하지 않게 해주는 동기가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를 짓고 나와서 서로 인사를 하기 위해서 둥글게 모여 서 있을 때, 이 분위기에 지금 끝내는 것이 아쉬웠던 사람들이 다시 추가 뒤풀이로 가기로 했습니다. 끝까지 따라가서 좋은 얘기를 나눌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아쉽긴 했지만, 그 순간까지의 경험만으로도 뭔가 마음이 충만한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멋진 한때를 같이 했던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뵈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동기들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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