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앤딩-
땅고를 배우고 발표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제(24.11.02) 발표회는 전날의 불안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한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아이를 한명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함께 힘을 모아서 도와주고 키웠다고 들었습니다. 솔땅에서 한명의 탱고인을 키우기 위해서 쏟아붓는 도움이 그런 온 마을의 힘을 더한 육아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130기의 수업을 듣기 시작한 때는 24.06.28 이었고, 탱고 발표회를 하겠다고 하고, 단톡방이 만들어진 때는 24.08.28 이었습니다. 약 2달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발표회를 준비해왔습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은 발표회 정규 연습시간, 수요일은 쁘락, 간혹 토요일은 개별적인 쁘락....2달간은 정말 생활의 중심이 탱고에 맞춰져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1. 첫 수업은, 금요반은 6월 28일 금요일 저녁 8시 30분부터 10시까지, 토요반은 6월 29일 토요일 저녁 6시부터 7시 30분까지 진행합니다.교차수업도 가능하고, 중복수강도 추천합니다! -나루 쌉-
긴 것 같던 2달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발표를 준비하는 사람들 중에는 파트너의 변경, 곡의 교체, 춤 종류의 바뀜, 개인사정으로 인한 공연포기 등의 일들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발표회 바로 전날 리허설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팀이 모여서 동선을 짜고, 조명을 협의하고, 의상을 입고 연습을 해보고 심야 10시 30분~1시 30분까지의 3시간 동안은 다가온 공연을 준비하느라 분주했습니다. 더해서, 엄청 많은 사람들이 응원과 격려를 위해서 같이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가져오신 물품을 들고 사진을 찍은 것이 솔땅 게시판의 어딘가에 올려져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들여서 타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심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12시가 지나고, 1시쯤 되었을 때 준비해온 송판을 격파하는 것으로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다들 한번씩 송판을 깨면서 상쾌해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오늘이 되어버린 발표회날을 준비하면서 장소를 정리하고,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11월 2일 오후 4시부터 소본이라는 연습실 장소를 대여해 놓았고, 공연은 8시에 시작하는 것으로 일정이 짜여 있었습니다. 5시전후로 도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집에서 쉬다가 조금 빨리 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심경변화에 따라서 4시 30분쯤에 대기 연습실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미 마리오쌉, 지헤짱님, 티나/프로도님, 연아님 등 몇분이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여성분들은 완벽한 메이크업과 헤어까지 스타일링을 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잘못된 장소로 들어온 줄 알고 다시 나갈 뻔 했습니다. 그래도, 같이 공연을 할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낮춰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 둘 모든 멤버들이 모여들고, 음악에 맞춰서 마지막 연습도 했습니다. 그레이스님과 찬이님이 공연에 쓸 수 있는 소품 악세사리를 가져왔고, "집안의 패물을 다가져왔다."는 말이 웃음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돋자리를 가져오신 찬이님 덕분에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서 김밥도 먹고, 수다를 떨기도 했습니다. Amber님이 남자들에게 메이크업을 해주시겠다고 자리를 마련했는데, 지헤짱님의 아이 쉐도우를 꽤 오랫동안 만져주셨고, 남자들 중에서는 내가 제일 처음으로 메이크업을 받았습니다. 비비크림을 얼굴에 도포하고, 눈썹아랫부분을 정리해주셨다고 했는데, 하고 나니 피부톤도 안정되고 얼굴이 훨씬 선명해졌다고, 몇호 크림인지를 알아서 평소에도 하고 다니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모든 남자들의 메이크업을 끝냈을 때는 7시가 넘었습니다. 이제 곧 공연장소로 이동을 해야 했고, 이동 전에 피터님이 가져오신 술을 한잔씩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옅은 긴장감을 가지고 대기했던 연습실의 정리를 하고 공연을 하는 솔땅으로 이동했습니다.
솔땅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대기를 하고 있었고, 공연자와 관계자 우선으로 연습실로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미, 앞쪽은 바로 앉을 수 있는 매트가 준비되어 있고, 조명을 담당하는 구욘님과 Amber님이 왔다갔다 하고 있고, 사회를 담당한 TJ님과 잎새님은 상품들을 손에 들고 TJ님과 싸인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뒤쪽에 의자를 놓을 지 말지를 의논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공연을 하는 7팀은 옷을 갈아입고, 여성분들은 DJ석으로 모두 들어가 있고, 남자들은 공연 순서에 따라서 2명씩 DJ석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DJ석 바로 앞쪽에 촬영용 카메라가 위치해 있고, 바로 뒤쪽에는 공연하는 남자들 4명이 앉았고, 왼쪽 앞쪽에 마지막 공연자가 앉았습니다. 제일 앞에는 나루쌉, 이본느쌉, 마리오쌉이 앉았고, 우리 주변은 130기 동기들이 큰 소리로 응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반가운 얼굴들이 모두 모여서 잘하라고 격려하고 어깨한번, 등한번을 치면서 격려하고 지나 갑니다. DJ석에는 데미안님이 음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8시가 조금 넘었고, 우리는 앞의 무대를 향해서 앉아 있었는데, 사회를 보는 TJ님이 나와서 시작을 알리는 멘트를 준비하는데, 여기저기서 사람들 엄청 많이 왔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 소리에 가슴이 훨씬 더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뒤를 보고 싶지는 않았고, 앞으로 보면서 131기와 132기가 많이 왔을 것이라는 얘기를 프로도님과 나누고 있을 때, 132기 자리를 앞쪽으로 따로 만들어야한다 아니다로 의견 불일치가 살짝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지금 상태에서 변경은 어렵다고 하고, 곧 발표회를 위한 사회자 멘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매끄러운 말솜씨로 관객을 쥐락펴락 하면서 분위기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었습니다. 130기 기짱인 구욘님의 인사말씀이 있었는데, 준비하지 못했다는 변명과는 다르게 유려하게 말씀을 잘 하셨습니다.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내면서, 첫번째 단테/스잔님의 곡이 시작되었습니다. 첫번째 공연의 부담감을 잘 이겨내면서 연습했던 데로 잘 해냈습니다. 서로의 발을 맞춰서 옆으로 걷는 동작은 다음에 꼭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손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쳤던 것 같습니다. 두번째 공연은 지한/소피아라님의 밀롱가였습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서 공연하는 지한/소피아라님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였습니다. 공연 내내 웃으면서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속으로 '진짜...잘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세번째 공연은 이번 발표회의 가장 중요한 킥이 들어가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피터/지헤짱님의 공연이었고, 초반 약 1/3 지점에서 송판격파가 있었습니다. 이 송판격파를 위해서 마리오쌉은 후드티의 후드를 뒤집어 쓰고, 마스크를 쓴 상태로 '초급'이라는 글이 적힌 송판을 관객에게 슬며시 보여준 후, 정확한 위치에 대어 주었습니다. 강력한 발차기로 깨어졌을 때, 왠지 엄청 놀란 것 같은 마리오쌉의 모습과 깨고 난 뒤에 고개를 숙이고 춤을 추는 지헤짱님의 뒷모습은 정말 발표회의 명장면으로 길이길이 회자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공연 중간에 앞쪽의 조명이 맞지 않은 걸 느끼셨는 지, 마리오쌉이 기어서 조명으로 가서 수정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세번째 공연이 끝나고 나서 곧 나의 차례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는데 사회자 TJ님이 경품을 나눠주는 시간을 가지면서 많은 아재개그와 재미있는 진행을 펼쳤습니다. 네번째 공연의 프로도/티나님은 꽤 오랫동안 대기를 해야 했습니다. 공연이 시작될 때, DJ석으로 이동을 했고, 다음 차례를 준비하면서 무대를 살펴봤습니다. 프로도/티나님도 연습한데로 흔들림없이 공연을 이어나갔고, 마지막 앤딩 이후 뜨거운 키스로 공연장을 뒤집어 놓으셨습니다. "결혼해!결혼해!결혼해!"의 연호가 이어졌고, 사회자의 "이미 결혼했습니다."라는 답변이 들려왔습니다. 드디어 나의 차례가 되었고, 입이 바짝 말라서 물을 한잔을 마시고, 조금 머금고 있었습니다. TJ님이 로 찬이님, 라 무우니님으로 남녀를 바꿔서 소개를 했습니다.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고, 웃으면서 자리를 잡았고,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여러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었고, 몇가지는 놓쳤고, 몇가지는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의 사까다/히로를 4회 진행하고 빠라다를 했을 때, 다행히 마지막까지 맞지 않았던 음악의 끝부분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빰빠빰....마지막 3박자까지 맞췄고, 파트너인 찬이님을 보면서 멈춰있는데, 틀리지않았다고 잘했다고 눈웃음으로 표현해 주셨습니다. 약속대로 한바퀴 돌리고 인사를 하고 나오면서 '아.....다행이다. 잘 끝났다.'라고 안도했습니다. 우리 뒤에는 6번째 마틴/연아님의 연극이 가미된 종합예술에 가까운 밀롱가가 이어졌고, 더할나위 없이 멋지게 공연을 마무리 했습니다. 마지막은 기준/배니님의 화려한 탱고, 걸음에서 시작해서 클라이막스 라를 들어올려서 360도 돌기라는 극한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7팀 모두 구멍없이 깔끔하게 끝난 공연이었고, 다들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악수하고 손벽치고 포옹하는 시간이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기억에 남습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공연자들 지인이 나와서 꽃다발을 전달했습니다. 꽃다발을 든 채로 사진을 찍고, 쌉들의 감상평도 듣고, (루시아 쌉이 개인적인 일로 참석을 못함. 나중에 뒷풀이에 살짝 와서 얼굴만 보여주고 다시 떠남.) 130기 전체 사진도 찍고, 공연자들끼리의 사진도 찍고, 도움을 주신 분들과도 사진을 찍고, 내 대학동기였던 강혜영으로부터 초콜렛도 받고, 찬이님과 같이 나를 지도해주셨던 허브향님으로부터 꽃도 받고, 루체님으로부터도 꽃을 받고, 이래저래 꽃과 초콜렛을 생각보다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북북이님도 잘 봤다고 진짜 잘했다고 격려를 해주고 떠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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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행사가 끝나고 뒷풀이 장소는 OK포차. 차에 모든 짐을 실어두고, 나 먼저 뒷풀이 장소로 갔습니다. 모리나님과 지인분이 앉아있고, 리아님, 주주님, 나시아님, 그레이스님 등과 같이 앉았습니다. 뒷풀이 장소에 앉으니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들고, 다시 한번 다행이라는 생각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모든 축하해주고, 격려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쌉들도 고맙고, 파트너 찬이님도 고맙고, 허브향님도 감사하고, 동기들도 감사했습니다. 무뚝뚝한 바론님이 슬쩍 다가와서, "엄청 많이 늘었던데요."라고 전하는데, 다만 감사하다는 말이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동기들이 고생했다는 말도 해주고, 잘했다는 말도 해주고, 손도 꼭 잡아주고 가고 모든 행동들이 고맙고 좋았습니다. 5달전에는 얼굴도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만나면 이렇게 반가울 수 있는 관계가 된다는 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뒷풀이 장소에서는 말보다는 그냥 차분히 앉아서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알레그로님도 오랜만에 뵈었고, 지금도 헬쓰하듯이 탱고 열심히 배우고, 추고 있다고 하는 모습에 여전하게 반가웠습니다. 동선군님도 여러번 칭찬해주셨고, 앞으로의 130기의 활성화를 위한 방향을 길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클리오님께 오며가며 들었던 한마디씩이 너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의 동작을 한번 보고 바로 무릅이 아프도록 돌고 있다는 것을 짚어내고, 무릅에 무리없이 춤춰야 한다고 다양한 회전방법을 보여주시고, 무릅이 아닌 상체를 이용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시던 것이 많이 생각이 납니다. 클리오님은 내 무릅을 구해주신 분으로 여러 사람에게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체님도 디소를 이용한 회전을 시범까지 보여주시면서 알려주려고 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마틴님과 구욘님과 엠티때 나눴던 걷기와 축과 회전에 대한 긴 토론도 엄청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처음으로 탱고를 배웠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왠지 뭔가 가르쳐주고 싶게 만드는 애잔한 부분이 있는지, 참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심야밀롱가에 참여를 하고, 달맞이님, 호수님, 찬이님, 아이니님, 끌리오님, 지헤짱님과 탱고를 춰보게 되었고, 여전히 실수하고 내맘대로 안되는 것을 많이 느끼지만, 그래도 탱고가 재미있다는 것은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니님이 추면서 "탱고 재밌죠?"라고 물었는데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네, 재밌어요. 근데, 어려워요."라고 답했던 게 기억납니다.
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늦가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나의 Tango 발표회는 해피앤딩으로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