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어렵다.
2월이 되면서 하던 업무가 바뀌었다. 인사이동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회사 내에서 정보가 빠른 편도 아니었고 어차피 알아도 바꿀 수도 없어서 신경 쓰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팀으로 발령이 났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민원이 많은 팀, 복잡하게 꼬인 일이 많은 팀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나마, 같이 일할 직원들은 모나지 않고 일 잘하는 것으로 소문이 난 사람들이라서 업무적인 걱정은 덜 되었지만, 역시 나의 삶이 다른 사람들의 가벼운 결정에 의해서 확 바뀌는 것은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다.
부서 이동 후 20일도 채 안 되는 동안, 다양한 민원들과 인내심이 굉장한 대표님들과 실랑이를 하다 보니 저녁이 너무 피곤해졌다. 하루에 한 번은 글을 써야지 했는데, 침대에 엎어져서 잠이 들어버리는 때도 있고, 책을 읽고 싶은데 읽지도 못하고 잠들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야 적응이 될 것 같다. 회사에 한방 먹인다고 글을 쓰고 나서 내가 벌써 한방 더 먹은 것 같다. 역시 조직과는 다툼을 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바쁜 회사생활이 나쁘지만은 않다. 왠지, 내가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약간의 만족감도 있고, 지금 하는 일이 향후 나에게 어떤 경험으로 연결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멀리 바라본다면 지금의 일을 하면서 배운 일이 나의 향후 인생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문은 내가 기억하는 가장 훌륭한 문장이었다. 그 내용 중에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것이 없지만, 어떤 사건들이 미래를 향해 바라볼 때는 의미 없는 사건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서 그 사건들을 과거로 뒤돌아보면 모든 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너무 맞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에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은 지금 내가 하는 일과 많이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을 다시 생각해 보면, 나라는 사람은 과거에 내가 했던 행동과 경험의 결과로 만들어진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는 행동은 그 과거의 행동과 경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일을 하게 된다.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일들도 지금까지의 내가 해왔던 일과 경험을 연장선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 모르지만, 그 일에 도움이 되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가 지금 하는 일에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익혀야 미래의 내가 하는 어떤 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이 꼭 성공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 일에서 뭔가를 배워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의 일을 대충대충 하게 된다면 이 시간이 미래의 일에 사용할 수 없는 쓸모없는 시간이 되어 버린다.
현재의 나의 일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고 미래가 되었을 때, 뒤를 돌아보면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평가를 받기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은 최선을 다하고, 내가 하는 일에서 뭔가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부서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런 관점에서 미래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더 넓어지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일신우일신"이라는 말을 가끔 떠올린다. 하루가 새롭고 또다시 새로운 하루라는 말에서 사람의 성장이란 것이 이렇게 날마다 날마다 이어질 수 있다면, 그래서 죽는 날까지 계속 새롭게 더 나아질 수 있다면.....
죽을 때의 내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진 가장 좋은 모습일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