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이어오는 CEO 교육과정
내가 지금의 회사에 들어오고 2년이 지났을 즈음, 맡게 된 일이 CEO 교육과정이었다. 당시에 80만원을 받고, 교육받을 CEO를 40여명을 모아야하는 일이었는데 사람 모으는 것이 항상 가장 큰 일이었다. 당시에 그 일을 맡아서 할 때는 하라고 하니까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한 3년만에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이 나서 내가 그 일을 맡지 않게 되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잊고 다른 일을 하다가 2년쯤 후에 다시 내게 그 일이 맡겨졌다. 또 한 3년을 맡아서 하다가 이번에는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다시 2년 후에 그 일이 나에게 맡겨졌다. 이렇게 3번에 걸쳐서 나에게 그 일이 돌아오면서 그 일은 나에게 딱 맞는 시그니쳐 업무가 되었다. 내가 맡았던 CEO 기수에서 좋은 일들도 많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좋은 점을 기억하고 나에 대해서 좋은 말들을 해주었다.
그 일이 4번째로 나에게 돌아왔다. 코로나로 인해서 3년간 진행하지 못했고, 과정을 마친 CEO들 간의 네트워크도 무너져서 이제 이 과정은 없애야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때에 나에게 돌아왔다. 2022년 10월 이 과정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나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이 주어졌다. 권한은 아주 작고, 책임은 엄청 큰 일이었다. 회사내의 대부분의 사람이 이 과정은 없어져야 한다고 얘기하곤 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은 이 과정을 없애지 않고 하려고 하는 나를 좋지 않은 눈길로 쳐다봤다.
2023년 3월 과정을 오픈하기 위해서 1차적으로 예산을 수립하게 되었다. 처음 나에게 이 일을 맡길 때는 사람이 적게 신청하더라도 회사의 여유예산을 이용해서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몇단계의 과정을 거치고는 회사의 예산은 사용할 수 없으니, CEO의 수강료만을 이용해서 교육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회사의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흑자를 기록했던 적은 없었다. 원하지 않던 내게 이 과정을 넘겨주면서, 적자를 보면 안된다는 핸디캡까지 씌워 주었다. 그래도 못한다는 말을 못하고, 11월부터 꾸역꾸역 과정을 들을 CEO를 찾아다녔다.
어떤 때는 하겠다고 하는 CEO를 찾아가 신청서를 받았는데, 돈을 내라는 소리에 다음에 하겠다고 취소를 하고, 돈을 냈던 사람도 경기가 안 좋아져서 과정을 들을 수 없다고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 거의 3달에 걸쳐서 과정을 들을 CEO를 모집했고, 원래 목표로 했던 60명의 인원을 과정이 시작하기 전에 다 모을 수 있게 되었다. 인원이 다 모였다는 얘기를 들은 이 과정을 경험했던 모든 담당자들이 나에게 "축하한다", "대단하다", "누구도 당신처럼 못할꺼다"라는 말을 해주었다. 기존에 이 과정을 들었던 CEO들도 연락해서 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스스로도 안될 것 같던 일이 성취되어서 대단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 과정이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언젠가 나를 인정하지 않았던 회사에 한 방 먹일 수 있는 조용한 칼이 되어서 나의 손에 쥐여지게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나이대가 40~50대인 것 같다. 내가 무슨 일을 하던지, 그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아는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일 진행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 내가 모르는 길을 물을 수도 있고, 인터넷의 설명으로 이해할 수 없는 풀이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것도 믿을 만한 사람이 있어야 할 수 있다.
나는 월급을 받으면서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고, 강의를 듣는 훌륭한 CEO들과 좋은 관계도 맺을 수 있다. 이 과정이 주는 많은 혜택을 안다면 회사 내의 다른 사람들도 하려고 할까? 지금까지는 이 과정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일로 회사내에서 알려지게 되었고, 이번의 모집인원을 채움으로써 다시 한번 이 과정이 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회사내에 각인시켰다.
나는 이 회사에서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나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이 과정을 발전시켜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