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서 보람을 느낀 때

내가 업무에서 쫌 잘한 듯...

by Mooony

나이가 들어가면서 회사에서 대단히 임팩트 있는 업무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주 모자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할 것 없는, 있으면 나쁘지 않지만, 없어도 조직의 운영에는 무리가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회사라는 조직에는 핵심인재라는 개념이 있다. 이 사람이 없으면 당장 조직운영에 큰 문제가 생기니까 잘 챙기고, 퇴사하지 않도록 잘 살펴야 하는 사람을 핵심인재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일하는 조직에는 사실 핵심인재라는 개념이 없다. 누군가가 없어서 조직이 안 돌아가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전산인력도 퇴사하면 업무를 외주기업에 맡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핵심인재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은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정확한 청사진이 없는 것이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조직이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능력을 갖춘 인재 몇 명이 꼭 필요하다는 개념이 있어야 핵심인재라는 것을 지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근래에 굉장히 유능하다고 생각했던 직원이 사직서를 냈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해왔던 직원이라서 전 직원이 놀랬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그 직원의 업무는 다른 사람이 맡아서 잘 진행하고 있고, 후임을 뽑기 위한 공고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내가 이 회사에서 나가게 된다면 그 직원의 퇴직보다 큰일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긍정보다는 부정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되면서 조금 서글퍼졌다.


그런 와중에, 내가 이 회사를 다니면서 했던 일중에서 가장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일을 해냈다. 1년 과정으로 돈을 200만원을 내야 하는 교육과정의 인원을 65명을 모았다. 모든 직원들의 예상 교육인원은 30명 내외였다. 난 2배 이상의 교육생을 모집했다. 이 교육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놀라움과 축하를 전해줬다. 물론, 나랑 친한 사람들이기는 하다.


사실, 코로나로 인해 3년간 진행되지 않는 교육이 나에게 넘어와서 교육생을 모집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30명 모집되면 다행이라고 얘기했다. 나, 역시 요즘처럼 유튜브를 비롯한 인기 강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볼 수 있는데, 굳이 200만원이라는 돈을 내면서 대면강의를 들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모집 초반은 어려웠다. 2명 신청하고, 1명 포기하고, 추천을 받기 위해 전화를 하면 받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 달이 지나도록 채 5명도 모집하지 못하고, 이대로 가면 완전히 망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이 과정을 시작하면서부터 모집은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 쪽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 조건을 지켜야 할 사람들은 잠잠했다. 이런 교육과정에서 수강생의 모집은 주로 지인의 추천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것도 한 번의 추천이 아니라 다수의 지인이 여러 번 추천을 해야 실질적인 신청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홍보, 현수막 홍보, 신문기사 홍보를 진행했지만 연락이 오는 사람들은 물어보고는 신청하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힐 때, 뒤의 차들은 왜 차가 막히는지 모르고 몇십 분을 기다려야 한다. 수강생의 모집도 그와 같다. 왜 신청이 이렇게 저조한 지 원인을 명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한 명 한 명 모집을 위해서 쓸 수 있는 방법들을 다 써야 했다. 유관기관들에 공문을 보내도 단 한건의 추천도 없었다.


그러다가 어떤 기업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홍보할 기회가 생겼다. 그때 그 자리에서 과정을 홍보하면서 모집인원수를 2배로 늘리고, 추천하는 모든 기업에 방문해서 설명하겠다는 말을 했다. 또한, 60명의 정원이 다 차서 정원 이외의 사람들은 다음 해로 이월시키겠다는 포부도 내뱉었다. 당시로서는 실현가능성이 5%도 안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홍보 이후에 사람들의 추천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명의 추천인이 있었고, 찾아뵙고 과정의 진행에 대해서 설명드리고, 필요한 내용들을 들었더니, 그 2명이 각자 1명씩을 추가로 추천해 주셨다. 숨통이 튄다는 말이 이때 쓸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이제는 어떻게 모아야 할지 알 것 같았다. 영업이란 게 이렇게 진행될 것 같다. 내가 아는 인맥이 아닌 내가 설득한 인맥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선이 생겼다. 30명을 찾아뵈었고, 그중에 7명은 신청하셨다가 포기도 했고, 신청하겠다고 하고 하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 30명이 모였다는 얘기가 주변의 기업인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추천이 아니고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전에 추천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분위기가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모집 마감을 1주일 남기고, 내가 막 내뱉었던 60명을 넘어섰다. 이후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들어오려는 문의가 왔다. 이번에 우리 기관의 과정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소문이 주변에 퍼진 듯했다. 신청서는 70명까지 받았지만, 몇몇 분이 마지막에 그만두시면서 65명으로 최종 확정이 되었다.


기뻤다. 뭔가 해낸 것 같았다. 목표를 초과달성하고 보고서를 써서 상사에게 보고했을 때, 흡족해하면서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면서 내가 좀 괜찮은 조직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조직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 스스로가 막 내뱉었던 약속을 지켰다는 생각에 더 좋았다. 뭔가 앞으로의 일에 더 자신감 있고,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 아직 안 죽었다. 이 조직이 나 내버려 두면 득 보다 실이 더 많을 거다." 큰소리는 못 쳤지만, 속으로나마 기분 좋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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