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간에서의 하룻밤은 모르던 생각을 떠오르게 합니다.
1년에 한 번쯤 회사에서 진행하는 워크숍이 있습니다. 의무방어전이라고 생각하고, 정신 줄 놓고 하루를 머물다 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큰 기대 없이 빠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굳이 참여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 편입니다. 어떻게 보면 직원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가 다가가기도 어색하고, 그들이 나에게 다가오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있는 듯 없는 듯 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공주에 있는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캠핑장으로 만들어 놓은 북캠프라고 하는 곳으로 워크숍을 갔습니다. 인상적인 광경은 운동장으로 썼을 것이라 생각되는 곳이 무성한 잔디밭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잘 못 보던 초록색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발에 밟히는 잔디의 촉감이 푹신하고 좋습니다.
흐린 날씨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햇빛 쨍쨍한 따가운 햇살아래에서 온갖 몸 쓰는 운동을 하는데, 모두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것을 보다 보니, 같이 동화되고 어울리게 됩니다. 나이 들었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참여하지 않고,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역시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운동회의 시간이 끝나고, 운동장 주변으로 깔린 테이블에서 저녁식사를 먹고, 뒤풀이 술자리가 펼쳐집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저곳에서 서로 어울리는 사람들끼리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멀리서 찍은 사진들이 멋진 그림을 만들어냅니다. 조용히 숙소에서 머물려고 하지만, 상사로부터 온 전화가 술자리로 불려 나갑니다. 다들 직장의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명찰을 떼기는 힘들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주변 환경의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초청가수가 기타를 치면서 운동장 한가운데서 노래를 부르는데,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한 명씩 모여들더니 관객석을 만들었습니다. 덩그러니 노래 부르던 가수가 본인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 자리 잡고 호응해 주는 것이 좋았던지, 원래의 시간보다 훨씬 지난 시간까지 공연을 했습니다. 한 명씩 밖으로 나가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좋았고, 예상보다 훨씬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에게 놀라워하기도 합니다. 북캠프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캠핑장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와 풍경이 회사의 워크숍이라는 일의 연장선이라는 것과 묘한 대비를 이루어서 독특한 추억을 만들어줍니다.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다가 실수하는 사람도 있고, 술 마시고 난 이후 끝정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 중에, 중간쯤 조용히 빠져서 내 잠자리를 만들고 하루를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빠르게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