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의 변동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돈의 영향이 많은 듯합니다.
돈보다는 사랑을 택하는 드라마나 소설들을 보면서, 어렸을 때는 모든 것을 거는 사랑에 대해서 로맨틱하다고 느끼고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랑이라는 감정의 지속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어리석은 짓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명작에서 왜 그들은 그렇게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을까를 살펴볼 때, 상황에 따른 부모들의 대응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이 재미있었습니다. 서로 사랑에 빠진 두 젊은 남녀들에게 그냥 놔뒀다면 꺼졌을 사랑의 불꽃을 못하게 막음으로써 자의식의 과잉을 만들었고, 갖지 못할 금지된 사랑이 더 좋아 보이게 만드는 후광효과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치 못 먹는 과자가 더 맛있고,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이듯이 말입니다.
돈에 여유가 없을 때의 젊은 나는 조그마한 손실에도 감정이 널뛰듯이 기분이 좋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생활에 여유가 생기게 되면 화가 나는 손실의 금액이 조금은 늘어나게 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의 정도는 대략 10만 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나의 상태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는 일이 어제 발생했습니다. 어머니의 치아 때문에 치과를 갔는데, 임플란트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어서 1차 결제가 완료되고, 전체 금액을 무이자할부혜택도 없다는 얘기를 듣고 열이 확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300만 원이 넘는 갑작스러운 치료비는 나의 감정상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합니다.
나에게 뭔가 좋은 일로 인해서 300만 원이 추가적으로 들어오는 일이 있다고 했을 때의 기분 좋은 느낌과 알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서 300만 원의 손실이 생기는 사례를 비교해 볼 때, 감정적으로 훨씬 더 큰 충격은 내가 가지고 있던 것에서 손실이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들을 심리학 실험으로 테스트를 했던 것이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전망이론 실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전문용어로 '손실회피'라는 개념을 쓰고 있습니다.
손실은 감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나의 감정이 기분 좋음에서 불쾌함으로 떨어지고, 손실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 고민하게 합니다. 이렇게 감정이 나빠진 상황에서는 다른 일들로 주의력을 돌리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이런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쓴 방법은 잠을 좀 더 많이 자서 오늘의 일을 다음 날의 일과 분리를 시키는 방안을 사용해 봤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길게 자고 난 뒤에 감정이 조금은 개선된 것을 느낍니다. 또한, 일시불이라는 방식을 조금은 정리해서 지급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생활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마련한 것도 감정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김연경과 서장훈의 Shorts에서 나오듯이 돈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고 나면 남들에게 손을 안 벌려도 된다는 것과 사소한 차량의 스크레치에 지나치게 기분이 나빠지지 않아도 된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공감하게 됩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와 상황,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를 알아가는 것이 나이 들어가는 것의 자그마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장 큰 스트레스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그런 불행이 찾아오지 않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