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클라운 - 죽지마

이건 노래인가, 읊조림인가, 위안인가? 그런데 눈물이 나요.

by Mooony

살다 보면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질 때가 있습니다. 세상이 나를 무가치한 적대자로 보는 것 같고, 모든 세상이 내가 이곳에 존재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라는 하찮은 것이 이 세상에서 무슨 유익이 있는지 하나의 이유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나는 항상 지기만 하고, 이긴 것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힘들곤 합니다.


그럴 때,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단 한 가지 이유. 내가 살아갈 단 한 가지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 이유를 동아줄 삼아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한 가지 이유를 실패의 경험들이 덮어버리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가장 자주 나를 돌려주는 것은 가족입니다. 내가 책임져야 하고, 내가 보살펴야 할 가족, 내가 없어졌을 때 받을 고통과 슬픔을 생각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합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너무나 가슴에 와닿아서 쇼츠로 보던 짧은 구절이 아닌, 전체 가사를 살펴보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한 부분을 떼어내어서 감상을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부분이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죽을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이유, 살아가야 할 이유를 던져줍니다.


나의 아저씨에서 고 이선균의 대사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냐"라는 말이 들리는 듯합니다. 그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못하고 우리 곁은 떠난 이선균이 이 노래를 들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까요?


사람의 감정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 가라앉고, 조금 큰 슬픔으로 포기를 생각합니다. 내 맘대로 안 되는 한 가지 일이 나를 우울하게 하고, 생각지 못했던 조그마한 행운으로 뭔가 잘될 것 같다는 기쁜 마음으로 돌아서기도 합니다. 이 노래는 그런 끝이 잘못된 막다른 골목길로 들어갔을 때, 꼭 들어야 할 노래인 것 같습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성경의 해석에 나왔던 문구도 간결하고 좋았지만, 본인의 경험이 묻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잘못된 결정을 할지도 모를 누군가를 간절하게 잡는 이 노래가 너무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드클라운에게 감사를 보냅니다.


'그런 하찮은 행운이 너한테도 한 번쯤 올 때까지 한 달만 더 살아보자.'

'여기 있는 사람들 백 년이면 다 사라져'

'오늘 보고, 내일 보고, 모레 또 봐. 매일매일 오래 봐. 오늘은 죽지 마'



https://youtu.be/ekKnNTpm3Cs?si=v8Iliw_3FQCyr5vb


죽지 마

동굴 속에 숨지 마

기죽지 마

완벽하게 안 살아도 돼

거울 앞에서 그렇게 울지 마


흔들리는 것들이 예뻐

그러니까 흔들리면 흔들리게 둬

아니, 춤을 춘다고 생각해

외로운 발자국 하나 하나

지구에 키스마크를 남긴다고 생각해


눈앞이 캄캄해져서 아무것도 안 보일 땐

넌 그냥 멋진 선글라스를 낀 거야

무지개는 굽어야 무지개고

늘 비가 온 뒤 떠

좀 지친 거야


알아

모두 아픔에 대해 아는 척을 하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척을 하래

행복한 꿈 꾸라고 말을 하고 다들 자는 척을 하네


내 작은 방

아무리 두꺼운 커튼을 쳐도

무책임한 희망을 주고

그 빛을 억지로 들이미는데

근데 사람들은 몰라


웅크린 넌 개미같이 하찮고

안쓰러워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돋보기 같아서

그 빛이 널 지져 죽인다는 걸

가장 조용한 사람들의 머릿속이 가장 시끄러운 걸

사람들은 몰라


희망을 주지 마

일으켜 세우지 마

다시 싸우게 하지 마

푹 자고 싶어

깨우지 마


너 아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건데 됐고

됐고, 나 뭐 그런 거 모르겠고

죽지 마

오늘은 죽지 마


끝을 낼 수 있다는 게

죽을 용기를 낼 만큼 용감한 건지

살 용기가 없는 겁쟁이인 건지 모르겠지만

그걸 알 때까지는 죽지 마


행복이란 게 마치 숨바꼭질 같았겠지

골목 모퉁이

방구석 책장 뒤

침대 밑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 않았겠지

영원히 술래라고 느꼈겠지


네 평짜리 원룸이던 60평짜리 아파트던

집 들어가기 직전

현관 앞에서 망설이고 서성이던

너의 발자국이 찍혔다면 마치

살해 현장처럼 어지러웠겠지


내일이 왔을 때

네가 아직도 여기 있을 거란 걸 못 믿겠다면

네가 널 못 믿겠으면

내가, 내가 너를 믿어줄게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계속 살아야 될 이유를

내가 한번 말해볼게


내 직업

연예인이고 뭐 어쩌고 그런 거 아무것도 아니고

스마트폰 속에서

티비 속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고

너랑 똑같은 사람으로서

우리 아빠 자랑스러운 자식으로서

이 그지같은 SNS들

온통 행복해 보이는 사진들 속 가장 우울한 세대, 우리

죽지 마


뻔한 말이라도 들어, 야, 들어

아무것도 아냐

지나가면 진짜 아무것도 아냐

여기 있는 사람들 백 년 뒤면 다 사라져

저 개같은 소문들도, 미국 대통령도

세상의 모든 부자들도, 빈자들도, 새들도, 꽃들도

그리고 너도, 나도


그러니까

한 시간만 더 살아보자

건조기 돌리면 한 시간 금방 가

한 시간이 지나면 건조기에서 갓 나온 빨래 냄새

그거 맡으면서 힘내자

그렇게 하루 더 살자

하루 더 살면

쿠팡에서 제일 비싼 샴푸, 린스 산 다음에

그 두 개를 동시에 다 써버릴 때까지


집에 오는 길 현관 바로 앞에서

듣고 있던 노래가 영화처럼 딱 끝날 때까지

그런 하찮은 행운이 너한테도 한 번쯤 올 때까지

한 달만 더 살아보자

그렇게 하루를 더 살고 한 달 더 살면

올해도 금방이야


그렇게 우리

오늘 보고 내일 보고

모레 또 봐

매일매일 오래 봐

오늘은 죽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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