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모임

독서모임-아버지의 해방일지(2026.01.31)

내가 감동받은 책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by Mooony


추천자, 발제자, 진행자 : 무우니

토론도서 :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참석자 : 박선희, 흥마늘, 단, 들꽃향기, 이윤경, 무우니 6명


아주 오랜만에 독서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맞아, 나는 책 읽는 사람이었지? 누군가에게 지적당하고 의기소침해지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 조금은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이 모임에서 저는 발제를 자주 하는 역할은 아닙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라는 책을 읽고 난 이후, 정지아 작가님의 필력과 그 내용에 너무 감명받아서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감정인지를 확인하고 싶은 생각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에 후기 전담의 역할을 담당하던 제가 발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단편적으로 읽고, 깊이 있는 해석에는 다다르지 못하고, 문학적으로 소설을 해체하고 그 의미를 상세히 살피지는 못한다는 스스로의 평가에 진행에 조금 걱정도 되고, 아주 1차원적인 발제문으로 2시간을 끌기도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했지만, 역시 참석하신 분들의 독서력에 힘입어 새로운 시각과 해석,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과의 연결에서 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참석자분들이 모두 차분히 발제순서에 따라주셔서 주제의 순서에 벗어나지 않고 순차적으로 얘기를 나눴습니다.


처음은 가벼운 총평으로 시작했습니다. 필력, 가족, 아버지에 몰입, '맛있는 전라도 해장국을 먹은 느낌'이라는 말이 인상 깊게 남습니다. 그중에서도 울컥했다는 말, 많이 울었다는 말, 아이들이 나의 뒷모습을 바라볼 것인데 그것이 무섭다는 말, 내가 자식에게 어떻게 비칠지에 대한 인상을 얘기하는 것에서 이 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케 하는 질문이 가슴에 와닿았다고 생각됩니다.


사회주의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경험으로 고상욱과의 비교를 통해서 스스로의 운동을 흉내만 낸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분이 있었는데, 그 말에 포함된 스스로에 대한 투명한 객관성과 자기 성찰이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아버지와 연결된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데 그 사람들에 대해서 각자가 느끼는 바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이 또한 한 명 한 명의 인물들을 얘기하면서 그 속 배경이나 작가의 시선에서 내가 느끼지 못했던 의미를 공유하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작은 아버지에 대해서는 막연히 자신의 불행을 삐뚤어지게 표현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인물을 미안함과 죄책감을 온전히 받아들일 용기가 없는 착한 소시민으로 증오라는 형태표현한 사람이었다는 설명은 인물을 훨씬 더 명료하게 이해하게되었습니다. 518 사진전에 다가가기를 꺼리던 거부감과 그 거부감에 포함되어 있던 반공사상 교육의 무의식적 잔재를 이끌어 내면서, 소시민에 스스로의 책임을 받아들일 용기도 없어서 그 미안함과 죄책감을 형에 대한 증오로 표현해 왔다는 해석에서 우리 누구에게서도 일어날 수 있었던 안타까움과 공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고상욱의 죽음을 알리고, 작가가 작은 아버지를 아버지에게 얽매여있다가 풀려난 것으로 해석하는 장면이 위의 설명과 같이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화장된 유골과 함께 터져 나오는 울음으로 한과 증오가 풀어지기를 바라는 장면과도 연결되어서 연민을 더하게 됩니다.


그 시대 반공교육으로 인해서 좌익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의 얘기도 잠시 나왔습니다. 이런 선입견에 선명하게 금을 가게 했던 소설로 태백산맥을 꼽아주셨고, 이 책을 통해서 혁명가라는 사람들에 대한 시티컬한 비판적 시선을 완화해 주는 것 같아서 이 책이 더 호감이라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그 말과 더불어서 딸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혁명가로서의 행동과 사고를 비꼬는 것이 고정관념적 시선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부분은 제 사고의 확장으로 이어져서 좋았습니다.


여성인권의 신장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좌익운동가가 되었던 어머니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셨던 분도 있었습니다. 당시의 운동권 활동에 대해서 부정적인 편견이 많았었는데, 힘든 그 시절에 살아내느라 고생했을 어머니의 삶도 이해가 된다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혁수라는 인물을 꼽아주셔서 좋았습니다. 진짜 딸보다 더 아들같은 혁명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연결된 가족같은 인물인 혁수를 보면서 종교적인 아버지에게 그와 비슷한 사람을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정말 소설이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이라서 더 공감이 간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아버지의 주변 인연을 살피면서 삶 전체의 껍데기를 벗기면서 알아가는 딸이 가장 인상 깊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실제로 장례식장에 오는 모든 사람을 이 소설처럼 깊이 알 수 있을지에 대해서 경탄하고 의심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오거리 슈퍼 노랑머리 여자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살짝 여쭤봤었는데, 의도적인 캐릭터로 자본주의 소시민 피해자 같은 사람들을 모아놓은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이주민 노동자라는 문제도 같이 포함시키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배치한 인물 같다는 평에 전혀 생각지 못했던 관점이라서 흥미로웠습니다. 갑툭튀 라는 말도 있었고, 현실 다큐멘터리에서 소설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구성으로 인식되는 부분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천수관음보살의 문장, 사램이니께 라는 말로 사회문제에서의 포용을 얘기한 것은 어떤 맥락이었는지 다른 생각을 하다가 놓친 부분입니다.


세 번째로 궁금하고 듣고 싶었던 얘기는 이 책의 제목이었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의 해방일지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얘기한다는 해설은 많이 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삶이 죽음으로서 해방을 맞이한다는 것은 그 전의 삶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듯해서 또 다른 뜻이 있지 않을까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이 제목은 저자가 지은 것은 아니고, 편집자가 뽑아냈고, 그 보다 나은 제목을 찾을 수 없었다는 정보를 흥마늘님께서 전달해 주셨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빨치산의 딸 3'이 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에 그러면 읽는 사람이 훨씬 적었을 것이라는 부분에 전부 동의했었습니다.


아버지가 바라고 원하는 세상이 아버지의 죽음으로 이루어졌다는 해석이 쉽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꿈꾸던 가치와 신념, 사람에 대한 따뜻함을 놓지 않는 것, 이념에 대한 맹목적인 공격과 관계에서 낙인찍힌 고상욱이라는 인간이 장례식장에서 빨갱이가 아닌 고상욱이라는 존재로 되돌아오는 것에서 살아생전 맺고 싶었던 관계에 죽음으로서 도달했다는 설명, 딸과의 관계회복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는 말이 핵심을 찌르는 것 같으면서도 그게 맞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모두 사랑하고, 모두 아름다운 아픈 곳을 서로 쓰다듬어주면서 화합하는 세상은 이데아로 장례식이라는 죽음이라는 마침표 앞에서의 평등, 사람들의 지위와 계급과 은원이 무의미해지는 시기와 장소, 관념적인 평등인 죽음에 이르는 것이라는 말이 해방에 대한 이미지를 더 드러내는 것도 같았습니다.


현실이 중요하지만, 살아가는 동안은 고뇌와 걱정이 함께하고 그 모든 고뇌와 걱정에서 죽음으로 마무리지어진다는 측면에서 죽음을 해방으로 본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삶에 대한 희망과 살아갈 의지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개인적으로 강박적으로 느끼고 있던 마음이 조금 너무 억압적이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스스로를 살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죽음에 대해서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만은 해방을 자녀의 출가와 같다는 생각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한편으로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꼭 있어야만 하고, 출생, 결혼, 죽음이 한 단락의 끝이고 그 이후에도 새로운 문이 열리는 끝이 아니라는 의견에 공감과 위안을 얻습니다.


'아버지의 사회적 정체성에서의 해방'이라는 말도 위의 내용들과 이어지면서 이해를 깊게 하는 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준비했던 주제 중에서 진리라고 믿었던 신념이 진리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의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자신감 있고, 저돌적인 실행력을 볼 때면 소심하고 주관이 부족한 나는 항상 부럽게 생각합니다. 나는 항상 무엇이 진짜 맞는 것인지 주장하기가 무섭습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진실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라는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내가 진실이라고 사람들에게 한 말과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혀졌을 때 내가 했던 행동들에 대한 나의 책임은 얼마나 내가 감수해야 하는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행동하지 않는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답으로서 스스로를 혁명하고, 내적 개조에 열려있으면서 역사를 다시 이해하고 그 속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다시 찾는다는 대답은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어떤 사상에 대해서 배우고 익히면서 나라는 존재 자체가 추구하는 방향마저 흔들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 역사적으로 정치라는 것은 다수를 대변하는 방식인데, 나는 힘없는 약자의 편에 서는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을 유지할 수 있다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나의 행동에 부끄럽지 않도록 스스로를 살피면서 신념에 따라서 사는 것이 맞는 삶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사상과 철학은 바른 길을 얘기하지만, 권력과 이익에 경도된 몇몇으로 인해서 그 생각들이 변질된다는 말도 깊이 받아들여지는 말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탈북민들의 삶을 예시로 들어주셨는데, 북한의 사회주의 현실을 깨닫고 한국에 왔다가 한국에서는 자본주의 현실에 두 번째 충격을 받고, 삶에 대한 배신감을 느낀다는 내용, 평양 탈북자와 그 외 지역 간의 계층과 인식차이에 대한 얘기를 통해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무리지음과 이기성에 대한 한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도 기억에 남습니다.


잘 읽지 않는 소설에서 느끼게 되는 간접경험과 그 경험을 또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듣는 얘기들에서 읽고 난 이후 잊고 있었던 이 소설을 다시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번 모임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소설의 좋은 문장들을 좀 더 공유하고 한 문장의 의미를 더 짚어보고, 나오는 인물들 각각에 대한 인상을 나누면서 서로가 보는 다른 시각들을 비교해 보면서 한 1박 2일 워크숍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진짜 잘 써보고 싶은데, 모든 내용을 다 담기도 힘들고, 제대로 듣고 전달하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답글 써주셔서 그 시간이 온전히 남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또 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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