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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Mar 19. 2023

어떤 노래가 가슴에 와닿을 때

내가 몰랐던 나의 감정이 명료화되는 것 같다.

https://youtu.be/XTsdPeUKlZg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날의 바다는 퍽 다정했었지.

아직도 나의 손에 잡힐 듯 그런 듯해.

부서지는 햇살 속에 너와 내가 있어

가슴 시리도록 행복한 꿈을 꾸었지.


우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너의 목소리도 너의 눈동자도

애틋하던 너의 체온마저도

기억해 내면 할수록 멀어져 가는데

흩어지는 널 붙잡을 수 없어.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해.


그때는 아직 네가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우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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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갑자기 이 노래를 들었고, 좋았다. 전에도 들었는데, 어제는 그냥 가슴에 담기는 듯했다. 왜? 어제저녁에 이 노래는 내 가슴에 들어온 것일까?


꽃이 아름다운 것도, 내 앞의 사람이 그렇게 사무치게 그리운 것도 그때는 알지 못했다는 가사, 영원할 줄 알았던 시간이 흘러가고 변한다는 문장들이 가슴에 와닿았던 것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람의 감정이란 그런 것 같다. 항상 변하고, 감정이 생기고 난 이후 그 이유를 찾게 된다. 그럼에도 그 이유를 명확히 알지는 못하고 또 시간이 지나간다.


나는 한 번씩 꽂히는 노래가 있다. 어떨 때는 하루 종일 그 노래만을 듣고 싶은 경우들이 있었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를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 어제저녁 이 노래는 왜 내게 그렇게 좋았던 것일까?


아침에 일어나서 좋았던 이유를 적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다음에도 그런 느낌일 때 들을 수 있게 남겨놓고 싶었다. 이 노래를 부르는 상황에 몰입이 되었던 것이 첫 번째 이유인 것 같다. 윤하라는 가수가 자우림이라는 원곡자 앞에서 편곡된 노래로 자우림이 느꼈을 노래에 담긴 감성을 표현해 냈고, 그 감성에 자우림은 공감과 감사를 표했다. 이 노래를 듣는 동안의 관객들의 반응도 나와 같이 지나버린 어느 한 시점을 떠올리면서 한 편의 후회와 한 편의 아쉬움과 돌아올 수 없는 그 시간의 지나버림을 그리워하는 모습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르게 느끼고, 다른 생각을 했겠지만, 왠지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을 것이라는 어렴풋이 느낀다.


나는 "사무치게"라는 단어가 좋았다. 외로움, 후회,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지금 현재의 이 시간도 어느 시점이 지나면 또한 사무치게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요즘, 글쓰기에 대해서 약간 열정이 떨어졌다. 사실 내가 쓴 글이 누구에게 읽히기 위해서 쓰는 글은 아니지만, 읽어주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왠지 공부를 하고 시험을 쳤는데 좋은 점수가 안 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쓴 글이 마음에 드는 날도 있고, 오늘은 글이 서로 짝이 안 맞는구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고 더 잘 쓰기 위한 노력을 하기에는 지금 하는 일이 바빠졌고, 날마다 써야지 하다가도 하루씩 미뤄지다 보니, "에이 내 글을 누가 그렇게 열심히 읽어준다고...."라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라나면서 글쓰기를 굳이 힘들게 할 필요 없다는 마음을 먹는 것 같다.


이런 때, 좋은 책, 좋은 노래, 좋은 강연들은 도움이 된다. 어제는 "핑크팬더의 블로그 글쓰기"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단지 앞쪽 20여 페이지를 읽었는데, 갑자기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어주는 좋은 책이었다. 그렇게 책을 읽다가 유튜브를 보면서 잠이 들려고 했는데, 영상들을 찾아가다가 윤하가 부르는 자우림의 "스물 다섯, 스물 하나"를 다시 듣게 되었다. 일단, 다시 그 때의 감정을 되돌려보면 "부러움"이 가장 첫 번째 감정이었던 것 같다. 노래를 만든 사람과 그것을 커버한 사람이 서로에게 감사를 표할 수 있는 모습 자체가 너무 아름다웠다. 다음으로 내게 느껴지는 감정은 아쉬움과 애틋함이었던 것 같다. 왠지, 지나버린 시간들, 내가 이만큼 나이 들었다는 데 대한 허전함이 가슴 한 곳을 채우는 듯했다.


이 나이가 먹고 나서 뒤를 돌아보면, 내게는 후회의 순간들이 많다. 그때 이러저러했더라면, 지금은 어떨까?라는 생각들은 어쩔 수 없이 남게 된다. 누군가는 자신은 인생에 후회가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글쎄 그 말은 그냥 현시점에서 자기의 삶이 만족스럽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하는 말이지 정말 후회되고, 바꾸고 싶은 순간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요즘의 나의 삶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만족하지만, 그럼에도 미숙했던 어느 시절의 아쉬움과 후회를 되새기게 하는 노래라서 좋았던 것이라 내 나름대로 나의 감정을 해석한다.


언젠가 또 다른 애틋함과 사무치는 느낌이 필요할 때 다시 꺼내서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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