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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Dec 08. 2023

지식에 대한 갈망

-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다.-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언제부터 책을 읽었는가 생각해 보니, 나의 독서의 시작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만화책이었던 것 같다. 부산의 쇼핑가의 2층에 있었던 "만화방"에서 앉아서 그림을 보면서 책을 읽을 때 행복했었다.


시간이 지나고 만화책이 충분히 다양하게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글자가 많은 무협지로 넘어갔었다. 무협지는 완전한 신세계였다. 똑같은 패튼이지만, 다양한 기연과 인연에 더해서 강자가 되는 과정과 복수의 내용들이 계속 읽어도 재미있었다.


요즘도 가족들 사이에서 얘기되는 내용 중에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로 자율학습을 하러 가면서, 학교로 가지 않고 만화방에서 만화와 무협지를 보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창문이 열리면서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던 때가 있다. 보통, 옛날의 만화방은 지하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하에서 내려오는 곳의 창문을 열면 만화 신간을 전시해 놓은 곳과 마주 보게 되어 있었다. 창문이 열리고 어머니 얼굴이 나타났던 순간은 지금도 섬뜩한 공포를 유발하는 장면이 되었다. 알고 보니, 내가 가지고 나온 가방이 여동생의 가방과 똑같은 디자인이라 바꿔서 가져왔고, 어머니는 내 가방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학교까지 찾아갔었던 것이다. 학교에서는 내가 온 흔적이 없고, 나를 잘 알고 있던 어머니는 주변의 만화방을 뒤지면서 나를 찾으셨던 거였다. 대학학력고사가 4개월도 남지 않은 시간이어서 크게 야단치지 못했다고 하시는데, 실망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다행히 그 해에 내 실력보다는 높은 대학에 무사히 합격함으로써, 순간의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나의 독서의 시작을 살펴보다 보니, 흥미위주의 만화와 무협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부터 교양서적이라는 것을 빌려서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심리학서적과 역사책 등을 읽게 되었고, 친구들이 읽는 책들을 추천받아서 다른 책들도 읽기 시작했다. 책을 빌리는 도서대출권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때는 수기로 적어서 한 권을 빌리면 빌린 내역이 도서대출권에 목록으로 적혔다. 1년에 몇 권의 책을 빌렸는지를 그때그때 알 수 있어서 빌리는 재미에 독서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대학이라는 곳이 지금까지 시키는 일만 하던 생활에서 자기 스스로 뭔가를 찾아서 해야 하는 자율이 주어짐으로 인해서 혼란스러웠는데, 마침내 주변에는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 그들의 좋은 습관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고, IMF를 맞아서 퇴직하고, 새로운 회사를 찾는 중에 지식을 쌓는 독서는 점점 줄어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현재의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굉장히 좋은 강의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나의 독서생활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내 머리를 두들기는 것 같은 강의내용이 있었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만족하지 않으신다면 혹시 지난주에 한 일과 이번 주에 한 일이 크게 다르신 분이 있으십니까? 똑같은 일을 하면서 결과가 다르기를 바라는 것은 여러분이 잘못된 것 아닙니까?"


그때부터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독서와 관련된 책도 찾아보고, 자기계발서적도 주기적으로 읽고, 경제경영에 대한 책도 찾아가면서 읽었다. 자기 계발서적의 단점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아무리 읽고, 몇 번 따라 해봐도 나의 삶이 크게 바뀌는 것을 느낄 수가 없었다. 몇 년간의 열정적인 독서가 점점 열의를 잃고 지식에 대한 갈증도 잊게 되면서 천천히 읽는 책의 숫자도 적어졌다. 인터넷을 통한 종이책의 장점도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도 많았고, 시력도 조금씩 안 좋아져서 책을 읽는 것이 힘들어졌던 것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의 삶에 대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경제경영서에만 관심을 가졌던 시기가 이어졌다.


작년 말(2022년)부터 다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올해는 열심히 책을 읽었다. 예전처럼 1년에 100권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권수를 정해놓고 읽지는 않았다. 두께도 크게 문제가 없었고, 추천받는 것이나 내가 보고 싶은 책이라면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있다.


1년간 읽어왔는데 독서가 어땠는지 나 자신에게 자문해 봤다. 좋았다. 작년 이 맘 때의 나보다는 더 나아진 것 같다. 더 많은 지식과 더 많은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이 있었던 것 같다. 여전히 눈은 아프지만, 종이책으로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읽는 것이 좋다.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지식에 대한 갈증이라는 것이 이런 의미인 것 같다.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게 되면 더 많은 갈증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지식을 조금 알게 되면 그 얕은 지식에서 파생되는 더 깊은 지식에 대한 갈증이 생겨나는 것 같다.


며칠 전에 읽었던 책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문구를 찾았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경험하는지 모른다. 무엇이 우리의, 기억에 들어와 저장되는지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 중 그 누구도 "나"가 누군지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자기 자신이 누군지 정확히 안다는 감각을 느끼며 산다.

 

앞으로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내 자신이 누구인지 어렴풋이는 알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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