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rica, South Africa - Letho - South.A
밤새 달려 레소토로 오르는 입구 아래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오르막에 위험한 코스라고 판단해서 바로 오르지 않고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추웠기 때문에 시동은 끄지 못하고 히터를 약하게 틀어놓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마자 잠에 빠졌다. 알람이 울렸다. 밖은 밝아지고 있었다.
레소토 국경까지 오르는 길은 매우 험했다. 출발하기 전에 익히 레소토 국경 입구에 대한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4륜 자동차가 아니면 허가조차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하지만 막상 관리를 따로 하는 곳은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SUV 차량이 아닌 차체가 낮은 차량은 절대 불가능하다. 비포장 도로도 이런 상태는 없다. 하지만 풍경만큼은 정말 최고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작은 나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꼭 들르는지 알 수 있었다.
오르는 중간 탁 트인 풍경에 차를 갓길에 세우고 내렸다. 그리고 잠시 풍경을 감상했다. 그랜드캐년에 가본 적도 없으면서 '와~ 그랜드 캐년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매 순간, 매 초가 새로운 이곳을 다 담고 싶었다. 아무리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내가 원하는 만큼 담기지 않았다. 늘 그랬듯. 정말 피곤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피로를 느끼지 못했다.
험악한 길을 뚫고 마침내 레소토 국경에 도착했다. 먼저 우리는 출입국 사무소로 가서 여권을 내밀었다. 5명의 여권을 다 걷어서 한 번에 내밀었다. 안에 있던 여자 직원들은 처음 보는 과자 같은걸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다희가 뭔지 궁금해하자 직원이 창을 통해 과자를 내밀었다. 역시 다희 다웠다. 나도 슬쩍 한 줌 집어 먹어봤다. 살짝 향이 세고 새콤한 치토스 같은 느낌? 맛이 나쁘지 않았다. 직원들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면서 최종 도장을 받으려는데 돈을 내야 했다. 다희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순간 다희가 분주하게 지갑을 찾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다희가 지갑을 분실했다.
우리가 모았던 돈이 다 사라졌다.
큰일이었다. 우리는 가지고 있는 돈을 탈탈 털었다. 하지만 우리가 내야 하는 금액에 턱없이 부족했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다가 말도 안 되지만 입국비를 깎아달라고 얘기해봤다. 이게 사실 말이 되는 일인가? 당연히 기대도 하지 않고 해본 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있던 남자 직원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금액 55만 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샵 샵!이라고 말했다.
샵 샵 : 굿굿, 좋아 좋아, 괜찮아 괜찮아 등으로 쓰이는 말
그렇게 또 한 고비가 넘어갔다. 돈을 잃어버린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누구 하나 책임을 묻지 않았다. 분명 잃어버린 것에는 책임이 있다. 그렇기에 회사를 가던 모임을 가던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 그만큼 힘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여행에서 돈 관리는 혜택 하나 없이 오로지 책임만 주어질 뿐이었다. 그래서 책임을 묻을 이유도 없었다. 물론 잃어버린 다희가 더 속상할걸 알기에 그 마음을 이해하니까 너그럽게 넘어가 줬다는 건 알고 있다. 이미 해결할 수 없는 일로 여행을 망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책임을 다희에게 넘겨준 내가 오히려 미안할 뿐이었다.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미리 걱정했었다. 애들이고 누나고 책임 저야할 부담을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책임지고 말지. 다만 나 나름대로 해야 할 것들이 많았기에 돈 관리까지 하기에 벅차서 넘겨줬는데 결국 일이 터졌다. 여하튼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돈은 나눠서 보관하기로 바꿨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차로 돌아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 근처 빈 공간에 자리를 깔고 먹을걸 꺼내 먹었다.
출입국 관리소를 넘어 좀 더 오르니 도로가 하나 나왔다. 그곳을 통과 주차를 하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펍이자 롯지인 사니 톱에 들어갔다. 안은 너무 따듯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무엇보다 며칠 만에 인터넷을 접할 수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너나 할 것도 없이 예정에 없던 돈을 쓰게 됐다. 맥주와 과자 핫초코 등을 주문했다. 무박으로 달려온 우리는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각자의 시간을 갖었다. 나는 잠시 쉬다가 밖으로 나왔다. 주변은 일부가 눈으로 덮여있었다. 아프리카에 눈 ^^ 상상해봤는가? 그리고 말과 양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4시간쯤 흐렀을까 다시 돌아와서 가게 매니저와 우리 계획에 대해서 얘기하니 너무 먼 여정이라고 한다. 영우랑 매니저랑 한참을 얘기한 뒤 우리는 결국 원래 우리 계획대로 하기로 하고 근처에서 숙박을 하기로 했다. 2시쯤 나와 출발하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도로에는 당나귀, 말, 양등이 돌아다녔다. 아마 여기 사람들은 당나귀를 타고 주로 일을 하고 이동을 하는 듯했다. 중간에는 도로 가드레일 바깥쪽에 앉아 있는 현지인 4명을 보고서 우리는 차를 세웠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가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다. 그렇게 그들과 셀카도 찍었다. 그들이 오밀조밀하게 사는 마을도 보이고 밥 짓는 연기도 보였다. 사실 영우와 나는 저런 마을에 들어가 우리 텐트를 치고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수가 그러길 원하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숙소를 찾아야 했다.
먼저 도착한 곳은 스키장 리조트였다. 스키장까지 있으니 말 다했지 뭐. 아프리카는 이런 곳이다. 그곳에 가장 싼 방을 묻자 허름한 도미토리를 먼저 안내했다. 그리고 인당 220을 불렀다.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에 우리는 텐트를 가지고 있으니 장소만 제공해 달라고 협상을 했지만 실패했다. 그곳에 있던 외국인 부부가 자기가 아는 사람이 있다며 기다려보면 그가 해결해 줄 거라고 했는데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그들과 인사를 하고 우리는 그곳을 나왔다. 그 시간이 되니 이미 밖은 깜깜했다. 우리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산 중턱에서 내려가기를 선택했다. 가는 동안에 방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모 아니면 도다! 하고 2시간을 다시 달렸다. 밖은 비가 오다가 눈이 오다가를 반복했다. 그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 롯지였는데 협상을 시도했다. 방 2개에 인당 220. 사실 시설은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가격을 더 불렀지만 깎아달라고 해서 조금 네고한 금액이다. 우리는 더 깎아달라고 했지만 더는 통하지 않았다. 이미 무박을 하고 온 상태라 더 찾아보자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하는 수 없이 그곳에 머물기로 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이틀 만에 짐을 풀고 바로 샤워를 하고 밥을 해 먹었다. 쌀, 간장, 김, 양파, 굴 소스로 또 맛있는 한 끼를 해결했다.
그리고 다 같이 방에 모여 앉아 자금 사용에 대한 얘기를 좀 나눴다. 지금까지 사용한 금액 그리고 앞으로 금액 사용에 대한 얘기를 했다. 모두 의견이 완전히 맞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의견을 하나로 합치고 다 같이 영화 '용의자'를 봤다.
오전에 숙소 나와 길을 나섰다. 문득 길을 걷고 싶었다. 그동안은 정말 하루에도 몇 시간씩 걸어 다녔는데 아프리카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모든 이동이 차를 통해 이뤄졌기에 도통 걸을 일이 없었다. 길 중간에 그나마 시장도 있고 건물도 있는 곳에 무작정 내렸다. 너무 속이 후련했다. 얼마 만에 걷는 길인가, 너무 좋다.
길에 내리자마자 길에서 굽는 고기를 발견했다. 이것을 먹겠노라 생각하고 바로 돈을 인출하러 직행했다.
돈을 인출하러 가는 길에 머리 자르는 곳부터 노점상 등 이곳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그들만에 특색이 담긴 간판 아닌 간판들과 그림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곳에서 유일하게 다른 사람인 우리 5명이 이 길을 걷고 있는 게 안전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 갓길에 그냥 주차해놓은 차가 걱정이었다. 누가 창문을 부수고 물건을 훔쳐가진 않을까 걱정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서 몇 가지 필요한 걸 샀다. 슈퍼 안에는 직원으로 동양인처럼 보이는 여성이 있었는데 자꾸 우리 눈치를 보는 듯했다. 한참을 그렇게 눈치를 보다가 결국 우리가 나가려고 하자 그제야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일본인이었다. 그녀는 여행이 아니고 이곳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관광객이 특히나 동양인이 이곳 슈퍼에서 물건을 사는 게 얼마나 오랜만이었으면 말을 걸까. 아니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슈퍼를 나와 좀 더 구경하는데 길가에 체스 같은걸 하고 있길래 뭔가 하고 구경을 했다. 체스는 아니지만 룰은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간단했다. 우리가 구경을 하고 있으니 그들도 우리에게 말을 걸면서 해보겠냐고 권유했다. 영우가 거기서 현재 1등이랑 자기랑 하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그런 우리 모습이 귀여웠는지 모두들 자기 친구를 배신하고 영우를 도와줬다. 당연히 결과는 영우가 이겼다. 원래 1등이던 그 친구는 삐져서 바로 숨어버렸다. 우리가 다른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내 다시 밖으로 나와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모두 함께 웃으며 사진 한방. 역시 광광지만 찍는 것보다 이런 마을을 느끼는 게 더 여행이겠지. 너무도 순박한 웃음에 레소토 사람들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고기를 먹었다. 아래에는 그들 방식에 밥이 있었는데 음,,, 밥은 별로였다. 다만 기름기 좔좔 흐르는 저 고기가 맛이 최고였다. 당연히 음식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이 났다. 고기를 궈주던 친구가 우리가 신기했는지 핸드폰을 가져와서 사진을 찍자고 했다. 우리는 다 먹고 나서 가게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어줬다.
다시 차에 올라타 출발하는데 다희가 말했다.
고개를 들어야만 하늘이 보였는데 이젠 눈을 뜨면 구름이 보여요.
너무 와 닿는 말이었다. 사실 한국에 있으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기억이 많이 없다. 고개를 들어도 보이는 건 고층 건물들 아니면 먼지로 가득 찬 하늘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고개를 들지 않아도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보이고 노을이 보이고 별이 보인다.
세몬콩 폭포를 가는 길에 갑자기 들르고 싶은 곳이 있어 차를 돌렸다. 이게 우리 여행에 매력 아닌가!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건 그냥 할 수 있다. 차를 돌려 얼마 가지 않아 옆길로 빠져 조금 들어가니 작은 언덕이 나왔다. 그곳에 차를 멈췄다. 그리고 각자 시간을 보냈다. 효정 누나는 저 ~ 멀리 혼자 시간을 갖으러 갔다. 다희, 예원이는 둘이서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고 영우는 집이 있는 곳으로 갔다. 나도 혼자 언덕 쪽에서 아래를 내려봤다. 정말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한참 경치 구경을 하다가 다 같이 모여 옆에 있던 집에 가봤다. 꼬마 애기를 안고 있는 엄마와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도 우리도 서로에게 관심을 갖으며 가벼운 대화를 했다. 너무 예쁜 애기 모습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드니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미안했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무서웠나 보다. 애기 엄마는 그런 애기를 달래며 우리에게 놀라지 말라는 듯 표정을 지었다.
충분히 또 힐링을 하고 다시 세멘콩 폭포로 향했다. 세몬콩 폭포는 저 멀리 보일 듯 안보일 듯, 다 온 듯 다 오지 않은 듯했다. 내비게이션에 목표점에 3시간 전부터 보였는데 한참을 달려도 달려도 닿을 듯 닿지 않았다. 그러면서 해가 조금씩 저물기 시작했다. 도착도 하기 전에 해가 지려 하다니. 드디어 도착한 지점은 폭포가 잘 보이지 않는 위치였고 심지어 없는 길로 우리를 안내했다. 결국 우리는 네비를 무시하고 차를 몰고 낭떠러지 쪽으로 더 갔다. 낭떠러지에 다 달아서는 걸어서 아래로 내려갔다. 남아공에서 봤던 폭포와는 비교도 안 되는 규모였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꼭 히말라야에서 눈이 무너저 내리는 소리 같았다. 해가 지기 전에 열심히 구경했다. 영우는 그 울퉁불퉁한 곳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사진을 담으려 애썼다.
어느덧 해는 졌고 달이 떴다. 저 너머 언덕에는 딱 하나의 집이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달이 있다. 그 옆에는 폭포. 이게 그림이 아니면 뭘까?
레소토는 내게 감동을 줬다. 여섯 시쯤 우리는 다시 레소토를 벗어나 남아공의 엘리자베스 포트로 11시간 여정을 출발했다. 기름이 떨어져 들른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 그리고 카드를 냈는데 기계가 없단다. 우린 현금이 없는데. 다행히 맞은편에 ATM이 있어 인출하러 가는 동안 직원과 얘기를 했다. 그 사이 새 차를 해줬다. 세몬콩이 자기 고향이고 거긴 경찰도 말 타고 다닌다고. 생각해보니 다들 말을 타고 다녔다. 그리고 마트가 있냐 물어보니 시간이 늦었다고 다른 주유소를 가보란다. 아, 아프리카는 주유소가 슈퍼 역할을 같이 한다. 도착한 다음 주유소에는 마트는 있는데 안에서 직원이 총을 들고 있다. 들어가려 하니 문 닫았단다. 조용히 나왔다. 배가 고파서 마세루를 지나는 길에 문을 연 음식점에 들어갔다.
원래대로면 음식을 해 먹겠지만 인출한 100을 어차피 여기서 다 써야 했기 때문에 사치 아닌 사치를 부렸다. 토스트 5개와 소시지 5개를 주문하고 주방에 따라 들어갔다. 치즈를 썰어 토마토를 넣은 뒤 토스트기에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테이토를 얹어 완성했다. 가게 주인과 함께 우리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우린 정말 대단한 거 같다.
다시 긴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큰 산을 만났다.
인생 최대에 위기
갑자기 뒤에서 헤드라이트가 깜빡였다. 운전은 영우가 하고 있었다. 사이드 미러가 없는 내쪽은 뒤가 확인이 불가해 그냥 빨리 가라는 신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옆으로 붙어 차를 세우라고 했다. 속도를 줄이고 우리는 그 차 뒤에 차를 세웠다. 순간 앞 차에서 4명의 남자가 AK 총을 들고 내렸다. 순간 아차 싶었다. 강도한테 당하는 건가. 우선 다가오는 그들을 경계하며 차문을 잠그고 창문을 다 올렸다. 그들이 다가오는 그 짧은 찰나에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먼저 카메라에 메모리카드를 모조리 빼서 숨겼다. 그리고 각자 현금 일부와 중요한 카드를 빼서 다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또 숨겼다. 다 줄 수 있었지만 사진만큼은 절대 줄 수 없었다. 그들이 내 쪽으로 다 왔을 때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뒷자리에서 애들은 거의 패닉이 와있었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 영우도 굉장히 떨고 있었다. 나 조차도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우선 고분고분 말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창문을 살짝 내려 무슨 일이냐 물었다. 그러자 차량 확인을 해야겠다며 내리라고 했다. 뭐가 문제냐부터 어떻게 믿냐 하나하나 물었다. 너무 당황해서 영어가 잘 안 나왔다. 결국 그들은 자기네 차를 따라오라고 했다. 우선은 따라가기로 했다. 영우에게는 최대한 천천히 따라가라고 하고 뒷자리에 다희에게 대사관에 전화하라고 했다. 우리는 심이 없었지만 영우가 국제전화 요금으로 통화는 될 수 있게 해와서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대사관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에 이름조차 묻지 않았다. 그들에게 들을 수 있는 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과 위험한데 왜 갔냐는 말이었다. 우리나라 대사관에 대해서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돼서 겪고 나니 하... 너무 천천히 따라가자 그들은 차를 세우고 다시 와서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아 모두들 겁먹어 있다고 설명하고 쭉 쫒아갔다. 가는 길에 경찰서가 있어 재빨리 들어가서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다시 그들을 따라갔다. 구석으로 한참을 들어가더니 게이트를 열고 건물 앞에 섰다. 그리고 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나는 다 차에 있으라고 하고 혼자 내려서 그들과 얘기를 했다. 계속해서 다 데리고 들어오라는 말을 무시하고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도망가라고 영우에게 얘기해놓고 혼자 건물로 들어갔다. 처음 들어간 곳은 불이 다 꺼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진짜 죽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어서 들어간 곳에는 그 더 많은 일당들이 모여있었다. 다들 총을 들고 있었다. 거기서 대빵으로 보이는 사람과 책상에 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근데 그의 태도가 사뭇 달랐다. 경찰서를 갔다 왔다는 걸 알아서 인지 딱히 위헙적이지 않았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세계 여행 중이고 이 곳을 빠져나가는 길이었고 이 나라 돈을 다 쓰고 나가는 길이었다고 설명했다. 혹시 강도를 만나면 최대한 고분고분 살갑게 대하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가서 한 명씩 데리고 들어왔다. 안에 분위기를 설명하고 큰 일 없을 거 같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그렇게 결국 5명 모두가 그곳에 들어왔고 각자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그러더니 대뜸 대빵이 가도 좋다고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우리는 빠져나왔다. 진짜 십년감수했다. 어디에 잠시 차를 세워 다들 진정할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국경에 도착해 처리를 끝내고 다시 출발하는데 영우가 긴장이 풀렸는지 배가 아프다며 차를 세우고 공터로 향했다. 그리고 돌아온 영우가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을 봤어요." 구름 하나, 나무 하나, 빛 하나 없는 그곳에서 온통 별뿐이었다고. 그 상황에 정말 헛웃음이 났다. 참 지옥에서 웃긴 상황까지 대단한 여정의 하루였다.
또 무박으로 달려 아침에 포트엘리자베스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딱지를 뗐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데로 들어가려는데 일방통행인걸 확인했고 다를 돌려 나가려는 찰나에 차가 많아서 잠시 복잡해졌다. 그 모습을 보더니 한 남자가 우리 보고 자기 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다가갔더니 너네는 교통 법규 위반으로 벌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래저래 불쌍한 척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선 돈이 없어 돈을 뽑아와야 한다고 하고 주차를 한 뒤 주변 구경을 했다. 포트엘리자베스부터 케이프타운까지 해안 도로가 유명했던 것뿐이지 실제로 볼게 딱히 있는 건 아니었다. 우리는 먼저 광장으로 갔다. 광장에는 애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각자 시간을 정해서 하고 싶은 거 하고 만나자고 했다. 광장에는 애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영우랑 나는 그곳을 지나 길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먼저 해안가 쪽으로 발을 옮겼다.
한 시간 정도를 쭉 돌아보고 다시 광장으로 돌아갔을 때 효정 누나와 다희 예원이는 뭔가 먹고 있었고 갑자기 하는 말이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엥? 웬 인터뷰? 주변을 보니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우리에게 와서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인터뷰는 영우가 했다. 어디서 왔냐부터 시작해서 뭐가 좋았냐, 뭐가 다르냐 등을 질문했고 영우가 나름에 방식으로 대답을 해나갔다. 뭐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인터뷰는 후딱 지나갔다. Bay tv CH. 26 언젠가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지.
볼 거 다 보고 우리는 다시 운명에 시간을 맞이하러 갔다. 우리에게 벌금을 부과한 사람을 찾고 있는데 한쪽에서 또 다른 사람하고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끝나지 않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들어봤더니 억울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사람 말은 네가 이 길로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이곳은 일방통행이라 들어오는 길이 아니라고 벌금을 내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 이런 거였다. 그런데 그 상황이 굉장히 우리랑 비슷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도 이 길로 들어온 건 그 사람이 불러서 들어왔다. 결국 그 남자는 오히려 벌금을 부과한 사람에게 화를 내고 또 똑같이 속임수를 쓰려고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하고 가버렸다. 그리고 우리의 얘기가 시작됐다. 우리도 똑같이 얘기를 했다. 그런데 하지만 그는 당당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도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싸우다가 결국 그가 포기를 했다. 그렇게 우리 딱지는 취소됐고 유유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차를 타고 근처를 돌다가 슈퍼에 들러 오렌지와 우유를 사고 근처 나무 아래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주유소 화장실에서 대충 씻었다.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책에서 치치캄마 내셔널 파크가 좋다는 내용이 있길래 경로를 바꿔 공원에 도착했다. 높은 파도가 치는 바다를 앞에 두고 텐트를 칠 수 있었다. 시간이 이미 늦어서 하늘은 핑크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아프리카에서의 첫 바다였다.
잠시 그 노을을 즐기는 사이에 해가 다 넘어가버렸다. 서둘러 밥을 준비했다. 고기를 궈먹을 생각으로 공원 내에 있는 마트에 들어갔다. 우리 앞에 외국인이 고기를 집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줄을 섰는데 우리 앞 외국인이 마지막 고기를 들었다. 아오... 결국 우리는 고기를 포기하고 카메를 먹기 위한 재료를 사서 복귀했다. 그런데 우린 된장찌개와 야채 소시지 볶음을 했다. 푸짐한 음식이 준비됐고 식탁도 없는 상광에 공간도 협소에서 줄을 서서 돌아가면서 밥을 먹었다. 마치 배식처럼 밥 한번, 찌개 한번 이렇게. 여기에 와인 한잔. 굉장히 언발란스하다. 그리고 텐트로 들어가 설거지 당번을 정하기 위해 카드 게임을 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하면서 영우가 추천한 영화를 다 같이 텐트에서 봤다. 고전 영화 세렌디피티. 정말 옛날 영화였다. 지금은 보기 힘든 카메라 움직임과 색감, 음악, 스토리 전개가 오히려 신선했다. 시작부터 영화에 몰입됐다.
그리고 밖에선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6시에 일어나기로 했던 우리는 7시 30분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어제 먹다 남은 밥과 국을 데웠다. 먹다 남은 밥에는 물을 부어 죽을 끓였다. 뭔들 맛이 없으랴. 짐 정리를 싹 하고 뷰 포인트로 향했다. 먼저 우리는 작은 해변에서 발자국도 남기고 사진도 남겼다. 삼각대가 없어서 나무 위에다 올려놓고 찍으나 몇 번을 찍고 또 찍었는지 모른다.
산책길처럼 돼있는 그곳은 왼쪽은 숲 나무가 오른쪽에는 파도가 앞에는 다리가 있었다. 다리를 건너는 왼쪽에는 카약을 타고 깊이 들어갈 수 있는 멋진 곳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생략했다. 이 날씨에 들어가면 얼어 죽을 것 같았기 때문에. 오늘도 영우 포토그래퍼가 수고했다.
생각보다 길었던 산책로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 좁은 다리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외국인들을 기다려주느라 시간을 더 썼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르막이 있어 꾀나 에너지 소비를 했다. 그래서 였을까? 아침 먹은 지 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내려오자마자 배가 고팠고 2차 아침을 먹었다. 빵, 시리얼, 오렌지, 우유 거의 매일 먹지만 늘 맛있다.
그곳을 빠져나와 나이스나로 향했다. 길 중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번지점프가 있다는 표지판을 보고 또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우선 들어가서 상태를 확인했다. 정말 아찔했다. 번지를 하려는 사람은 영우뿐이었다. 나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주의였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그 이상한 공포증 때문에 번지점프는 할 수 없었다. 돈을 지불하고 나니 바로 영우는 장비를 착용했다. 그리고 다리로 사라졌다.
영우가 뛰는 장면이 TV를 통해 나왔다. 긴장을 하는 표정으로 보였지만 한편으로 즐기는 듯했다. 그리고 영우가 뛰어내렸다. 내가 다 아찔했다. 한쪽은 바다를 한쪽은 협곡을 배경으로 계곡을 향해 수직으로 뛰는 용기는 정말 대단하다. 번지를 끝내고 온 영우와 함께 그곳 햄버거 집에서 타워 버거 같은 수제 버거와 아프리카 로컬 음식을 먹었다. 아침을 2번이나 먹고 그 사이에 또 배가 고파서 이렇게 먹다니. 거기에 동화되는 내가 무서워져 져 간다. 둘 다 너무 맛있었다. 우리에게 맛없는 게 있으랴만... 3시쯤 돼서 다시 출발했고 4시쯤 나이스나에 도착했다. 인포에서는 딱히 그렇다 할 정보를 찾지 못했고 우리는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직접 캠핑 사이트를 방문해 확인해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확인해본 캠핑장은 시내 중심에 있었고 시설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조금 비싸다는 거? 우리가 책에서 봤던 가격이랑 조금 달랐기에 우선 나와서 좀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두 번째 숙소를 확인하러 가는 길에 오른쪽 편에 습지(?)를 만났다. 순간 또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넓게 펼쳐진 그곳에 멀리는 자욱이 안개가 깔려있고 해는 강하게 내리쬤다. 무지개가 보이기도 했다. 살짝 동남아에서 볼 수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한국에 시골 같기도 했고. 바람이 선선히 불었고 참 고요했다. 들리는 거라곤 우리 차의 달달거리는 엔진 소리뿐이었다. 그 소리마저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다시 출발해 도착한 두 번째 캠핑장은 첫 번째보다 가격도 저렴했고 무엇보다 조용했다. 우리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곳은 주의 사항 자체가 정숙함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곳에 텐트를 칠 수 있었고 그릴 시설도 있고 놀이터도 있었다. 주변은 나무로 둘러싸였다. 누구 하나 이견 없이 이곳으로 정했다. 우리는 불필요한 무거운 짐들만 우리 캠핑 사이트에 내려놓고 텐트를 펴는데 이슬을 말릴 시간도 없이 접어던 턱에 냄새가 났다. 결국 햇빛에 말리기로 하고 펼쳐서 나무에 걸어놓고 바로 시내로 나왔다.
나이스나는 참 조용하고 작고 자연이 예쁜 동네였다. 다른 곳과는 달리 조금 더 흑인스러운 동네였다.(사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반대일지도) 이미 해가 저문 시간에 워터프론트에 도착했다. 돈을 내고 보트를 탈 수도 있었지만 딱히 그러진 않았다. 골목을 통해 들어가는 길목에서 강아지를 만났는데 너무 귀여웠다. 내가 눈높이에서 사진을 찍으려 하자 사진기로 자꾸 다가온다.
우리는 이곳에서도 각자 시간을 보냈다. 물론 늘 그렇듯 영우랑 나는 같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다희, 예원이가 함께 쇼핑도 하고 즐기고 있었고 효정 누나는 혼자 다녔다. 먼저 우리는 워터 프론트 뒤쪽으로 가봤는데 그곳에 웬 풀숲(?)이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아주 이쁜 곳이 있어 그곳에서 좀 느낌 있는 사진을 찍어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실패했고 사람을 뺀 풍경만 담았다.
그리고 그 옆으로 가보니 요트클럽에서 운영하는 모임 장소가 있었는데 모임 사람들인지 함께 모여 한쪽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옆에 작은 놀이터가 있길래 그곳으로 들어가 봤다. 우리가 그곳에 왜 들어갔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놀이터로 들어가 아이들이 놀만한 기구 중에 하나 짚라인을 잡아 탔다. 높이가 낮아 땅에 질질 끌리지만 끝까지 타보겠다며 다리를 들고 열심히 매달렸다.
한참 놀다가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고 해도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돌아갈 때다 싶어 한 명씩 찾기 시작했고 우리는 중앙에서 모였다. 그리고 나란히 앉아 와이파이를 했다. 인터넷에 노예들. 또 오랜만에 연결된 인터넷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곳에서 한참을 앉아서 인터넷을 했다. 그리고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숙소로 다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오늘은 고기 파티하는 날! 삼겹살이 생각보다 저렴했고(50 란드), 그릴, 숯, 각종 도구를 샀고 내일 아침 먹을 거 까지 샀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바로 텐트를 정리했고 고기 파티를 시작했다. 장비 없이 숯에 불을 붙이려 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열악한 장비에 주변에서 박스를 뜯어 그걸로 부채질을 하는데 돌아가면서 한참을 한 끝에가 간신히 불을 붙일 수 있었다. 불빛도 없어 핸드폰으로 연명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공원에 가면 있는 상이 있는 나무 의자를 그릴 옆으로 옮기려고 괴력을 썼다. 고기를 향한 우리에 집념이 그곳에서 빛을 보였다. 삼겹살, 소고기, 와인, 버섯, 야채!! 거기에 닭 꼬치, 고구마까지 ㅋㅋㅋ 먹다 먹다 우리는 배가 터질 것 같았고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남겨야 했다.
오늘은 조금 여유가 있는 날이다. 별다른 일정 없이 케이프타운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됐다. 더 잘 사람은 두고 몇 사람은 일어났다.
나는 주변 구경을 했다. 한 꼬마가 공을 굴리고 놀고 있다. 그리고 누나로 보이는 아이가 따라 나오고 다른 형제들도 따라 나온다. 이어서 부모들이 나왔다. 순간 내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 내가 어렸을 때는 가족 여행을 가면 항상 내 친구를 데려가곤 했다. 심심해할 나를 위해 부모님이 항상 내 친구를 챙겼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 싶다. 물론 그 시절엔 가족끼리도 친해서 집안 행사에도 부르고 밥도 먹고 하던 때였다. 나도 친구들 가족 행사에 같이 따라가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저 아이들처럼 온전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 지금에서는 더 좋은 기억이나 감정이 남아있지 않았을까 문득 안타깝다. 가족과 함께 캠핑을 다니고 그런 것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있는 이곳이 한번 더 부럽다. 아침으로는 어제 못 먹은 치킨 꼬치와 남은 밥을 먹었다. 그리고 감자볶음을 만들고 고구마와 감자를 삶아 차에 실었다. 여태껏 여행하면서 오히려 아프리카에서 제일 잘 먹는 느낌이다. 매 끼니를 이렇게 챙겨 먹어 본 적이 없다. 그것도 쌀밥으로.
캠핑 장을 정리하고 나와 지도에서 보이는 작은 섬으로 들어갔다. 한쪽에 주차하고 그냥 목적지 없이 마을을 돌아다녔다. 눈에 끌리는 곳을 구경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들어간 곳은 가구점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침대를 다들 부러워했고 사진과 각종 인테리어 용품을 구경했다. 그리고는 위층에 있는 바이크 전시관으로 갔다. 바이크 전시관은 돈을 내야만 들어갈 수 있었고 우리는 입구에서 발길을 돌렸다. 고작 크게 흥미도 없는 오토바이에 돈을 낼 순 없었다. 또 정차 없이 걸었다. 요트가 즐비해 있었고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고요하고 한가로웠다.
이곳은 노후에 사람들이 정착하는 곳인 듯했다. 한 귀퉁이를 지나 오래된 찌그러진 파란 차 옆에서 음식을 차 지붕에 놓고 드시는 한 노인을 만났다. 그 옆에는 부끄러움 많은 강아지 한 마리가 함께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뒷좌석에는 휠체어가 보조석에는 할머니가 타고 계셨다. 아마도 생을 마감하기 전 두 분이서 강아지와 함께 여행 중이신 듯했다. 보기 좋다고 표현하기도 안타깝다고 표현하기도 애매했다.
'아프리카는 내가 무엇을 상상하던 다 오답이었다. 마치 아프리카가 0'c 인 것처럼'
이곳을 벗어나 다시 첫날 구경하지 못한 시내를 구경하러 나갔다. 한 대형 마트에 주차를 하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서점과 통신사가 나왔다. 예원, 다희는 더 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심카드를 산다며 통신사로 들어갔고 나는 서점에서 책을 봤다. 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케이프타운의 옛 모습이 담겨있었다. 내가 예상했던 원시적인 모습이 아니라 중절모를 쓰고 마차를 끄는 모습의 사진들이 있었다. 지금의 케이프타운이 유럽 스타일인 이유가 그 사진에서부터 전해져 왔다. 그리고 다른 책을 들었다. 그 책은 아프리카 식물에 대한 책이었다.
일들을 해결하고 시장 거리로 갔다. 특이하게 생긴 과일을 만났고 맛을 보니 썩 나쁘지 않았다. 가격도 저렴했기에 5 란드를 주고 5개를 샀다. 길 건너에 레게 머리를 한 무리가 있었다. 신기해서 쳐다보다가 다가가 얘기를 나눴다. 무슨 생각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는지 그리고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쭉 동네를 구경하고 다시 차에 올라 조지를 향했다. 가는 길에 있는 조지는 동네에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유령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가게도 문을 다 닫았다. 구경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예정돼있던 기차 박물관도 가봤지만 마감 시간이라 문을 닫았다. 화장실이 급해 화장실만 쓴다고 들어갔다가 재빨리 후루룩 구경을 하고 나왔다. 하는 수 없이 생각보다 빠르게 케이프 타운으로 향했다.
저녁 9시쯤 케이프타운에 들어왔다. 게이프타운에서 가장 핫한 롱스트리트는 화려했다. 영화에서나 보는 그런 흥인(?) 거리 느낌이었다. 케이프타운 자체가 엄청 크고 화려했다. 사방에서 베이스 소리가 웅웅 울렸고 술집과 젊은이, 여행객, 경찰들이 있었다. 역시나 숙소가 없었던 우리는 숙소부터 재빨리 찾아야 했다. 늦은 시간이라 대부분이 문을 닫았거나 꽉 찼다. 하는 수 없이 메인에서 벗어나 외곽으로 발길을 옮겼다. 바닷가 근처에 캠핑장에 들어섰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문을 두드리니 경비원이 나왔다. 우리는 사정을 설명하고 이곳에서 캠핑을 원한다고 했더니 이곳은 사전 예약으로만 진행되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곳이라고 안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불쌍해 보였는지 새벽 4시에 관리인이 오기 전까지는 자게 해준다고 했다. 그 늦은 시간에 해안가에 아무 자리나 잡아서 무료이자 불법으로 우리는 잠을 청했다. 아마 아프리카 여행에서 가장 추운 캠핑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약속대로 새벽 3시에 일어나 4시까지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케이프타운에 입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