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느끼는 그대로 여행

Africa, South Africa, Kruger Park

by Moon Heehong

아프리카에 들어왔다. 기대, 설렘, 걱정 모든 것이 뒤엉키는 시간이었다. 어릴 적 책에서나 아니면 만화에서나 나오던 '검정'과 '흙'만 떠올리던 그곳에 왔다. 아프리카는 처음 시작부터 나의 무지함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아프리카에서 '겨울' '추움'이라는 단어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남아공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얼마나 더울라나 ~ 인도보다 더 덥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날씨를 찾아보는데

?????????????????????????????

아프리카가 겨울이라니, 춥다니? 엄청 당황했다. 겨울옷은 하나도 없었기에 부랴부랴 한국에서 출발하는 영우에게 내 겨울옷을 보내 가져와달라고 부탁했다. 영우가 없었다면 나는 그냥 얼어 죽는 운명이었다.


인도에서 같이 출발한 효정 누나, 다희, 예원이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내려 처음으로 영우를 만났다. 참고로 효정 누나, 다희, 예원이, 영우는 내가 인도 여행을 하면서 아프리카 여행을 하기 위해 구성한 멤버다. 운이 좋게도 영우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다 인도 여행 중이었고 인도 델리에서 1차 만남을 하고 인도 출국 하루 전날에 뭄바이에서 다 같이 다시 만나 함께 넘어왔다. 필요한 물건들은 영우를 통해 다 조달받았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미리 예약해둔 렌터카를 찾으러 공항 내 헤르츠 렌터카 업체로 갔다. 그곳에는 영우가 아시는 선교사님이 함께 나와계셨다. 선교사님은 이것저것 신경을 써주셨고 우리는 렌트를 잘 마무리하고 먼저 선교사님 댁으로 향했다. 여기서도 운이 좋게 무료로 차량을 업그레이드받을 수 있었다. Rav4를 예약했었는데 막상 보니 너무 작았다. 그래서 우리가 더 큰 차를 고민하고 있는데 비용 문제로 결정을 못하자 그곳 직원이 옆으로 슬쩍 부르더니 이러면 안 되지만 특별히 해줄게!라고 말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프레토리아까지 차를 가지고 이동했다. 아프리카는 우리나라와 운전법이 반대였다. 처음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지만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선교사님댁에 먼저 도착해서 점심밥을 대접받았다.

20170622_140224.jpg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자몽, 쓰고 떫고 신줄만 알았는데 정말 단맛만 났다
20170622_140231.jpg 얼마만에 먹어보는 깍두기에 한국식 반찬!
20170622_140248.jpg 모두 엄청 신났음

인도에서 맨날 진짜 비위생적인 음식으로 연명을 하던 우리는 미친 듯이 모든 음식을 끝내버렸다. 밥을 다 먹고 우리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먼저 이곳에서 정리 정돈을 하고 떠날 것이냐 아니면 바로 출발을 할 것이냐, 루트를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을 가지고 얘기했다. 우선 이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출발하기로 하고 근처에 숙박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숙소로 이동했다.

DSC_0717.JPG 각자 짐을 정리해 우리가 필요한 물품만 합치는 중

숙소에서 먼저 짐을 모두 펼쳐서 우리가 필요한 짐들만 추려서 패킹을 다시 하고 나머지는 선교사님 댁에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집을 나서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갔다. 다시 선교사님을 만나 같이 근처 대형 마트로 갔다. 필요한 음식과 캠핑 장비 등을 구입했다. 그렇게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역시 아프리카.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캠핑 장비를 보고 여자들은 마트 장을 보려고 헤어져있었는데 그 사이에 예원이가 핸드폰을 도난당했다. 나는 일이 터지고 난 후에 중간에 알았다. 결국 다시 다 모여서 일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예원이는 핸드폰이 도난을 당하는 시점에 바로 알아차리고 자신과 부딪힌 사람을 확인했는데 그 사람에게서 핸드폰을 찾을 수 없었단다. 그리고 가드를 불러 확인 요청까지 했는데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다시 가드를 불러 따지기 시작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지금 문제가 이렇게까지 왔다고.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CCTV까지 확인을 요청했다. CCTV를 보기까지도 한참이 걸렸다. 그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인 양 여겼고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분통이 터졌지만 우선 최대한 협조 요청을 했다. 결국 CCTV를 확인해보니 3명이 한 팀으로 도둑질을 한 것이다. 부딪히는 순간에 남자가 예원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여자 가방에 넣었다. 그러니 예원이가 남자를 확인해봐야 핸드폰이 나올 리 없었다. 여기서 우리가 불렀던 가드가 제대로 확인만 해줬어도 핸드폰을 찾을 수 었었던 것이다. 결국 경찰까지 불러 신고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나쁜 시키들

선교사님은 돌아가시고 우리도 숙소로 돌아왔다. 신고는 했지만 찾을 수 없을 거란 건 이미 우리도 알고 있었기에 빠르게 잊는 게 우리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저녁을 먹었다. 예원이가 엄청 속상했을 것이다.

20170622_201951.jpg

그렇게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첫 날을 마무리 했다.


둘째 날 아침, 우리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진짜 여행의 시작이다. 여덟 시에 일어나 여자들은 먼저 씻고 남자들이 아침 준비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화려한 아침이 차려졌다. 계란, 빵, 쨈, 버터, 사과, 오렌지, 짜이, 커피. 아침부터 거하게 먹고 10시가 돼서 체크 아웃했다.

일괄편집1_DSC08653.JPG

출발. 저녁부터 아침은 추웠지만 낮은 굉장히 더웠다. 어제 사지 못한 텐트를 사러 대형 마트로 향했다. 우리나라처럼 매장이 잘 정리돼있지 않아 한참을 헤매다 직원이게 물어보니 자기도 첫날이라 모른단다. 그의 당당함에 우리는 헛웃음을 쳤다. 결국 찾은 매장에서 우리는 4인용 텐트를 구매했다. 대략 1000 란드. 엄청난 할인 이벤트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깔 매트리스와 랜턴까지 구매완료. 그리고 남은 우리 짐을 맡기고 주방 용품을 빌리기 위해 선교사님네로 출발했다. 선교사님 덕을 많이 봤다. 원래는 금방 가는 거리인데 네비가 제대로 찾지 못해 원래 약속시간보다 1시간 늦은 12시쯤에 도착했다. 사모님께서 차려주신 점심에 고추장과 반찬까지 챙겨주셔서 나왔고 중국 마트에 들려 간장, 쌀 등을 사서 드디어 본격적인 우리만의 여행을 출발했다.

일괄편집1_20170623_141216.jpg 화장실에서 왜 신났을까 ? 다희

먼저 넬스프롯으로 향했다. 처음 경험해보는 아프리카 고속도로, 운전, 풍경, 모든 것이 새로운 이곳이 너무 설레고 좋았다. 어렸을 적 뉴질랜드에서 느꼈던 첫 설렘을 비슷하게 느낀다.

DSC_0767.JPG 네비를 찍었는데 직진 8시간 ㅋㅋㅋㅋㅋ
DSC_0822.JPG

내가 생각했던 아프리카와 전혀 달랐다. 도로도 잘 깔려있고 시설도 좋았다. 물론 남아공만 그렇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다. 그렇게 5시간을 더 달려 저녁 8시쯤에서야 넬스프롯 시내로 접어들었다. 문제는 심도 없어 인터넷도 안되고 예약한 숙소도 없었고 가게들은 다 문을 닫았다. 우리는 무데뽀였다. 그런데 걱정은 없었다. 함께하는 사람이 있었고 이 또한 해결되리라 믿었다. 주변에 그래도 열려있는 가게를 가보니 다들 주변에 숙소가 없다고 말했다. 해서 경찰서로 갔다. 유치장이 있는 그런 경찰서였다.

일괄편집1_DSC08692.JPG
일괄편집1_20170623_191855.jpg

한 남자가 반갑게 맞이해줬고 캠핑장을 물으니 한 여자를 불러줄 테니 기다리라 했다. 금방 여자가 와서 자기 백패커 숙소에 공간을 마련해준단다. 그리고 그녀가 알려준 주소로 갔더니 집 입구 쪽에 마당에 작은 공간이 있었다. 평소 쓰지 않는 땅 같았고 우리가 알아서 정리해서 텐트를 쳐야 했다. 그렇게 그곳은 우리의 첫 캠핑 장소가 되었고 너무도 완벽했다. 적어도 내게는.

일괄편집1_20170623_202421.jpg
20170623_205601.jpg
일괄편집1_20170623_203304.jpg

텐트도 잘 치고 따듯한 물로 샤워도 하고 라볶이도 만들어 먹었다. 그 기분에 이어 포켓볼 내기 게임도 했다. 그리고 모두 잠을 청했는데 아프리카는 너무 추웠다. 아프리카가 너무 추웠다. 옷을 몇 겹 껴입고 패딩을 입고 침낭 안에 들어가 잠을 자는데도 추웠다. 다시 한번 명심하자. 아프리카도 추울 때가 있다.


나름 잘 자고 일어났다. 아무 재료가 없었던 우리는 바로 나와 마트를 향했다. 분명 출발 전 마트를 많이 들렀는데 왜 재료가 없을까?

일괄편집1_DSC08698.JPG 매일 매일 짐을 싸고 풀고 싸고 풀고
일괄편집1_DSC08700.JPG 우리가 텐트를 폈던 그 마당
일괄편집1_DSC08701.JPG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는 숙소 공용 공간
일괄편집1_DSC08703.JPG
일괄편집1_DSC08704.JPG 우리 자금 담당 다희 계산 중

마트에서 필요한 우유 등을 사서 차로 가져와 주차장 귀퉁이에서 일회용 접시에 콘푸라이트를 말아먹었다. 지나가는 외국인들이 쳐다봤다. 부끄러움보다 경제적인 게 더 중요하다. 아껴야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것마저도 웃기고 재밌었다.

일괄편집1_DSC08707.JPG
일괄편집1_DSC08708.JPG
일괄편집1_DSC08710.JPG

그리고 드디어 크루거로 출발!!!! 크루거 국립공원은 세렝게티에 이어 내가 두 번째로 많이 들어본 곳이었고 이곳에 가면 상상만 하던 수많은 동물들이 내 눈앞에서 막 뛰어다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는 길은 산을 넘어야 하는 코스였고 그만큼 높이 올라갔다. 가는 중간에 날씨도 좋고 풍경도 좋은 곳이 있어 차를 잠시 세우고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

일괄편집1_DSC08717.JPG 우리팀 사진 작가 영우
일괄편집1_DSC_0937.JPG 그런 영우를 찍는 나
일괄편집1_DSC08722.JPG
일괄편집1_DSC08733.JPG
일괄편집1_DSC08731.JPG 도로를 전세냈다가 차가 오면 막 도망가고

우리는 정말 우리가 하고 싶은데로 했다. 물론 그날에 목표로 하는 목적지는 있었지만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운전하다가 졸리면 자고, 사진을 찍고 싶은 곳이 있으면 내리고 자유로웠다. 그리고 맥맥 폭포에 도착했다. 막연히 생각했던 폭포는 위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였다. 하지만 막상 가까이서 본 맥맥 폭포는 우리 발아래서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달려오던 땅보다 더 아래로 떨어지는 그 폭포가 정말 시원해 보였다. 일교차가 심해 너무 더웠기에 저 아래 고인 물에서 수영을 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일괄편집1_DSC08754.JPG

주변에는 작은 언덕들이 있었는데 좋은 포인트를 찾았는지 다희가 먼저 벤치에 앉아 열심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라며 너도나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장씩 사진을 남겼다.

일괄편집1_DSC08756.JPG
일괄편집1_DSC08760.JPG
일괄편집1_DSC08762.JPG
일괄편집1_DSC08763.JPG
일괄편집1_DSC_0966.JPG

다시 길에 올라탔다. 또 운전을 시작해서 이번에는 갓스 윈도우로 향했다. 갓스 윈도우는 '하나님이 바라본 창'이란 뜻으로 그만큼 풍경이 좋다는 걸 말한다. 내가 본 풍경은 그 이름을 온전히 담고 있었다. 세상이 내 발아래 펼쳐진 기분, 세상을 다 갖은 기분이었다.

일괄편집1_DSC08777.JPG
일괄편집1_DSC08785.JPG

벼랑 끝 바위 위에 앉아 우리는 각자 시간을 보냈다. 나랑 영우는 열심히 사진을 담아냈고 효정이 누나는 다희, 예원이와 깊은 얘기를 하는 듯했다. 우리 팀에서 누나는 그런 역할이었다. 애들 얘기도 잘 들어주고 같이 생각하고 때로는 혼자만에 생각도 많고 독립적이기도 했다. 처음엔 그런 모습에 낯설었다. 적응이 쉽지 않았다. 누나는 내게 참 물음표를 찍는 사람이었다. 나와는 정 반대인 사람 같기도 하고. 나에게 '누나'라는 단어는 정말 내뱉기 싫은 말이고 닭살 돋고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효정 누나에게는 그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일괄편집1_DSC_0991.JPG
일괄편집1_DSC_0997.JPG 같이 갓스윈도우를 오른 현지 친구들
일괄편집1_DSC08806.JPG

예정했던 시간보다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썼다.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 사이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재촉해야 했다. 이건 또 내 역할이었다. 그렇게 모두를 이끌도 크루거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렀다.

일괄편집1_DSC_0882.JPG 히치 하이킹을 시도하는 현지인들, 자리가 없어서 태워주고 싶어도 안돼
일괄편집1_DSC08693.JPG
일괄편집1_DSC_0902.JPG 우리보다 더 대단한 그, 자전거로 다닌다니 이게 가능한가?
일괄편집1_DSC_0883.JPG
일괄편집1_DSC_0912.JPG

쿠루거로 들어가기 전 기름도 넣고 잠시 쉴 겸 휴게소를 들렀는데 남아공의 휴게소는 클래스가 달랐다. 남자 화장실 창을 통해 동물원이 보인다.

일괄편집1_DSC08659.JPG 남아공 남자 화장실 풍경 클라스
일괄편집1_DSC08668.JPG
일괄편집1_DSC08675.JPG 휴게소 마트에서 파는 동물 가죽, 역시 남다른 클라스

달리고 또 달려 정말 늦은 시간에 크루거에 도착해 리셉션으로 향했다. 사실 4~5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당연히 그런 거 없이 그냥 갔다. 다행히도 스쿠쿠자 캠핑 사이트에 자리가 있었다. 저렴한 듯 저렴하지 않은 크루거 공원 입장료와 드라이빙 비용, 캠핑 자리 비. 아프리카 여행은 정말 돈이 많이 든다. 늦은 시간에 도착한 우리는 얼른 텐트를 치고 저녁으로 파스타를 해 먹었다. 점점 각자 할 일들이 자연스럽게 나눠지는 듯했다. 알리오 올리오를 해 먹고 모두가 부족하다며 파스타를 또 만들었다. 이때부터 우리의 식성이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우리는 무서운 식성을 가지고 있었다. 또 깊은 대화 타임이 시작됐고 영우와 나는 별 사진을 찍었다.

일괄편집1_20170624_184748.jpg 저녁 준비 중
일괄편집1_20170624_185626.jpg 영우는 옆에 캠핑온 가족에게 다가가 갑자기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그의 친화력이란
일괄편집1_20170624_192525.jpg 누가봐도 많은 양이지만 우린 2번이나 해먹었다는 거

동물들이 낮에는 너무 더워 잘 움직이지 않고 그늘에 숨어있다는 얘기를 들어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씻고 텐트 정리하며 짜이와 계란을 끓였다. 5시 50분까지 준비 완료하고 출구로 나가 막힌 문에서 6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 10분 사이에도 얼마나 졸린지 다들 차에서 뻗었다. 6시 땡 하자마자 게이트가 열렸고 차가 출발했다. 길은 깜깜했고 보이는 거라곤 앞 차의 빨간 라이트뿐이었다. 앞 차들이 가는 데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 차들이 멈춰서 뭔가를 보고 있었다. 우리도 옆에 차를 세우고 뭔지도 모르는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한참을 찾아보니 길 모퉁이에 뭔지 모를 동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일괄편집1_DSC08829.JPG 처음에는 하이에나 인줄 알았다

액셀 더 밟지 않고 주변을 살피며 살금살금 달렸다. 우리 모두 동물 찾기에 고개를 한껏 빼고 눈을 열심히 굴렸다. 한참을 찾던 중 처음 본 동물은 임필라였다. 역시나 보고서 사슴인지 뭔지 몰랐다. 이거 뭐 봐도 무슨 동물인지 모르니... 그 순간 갑자기 앞에서 엄청 난 새떼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여태껏 봤던 그 어느 새떼보다 많았다. 모두들 그 장면을 보려고 멈춰있는 줄 알았다.

새떼를 구경하고 해가 뜨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 조용한 운치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어마어마한 것을 발견했다.

일괄편집1_DSC08831.JPG

바로 강 옆에 모래에 앉아 있는 호랑이. 사람들은 새떼가 아니고 이 호랑이를 구경하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눈을 씻고 찾아도 없던 녀석이 너무 어이없게 등장해버려서 어리둥절했다. 우리는 호랑이를 보고도 이게 호랑이 맞아?라는 의심을 했다. 앞에 곰을 갔다놔도 이거 곰 맞아? 이럴 상황이었다. 정말 무지함에 끝이었다.

일괄편집1_DSC_1150.JPG
일괄편집1_DSC08857.JPG

이를 시작으로 많은 동물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너무 많이 봐서 질린 기린과 사슴 등은 그냥 지나쳤다. 너무 넓고 평화로운 그곳에 가끔 안개가 가득 차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속도가 느리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해는 강열하게 이글거리고 있었다. 한참을 드라이빙을 해도 고작 11시쯤이었고 중간 목적지에 도착했다.

일괄편집1_20170625_091807.jpg
일괄편집1_20170625_091815.jpg

그곳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사서 주변 벤치에 앉아 먹고 있는데 원숭이가 몰래 다가와 예원이 손에서 과자를 낚아채갔다. 그리고 옆에 한국 분인듯하여 인사를 나눴다. 자연스럽게 한 자리에서 앉아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어제 영우와 짰던 스케줄은 그 잠시의 순간에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정말 여행에 미리 정해놓은 일정은 아무짝에도 쓸데없다

여행 출발 전에 짜 놓은 여행 일정표를 단 한번 쳐다본 적이 없을 정도다 젊은 두 분은 보츠와나에서 파견으로 일하고 있고 다른 한 분은 모잠비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신단다. 크루거에만 50번을 넘게 오셨다고. 아니나 다를까 모든 구간을 20킬로로 달려도 제대로 못 봤던 우리와 달리 그분께서는 빠르게 달리면서도 동물을 찾고 설명까지 해주셨다. 어떻게 그 넓은 초원에서 보호색을 띤 동물을 구분해 내는지 대단했다. 그렇게 하이에나. 지브라. 코끼리 등을 보았다.

일괄편집1_DSC_1186.JPG 물 마시고 있는 동물들
일괄편집1_DSC08892.JPG 우리 앞길을 막고 여유있게 도로를 건너는 녀석들
일괄편집1_DSC08922.JPG

코끼리가 자기 몸에 흙을 뿌리는데 그 이유는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라고 한다. 그리고 쭉 보다가 바오밥 나무로 향했다. 바오밥 나무는 나무를 거꾸로 꽂아놓은 것처럼 모양을 띄고 있다. 가까이에서 보면 정말 뭔가 동화 속에 나올법한 나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일괄편집1_DSC08901.JPG
일괄편집1_DSC_1210.JPG

바오밥 나무를 지나 우리 숙소 예정지인 곳에 도착해 캠핑 사이트를 예약하고 드라이빙을 내일까지로 연장하고 주차장에서 식사를 하고 바로 사장님을 따라 다시 출발했다.

일괄편집1_20170625_135231.jpg 우리가 자리를 펴는 곳이 곳 우리의 식탁

하늘에서 새들이 회오리 모양으로 떼를 지어 돌고 있어 그곳으로 향했다. 사장님 말로는 새들이 저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이미 사냥이 진행되어 남은 사냥감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이에나가 사냥을 마치고 먹고 있었고 그곳을 배회중이었던 것이다. 이 새들을 화이트 벌쳐라고 했다. 저 멀리 나뭇가지들 사이로 하이에나가 살짝 보였다. 그것도 사낭님에 쌍안경이 없었으면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달려서 브릿지에 도착했다. 해가 어느 정도 넘어가려고 시작하는 그곳은 전혀 새로운 다리 풍경을 가지고 있었다.

일괄편집1_DSC08928.JPG
일괄편집1_DSC08933.JPG

뭐랄까 어떻게 보면 정글을 저 ~ 높이에서 봤을 때 내려다 보이는 모습이랄까? 뻥 열려있는 시야에 한껏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기분 전환을 했다. 뚜렷한 물과 풀 그리고 하늘, 그곳을 비추는 강한 태양. 그곳에 있는 것이 문득 행복했다. 사장님께서 묵으시는 곳이 경치가 좋다고 하여 쫒아 가 경치를 보고 돌아오기로 했다. 숙소는 굉장히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차로 한참을 달려 올라가야 했다.

일괄편집1_20170625_155520.jpg 사장님 숙소에서 본 물줄기

사장님은 우리에게 간식을 사주셨다. 그리고 사장님은 저 물줄기에서 하마가 보인다고 하셨다. 우리 모두 하마를 보고 싶었기에 열심히 찾았지만 우리 눈으로는 도대체 뭐가 하마인지 알 수 없었다. 사장님은 계속해서 설명을 해주셨고 우리 중 일부는 분명 구별하지 못했지만 보이는 척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우리가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이미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크루거는 정해진 시간에만 드라이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을 어기면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야 했고 엄청난 과속을 해야 했다.

일괄편집1_DSC_1262.JPG
일괄편집1_DSC08938.JPG
일괄편집1_DSC08945.JPG
일괄편집1_DSC_1243.JPG
일괄편집1_DSC08964.JPG

숙소도 돌아가는 와중에도 너무 이쁜 풍경들을 놓칠 수 없어 사진은 열심히 담았다. 돌아오는 길은 헤어 넘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보랏빛으로 물드는 초원의 풍경은 그 어느 일몰보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점점 붉어지는 풍경들. 그냥 예술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음에 너무 감사했고 행복했다. 헤가 질 때쯤이라 그런지 동물들이 길가로 나와 있었다. 기린이 지나가고, 새들도 지나가는데 어미새가 새끼 새를 이끌고 길 가장자리를 아장아장 걸어가는 게 어찌나 귀여웠던지. 길 한복판을 가로질러 갈 때는 멈춰 기다려줬다. 그렇게 5시 30분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일괄편집1_20170625_173136.jpg

나이트 사파리 투어까지 시간이 좀 있어 바로 계란 버터 간장 밥을 해 먹었다. 그리고 나이트 투어 시작.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하는데 갑자기 가이드가 내 이름 부른다.

"희용! Lion이 한국어로 뭐야?" "사자!" 많은 외국인이 따라 한다. "사장!"

큰 차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효정 누나는 라이트를 비추는 담당을 맞게 됐다. 한~참을 달려도 동물들이 발견되지 않았다. 나는 그 사이 피곤해서 잠이 들고 말았다. 아마 누나도 엄청 피곤했을 거다. 그러다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이기 시작했고 모든 핸드 라이트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불빛이 가리키는 곳에는 하이에나가 있었다. 그런데 문득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는 분명 그 수많은 불빛들이 스트레스일 테니. 그리고는 또다시 한참을 동물을 발견하지 못했고 또 잠들었다.

일괄편집1_20170625_205629.jpg

우리는 운이 없게도 많은 동물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추위만 겪었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영우랑 또 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일괄편집1_DSC_1057.JPG
일괄편집1_DSC_1233.JPG

우리에게 카메라 리모컨만 있었어도 장 노출을 통해 별이 움직이는 동선을 담을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너무 아쉽다. 그래도 수 많이 별이 떠있는 하늘을 조금이나마 눈에 근접하게 담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크루거에서의 마지막 날, 오늘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났다. 어제 했던 밥으로 누룽지를 만들어서 아침을 해결했다. 그리고 마지막 드라이빙을 출발했다.

일괄편집1_20170626_055835.jpg

마지막 드라이빙은 찾아 돌아다니기보다는 나가는 길에 보이는 동물들을 보는 정도였다. 그리고 엄청 새로운 동물을 보는 것도 아니고 보던 동물들과 작별 인사를 하는 수준이었다.

일괄편집1_DSC_1265.JPG
일괄편집1_DSC_1274.JPG
일괄편집1_DSC_1284.JPG
일괄편집1_DSC_1304.JPG
일괄편집1_DSC_1307.JPG
일괄편집1_DSC09003.JPG
일괄편집1_DSC08995.JPG

크루거를 나와서 레소토로 향했다. 그 사이에 한 캠프 사이트에 들러 세탁기를 사용해도 되냐고 물으니 직원용 밖에 없다고 하더니 우리 빨래를 무료로 돌려줬다. 빨래가 돌아가는 시간 동안 우리는 또 아무 곳에서 상을 만들어 점심을 해결하고 시간이 남아 카드게임까지 했다. 그리고 영우가 하고 싶어 하는 빅 스윙을 하러 중간에 들렀다. 문제는 날씨 탓인지 요일 탓인지 그날은 영업을 하지 않았다. 열심히 길을 돌아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결국 빅 스윙을 하지 못하고 레소토로 출발했다.

일괄편집1_20170626_152046.jpg
일괄편집1_20170626_152539.jpg
일괄편집1_20170626_170203.jpg 중간에 잠시 들렸던 마을

우리는 야간 주행을 시작했다. 보통은 위험해서 야간 주행을 하지 않지만 우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야간 주행 자주 했다. 졸음만 해결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교대해가면서 잘 하고 있었다. 영우가 운전을 하다가 내가 이어받아서 한참으르 하고 가고 있었다. 순간. 앞 트럭에서 뭔지 알 수 없는 물건이 날아왔다. 너무 시야가 좁았기에 차 바로 앞에까지 와서야 뭔가 차 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급하게 핸들을 돌렸다. 날아오던 물체는 보조석 사이드 미러를 강타했다. 그리고 차가 휘청거렸다.

일괄편집1_20170626_215003.jpg

순간 자고 있던 모두가 잠에서 깼고 영우는 내 한쪽 팔을 세게 잡았다. 나는 이 차를 어떻게 해서든 넘어가지 않게 해야 했다. 온 힘들다 해 핸들을 조절하면서 간신히 차는 제자리에 멈출 수 있었다. 바로 차를 갓길에 세웠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표현했다. 큰 사고가 나지는 않았으니. 차에서 내려 확인해보니 차의 왼쪽 부분이 손상이 있었다. 이 시간에 뭐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조금 진정시키고 이어서 차를 운전해나갔다. 그러다가 한 마을에 들러 KFC에서 치킨을 먹었다. 효정 누나가 치킨을 쐈다. 그리고 또다시 운전을 해서 레소토 국경을 향해 달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날, 느끼는 그대로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