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가 천재인 이유 - 결국은 "사람"

by 정문향


감정을 건드리는 일에 강한 사람은 정말 드물다. 그리고, 감정을 건드리면서 트렌드에 예민한 사람을 견뎌낼 사람도 없다. 타고난 천재보다 어쩌면 노력하는 천재가 더 맞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면 나영석은 어떻게 살아가지에 대한 것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달할까 고민할 것이다. 감정에 예민하고 트렌드에 예민하고 철학까지 결합하니 프로그램이 잘 안되는 것도 이상하다.



TVN 여름방학 - 인생의 쉼표


TVN 여름방학을 보다가 문득 글이 쓰고 싶어졌다. 시끄러운 예능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나영석의 예능은 이상하게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2020년은 그야말로 일상의 회복이 간절한 시기를 겪고 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지만평소에는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인지 잘 모른다. 쌓이고 싸여서 절정이 되면 우리는 쉼표를 간절히 찾는다. 때때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막힌 여행길에 우리는 마음조차 지쳐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한 번쯤 가져본다. 드넓은 바닷가, 작고 한적한 동네 그리고 친구와 함께 살아간다면 어떤 기분일까. 해 질 녘 근사한 밥 한 끼 차려서 행복하게 먹을 친구가 있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을 것 같은 여름방학. 우리도 여름방학이나 갈까?



"윤 식당" - 해외에서 식당 해볼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해외에 나가서 식당 하나 차릴까. 지금처럼 해외에서 식당 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시절이다. 사람들의 로망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그들은 먼저 행동했다. 수요에 대한 공급은 늘 배신하진 않는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힙한 스페인 도시에서의 윤 식당은 대박을 쳤다. 아기자기한 풍경, 입이 떡 벌어지는 시원한 바다 화면은 현실에 찌들어 있는 우리에게는 로망이었다. 거기에 한식을 접목한 식당 메뉴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재미까지 더해지니 말할 것도 없다.



숲속의 작은 집- 산속에서 혼자 살고 싶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요즘이야 차 박이니, 캠핑이니 핫하다 못해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숲속의 작은 집은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일상은 필요하지 않은 것들로 꽉꽉 차다 못해 넘쳐나고 있다. 스마트폰, 물, 음식, 소리, 문명 인간이 필요한 모든 것이 포화상태다. 가끔 이 모든 것들이 없어지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 있다. 자연의 소리를 듣고, 최소한의 물을 쓰며, 자급자족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상이라면 지루할까. 남이 대신 살아주는 미니멀리즘과 숲속의 생활들에 대리만족을 느끼며 화면 밖에서 힐링을 했었던 조용한 프로그램이었다.



알쓸신잡-잡학 박사들의 쓸데 있는 이야기

"저 사람은 대체 머리에 뭐가 들었길래 이런 생각을 하지?"라는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일상에서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은데 저 사람들은 늘 생산적인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단 말이지.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말해주는 쓸데 있는 이야기로 뭉쳤다. 국내에 저런 곳이 있었구나 싶은 아름다운 여행지에 역사 이야기, 음식이야기, 문화 이야기가 제대로 깃들어있는 그야말로 쓸데 있는 지식이다. 지식은 대체로 따분한데 왜 이렇게 재미가 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보게 되고 시청이 끝나면 무언가 하나쯤 얻은 것 같은 기분은 덤이다.


"삼시 세끼"시리즈, 잔잔함이 주는 힐링


"하루 세 끼 밥해 먹는 데 뭐가 재밌어"라고 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건 재미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지쳐있었고 어딘가에서,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은 욕망을 가진다. 귀촌과 귀농의 꿈이 한창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을 때다. 알고 기획했는지는 모르지만 시골구석에서 자급자족 하루 세 끼 밥을 해먹는다는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상 가장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밥해 먹는 일, 산책하는 일, 이야기하는 일들이 별일이고 의미가 있는 일이며, 거기에 사람들의 꿈이 더해지니 절로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 끼 맛있게 차려지고 밥상 앞에 근사한 풍경이 펼쳐질 때 화면 밖의 나에게도 어떤 희망이 깃드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잔잔함 속에서 힐링이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스페인 하숙- 순례길에서의 한 끼, 그리고 인생 이야기


사람들은 사는 게 힘겨우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순례길에 들어선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민이 있어 걷고 또 걸을 것이다. 생각을 비워내고 마음을 정리하는 길 속에 집 밥이 주는 메시지는 삶의 응원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정성 들여 만든 밥, 그리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흐뭇하게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된다.


나영석 PD의 모든 프로그램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너무나 정확하고 디테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고민하지 않고 행동하는 힘을 가졌다. 모든 프로그램이 이토록 성공하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프로그램에는 트렌드가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