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들어가면
할 말이 그렇게나 많던 선배들은
오래 걸어온 길에서 할 말을 다 잊었는지
인생이라는 재판에서
함구라도 지시 받았는지
말 없이 술잔만 기울인다
그들의 흥분을 불러일으켰던 독한 소주가
이제는 그들을 잘 타이르고 달래는
순한 소주의 시대가 되었다
이제 할 말이 없나요,
우리 할 말 참 많았는데
할 말만 삼키고들 있네요
애는 잘 커요, 제수씨는 잘 지내니,
서로에게
서로가 아닌 사람들의
소식만 줄기차게 묻고
생의 궤도가
크게 이탈하지 않았음을 체크하고
서로의 맞은편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갈 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