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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기 Jun 11. 2020

여름 서막

사거리의 신호등이
막대 온도계의 극점처럼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다.
손은 열심히 부채질, 아니
요즘엔 휴대용 선풍기질.

아직은 배가 홀쭉한 모기가 
사냥감을 처음 만나 낯을 가린다.
한껏 더워진 날씨에
아스팔트도 속이 울렁거린다.

차가워진 보리차에 닿은 혀끝은
서늘한 금속성을 띄고,
온도의 갈피를 잡지 못한
유리컵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 맺어진다.

 깎은 풀색의 땀방울에선 여름의 냄새.
'여름' 'ㄹ'만큼이나 굽이굽이
돌고 돌아야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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