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목요일의 점심
순대국밥집
인부 아저씨 넷이 들어온다
스포츠 티셔츠를 입은 아저씨 둘
따라 들어오는 쿨토시를 한 아저씨 둘
모두 군복 바지에 목에는 타월을 둘렀다
땀을 닦으며
메뉴는 순대국으로 대동단결
식당 반찬은 늘 연합뉴스
티비에 대통령이 나온다
이쪽에 쿨토시 아저씨들이 뭐라고뭐라고 하는데,
맞은편 둘은 말없이 국물만 휘젓는다
티비에 목사가 나온다 이번엔
저쪽에 국밥만 뜨던 아저씨들이 이를 가는데,
쿨토시 아저씨는 세계 최고의 깍두기를 찾겠다는 듯
깍두기 그릇만 뒤적인다
아저씨의 대결을 곁눈으로 보는 나의
왼편에는 숟가락이
오른편에는 젓가락이 놓여있다
중요한 건 어떤 식기로 밥을 떠먹냐는 것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나는 충분히 지쳤고 허기져있다
아슬아슬 태풍이 비껴가는 국밥집
티비는 태연하고 식당은 고요하고
아저씨는 끓어오르는데,
순대국만 차갑게 식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