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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행복할 것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도 한다.

by 문작가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 전승환


최근 알게 된 책에서 한 문장을 꼽아보려고 한다.


대학생 시절 나를 잘 챙겨주셨던 선배님의 졸업식을 여러 사정으로 가지 못했다. 축하 메시지를 보낼 법도 한데 이것마저도 못 보냈다. 미안한 마음에 저녁을 사드리려고 연락을 드렸다. 졸업식이라면 꽃을 사들고 가는 건데 저녁 자리에 꽃을 들고 가자니 괜히 분위기가 이상해질까 봐 다른 선물을 고민하던 찰나에 책 선물을 생각하게 됐다. 나는 책 선물을 꽤 좋아한다. 내가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는 역할도 할 수 있으며 그런 역할이 아니더라도 책을 선물로 받았을 때 마음에 진정성이 더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 책이니 경제 책 등 지식을 쌓는 것을 선물하자니 가르치는 느낌이라 추상적인 메시지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들 위주로 살펴보다 이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나도 항상 생각했던 주제이기도 하고, 이 선배와 예전에 술자리를 가졌을 때도 이런 비슷한 주제로 대화를 몇 시간 했던 것이 생각나 딱 괜찮은 책이라 생각했었다. 나도 읽어보고 싶었지만, 도서관에 갈 시간이 부족해서 미루고 있던 찰나에 많은 책들을 진열하고 있는 카페에서 우연히 이 책을 다시 발견했다.


얼마 전 군자역에 위치한 책방 고즈넉이라는 카페를 방문했었다.

사실 책방 고즈넉이라는 카페를 알게 된 것도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 나는 아르바이트 어플을 수시로 바라보곤 한다. 그 어플에서는 보통 카페 직종만 찾아보곤 하는데 가끔 예쁜 카페를 발견해서 나의 애착 카페가 되기도 한다. 그중 이 카페가 있었고, 평소 책과 카페를 좋아하는 나에게 안성맞춤의 공간이었다. 마침 군자역 쪽에 갈 일이 있어 뜨는 시간을 이용해 3시간 정도 카페에 있었다. 내가 앉은자리 바로 옆에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라는 책이 있어 반가웠다. 도서관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카페라는 공간에서 내가 읽고 싶어 했던 책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중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을 여행이라고 표현한 문장이 감탄을 일으켰다. 잠시 메모했던 책의 내용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내 시간이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갉아 먹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거대한 세상을 이해하고, 여행하는 것이 좋다. 여행이 어렵다면, 예술이나 취미에 빠져보자.


여행이라는 것을 실제로 몸을 움직여 환경을 바꾸는 의미로도 표현하면서 거대한 세상을 이해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사실 여행하는 것이 쉽지 많은 않다. 다양한 SNS매체에서 여행의 붐이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여행이 몸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사실 SNS를 보고 여행을 가야겠다는 마음 가짐에 도움을 받았던 것도 있다. 제대로 된 여행을 가본 사람이 없다면 나에게 여행이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른다. 그런 붐이 일어났을 때 남들 따라서 일본을 갔었고, 1년 전에는 전 여자친구와 함께 호주의 퍼스라는 지역에 가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나의 친형이 살고 있는 프랑스 파리에 가기도 했다.


우주는 거대하고, 지구는 그중 보이지도 않는 정도의 행성일 뿐이며 우리는 그 행성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나도 모르는 힘이 생긴다. 뭐든 해도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그것을 체감하려면 몸을 움직여 떠나는 여행이 가장 빠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여행이 썩 맞지는 않는 것 같다. 관광을 좋아하지 않고, 파리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문화적 관광지는 어렵게만 다가왔다.


이 책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예술에 빠져보는 것이 다른 세상을 이해하는 것에 흥미를 붙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잘 그리지 못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쿠팡에서 저렴하게 산 공책과 나뒹구는 볼펜 한 자루로 핀터레스트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이나 사진을 골라 따라 그리기도 하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추상화를 휘적이기도 한다. 영상과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가끔은 밖에서 사진을 찍느라 체력이 바닥나기도 한다. 지금은 패션에 관심이 생겨 친구와 함께 옷을 만들기도 한다. 음악을 배우는 것도 좋아해서 플루트나 기타를 배워볼까 한다. 플루트는 어렸을 때 월 3만 원을 내면 배울 수 있는 곳에서 열심히 배웠던 기억이 있어 다시 시작한다면 빠르게 실력을 향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다.


나는 항상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평생 못 찾을 수도 있고 한 달에 한 번씩 좋아하는 것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좋아하는 것을 찾기 이전에 거대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우연히 나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했던 것 같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세상을 이해하는 것에 흥미가 붙는다면 거울을 봤을 때 우리가 불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백수의 시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거대한 세상에 흥미를 붙이는 기회의 시기라고도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스스로 가꾸어야 할 자신의 세계가 있다.
파리에서의 패션은 다양한 색을 사용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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