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도했다.
물건을 집으려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두루마리 휴지를 건드렸다.
휴지는 책상 끝을 맴돌더니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저거 풀리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휴지는 고이 접어둔 매트리스 모서리에 부딪혀 멈췄다.
신기하게도 단 한 겹도 풀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단단히 감겨 있었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 앞에서 조용히 멈춰선 모습이 어쩐지 안도감을 주었다.
풀리지 않을까, 멈추지 않고 더 멀리 굴러가버리진 않을까, 그렇게 걱정했던 마음은 고작 매트리스 모서리 하나에 부딪히며 사라졌다. 매트리스는 이 상황을 바꾸려 하지도, 뭔가를 해결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거기 있었고, 그 존재만으로 충분했다.
우리는 종종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한다.
무엇인가에 부딪히면 다치고, 상처받고, 다시는 이전처럼 나아갈 수 없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속도를 조절하는 대신, 충돌 자체를 피하려 든다.
마치 멈추는 것이 실패인 양, 계속 달리는 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부딪힘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계속해서 멈추지 못한 채 달려가는 상태에서는 속도가 붙고, 통제력을 잃고, 불안이 가득한 그 시간이 더 위태롭다. 충돌하지 않으면 그 속도는 계속 올라가고, 그렇게 과속 끝에 부딪히게 되면 처음부터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다칠 수도 있다.
그러니 어딘가에 부딪혔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은 그 충돌이 우리를 멈추게 하고, 방향을 다시 정하게 하며, 지나치게 달아오른 마음을 식혀주기도 한다.
그저 '멈춤'이 필요했을 뿐인데, 우리는 그것을 '실패'라고 착각했던 건 아닐까.
충분히 괜찮다. 우리는 안전 속도 내에서만 달려도, 천천히 숨을 고르며 걸어가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운전을 하다보면 느낄 수 있다. 아무리 과속을 해도 느리게 가던 차와 한 신호에서 만나 억울하기도 하다.
과속은 어디에서나 사고를 낳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소해 보이는 매트리스 모서리 하나가 두루마리를 멈춘 것처럼, 삶 속의 작은 일들이 우리를 지켜주기도 한다. 때로는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간 것들이, 우리를 상처로부터 구하고, 더 멀리 굴러가지 않게 해주는 마지막 방패가 되어준다. 부딪힘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속도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