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사춘기

by 문작가

가만히 바다를 보고 있기란 따분하고 춥다.


휘황찬란한 오션뷰 카페보다는, 1층에 자리할 수 있는 오션뷰 카페를 좋아한다.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면 선물이다.


따뜻한 히터 바람에 흔들리는 전등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한다.

5시 즈음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떠난다.

다소 소음이 있을 수밖에 없는 단체 손님들이 떠나기만 한다면 이 공간은 나의 사색공간으로 안성맞춤된다.



사색

바다가 잘 보이는 창문에 딱 붙어 있는 테이블에 앉아 괜히 과거 프랑스 여행에 가서 찍은 사진들을 보곤 한다.

놀리듯 내리는 비와 한겨울은 아니지만 괜히 추운 날씨에 떠났던 프랑스는 내 친형이 살고 있었다.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는 게 좋아서 가끔 눈을 카메라에 처박고 길을 걸었던 그 열정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마치 세상에 고립되어 내가 원하는 대로 조작하여 볼 수 있다는 것이 신비롭고, 아름답고, 반항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조작법도 익숙하지 않았던 나의 첫 카메라를 가지고 프랑스에 가 나의 시선을 담았었다. 지금 나의 사진들을 보면 Streetphotography라는 명칭으로 불릴 수 있을 것 같다. 풍경 사진은 그다지 취향이 아니다. 즉 자연을 담고, 넓은 현상을 담는 것은 나에게는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그때는 이렇다 할 취향이 없어 그냥 찍어댔지만 사진을 보면 풍경사진은 없었다. 사람이 나오거나, 무언가 암시하는 듯한 장면을 좋아한다. 본능적으로 움직였던 그때도 그렇고, 많은 사진들을 구경해 버린 지금의 나도 그렇다.


지금은 그 카메라를 처분하고 용도에 맞게 두 개의 카메라가 생겼다. 이후 비행기에서 2박 3일을 보낸 이탈리아 2박 3일을 다녀오기도 했다. 목적은 '나의 시선'이었다.


원래는 쳐다도 보지 않는 관광지를 나의 시선을 담겠다는 목표를 가졌더니 경계가 풀려 배를 타고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호수 근처를 갔었다. 날씨는 화를 내듯 비바람을 내려줬다.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 관광지에서 한참을 숙소로 못 돌아오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진들은 그때 많이 찍혔다. 우연히 사랑하는 장면, 커플의 귀여운 싸움의 장면, 샴페인 잔을 들고 포옹하며 마치 재회한 듯한 미소와 슬픈 표정으로 무언가 속삭이는 장면.



지금도 똑같이 전등은 따뜻한 히터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상쾌해지는 듯하여 가까운 강원도를 자주 찾는다. 지금은 너무 추워 바다를 보며 사색하기엔 쉽지 않다. 그래서 카페에서 5천 원으로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4만 1천 원으로 바다 바로 앞 숙소를 잡는다. 책을 고를 때에는 낭비하고, 여행하며, 사유하고 경험이 자산이 되는 흐름의 책들을 많이 읽곤 한다. 다만 몇 페이지 못 넘기고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한다.



나태한 여행과 사유는 독이라고 생각한다.


영감과 경험을 확장하는 행위는 없어서는 안 된다 생각하는 주의지만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사자성어인 과유불급을 내밀고 싶다.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시장언어를 끝까지 붙잡아야 한다.


누구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왜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나 했다.

"어떻게 살아야 되지"

너무 뻔하고 많이 들어온 고민들이다. 이런 고민으로 잠을 설치고, 인터넷으로 무엇이 됐든 계속해서 찾아보기도 한다. 머리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하나의 문제가 채 해결되지도 않았을 때 꼬리를 무는 여러 가지의 문제가 그 문제들을 덮고 마치 복리처럼 이 고민들은 부풀어 올라 머리를 터지게 할지도 모른다. 그럴 때에는 줄이 없는 노트에 마음에 드는 볼펜으로 지금의 생각을 적는다. 줄이 없는 노트인 이유는 나의 글씨 크기, 도형 등을 제한하는 줄은 생각 또한 제한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종이에 적어야 한다. 타이핑은 손으로 적는 것보다 빠르기 때문에 쓰면서 뇌가 정리할 시간이 없다.

고민하는 게 무엇이고 이 고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 이유가 왜 생겼는지, 그 이유는 왜 필요한지...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이렇게 매우 솔직하게 적다 보면 생각이 매우 효율적이게 된다. 집중해야 할 것이 추려지고,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면 나의 머리는 맑아진다. 심각했던 첫 번째 문제는 사실문제가 안되기도 한다. 그러다 요즘엔 한 가지를 추가했다. Chat Gpt는 이 생각들을 조금 더 구체화해 준다. 하지만 노트에 적은 나의 것들이 엄청나게 솔직하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돈이면 돈, 행복이면 행복, 경험이면 경험처럼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연습부터 해야 되더라.



파도는 작고 요란하게 지글거리며, 하늘은 푸른색과 약간의 녹색빛이 돌며, 붉은 끼가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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