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쓴 일기
일은 안 되고
시만 생각나는
날이 있다.
자리에 앉아서
바람 부는 바깥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
‘내가 시인이었다면
정말 행복했을까?’
일은 안 되고
그런 생각만 자꾸 떠오르는
날이 있다.
그런 날,
새벽
빗소리에
문득
잠 깨어
오직 나만이 아는
시를
다섯 편이나 쓴
그런 날,
푸시킨이
보로지노*를 찾은
늦가을
어느
오후 같은… .
*보로지노: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머물면서 <예프게니 오네긴> 등 많은 작품을 쓴 시골 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