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를아는아이 Nov 08. 2020

실내화

나만의 인생 사전

실내화: 패션 테러리스트 아이템.


우연하게도 나는 지금까지 학창 시절에 실내화를 한 번도 신어 보지 못했다. 국민학교와 중학교 시절에는 아예 실내화라는 것이 있는 줄 몰랐고,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는 신발을 신는 공간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딱히 서운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학창 시절 학교에서 실내화를 즐겨 신는 ‘종족’(?)이 있었으니, 그건 선생님들이다. 정확히는 ‘딸따리’(‘나막신’의 경남 방언)로 불리는 다갈색 실내화다. 

실내화라고는 했지만 선생님들은 운동장으로 나올 때를 제외하고는 학교 안에서 이 획일적이고 무난한 다갈색 신발을 무척이나 애용했던 듯하다. 심지어 외부에 있던 화장실에 갈 때에도, 징검다리 같은 콘크리트 시설물을 이용해서 이 신발을 신고 다니고는 했다.

하지만 이 실내화가 가끔 선생님의 무지막지한 폭력 행사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다혈질 교사 중에는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하다가 화가 안 풀리면 이 실내화를 벗어서 뺨을 때리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평범한 학생들처럼 한때 선생님을 꿈꾸었던 내가 어느 순간 그 꿈에 매력을 잃은 것은 아마 그 실내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교실에서 목격한 그 폭력에 대한 기억도 있지만, 그 다갈색 실내화가 무엇보다 ‘패션 테러리스트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공개적인 장소에서 실내화를 신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