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쓴 일기
‘길을 찾는 동안은
방황하기 마련’*이라지만
중 3 때
가을 소풍 날은
방황의
절정이었다.
공부하기도
놀기도
싫은
대책 없는
사춘기였다.
도시락
들고
강 건너
앞 산
꼭대기에
올라
저 멀리
울긋불긋
단풍 같은
친구들
옷차림을
보던 순간,
오히려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
속에서
숨 쉬지 못하고
혼자서
바다를 만들고
혼자서
그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내 운명… .
1988년
어느 가을,
알밤의 속이
조금씩
차오르던
어느
맑은
가을날이었다.
*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