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한 순간
단 한 번도
승진한 적 없이
25년째
회사를 다니는
어느 늙은
무관의 제왕이 있다.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있어도 좋지만
없어도 괜찮은
인사 발령 때면
언제나
수줍어 투명 왕관 속으로
사라지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
상대적으로 행복한
당신들 곁에는
늘 살고 있다,
여기 무관의 노예들이
아,
이렇게!
2013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원고 공모에 당선되어 《시를 아는 아이》(우리교육, 2013)를 냈고, 최근에는 《안녕, 소년의 날들》(부크크, 2020)을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