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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를아는아이 Apr 21. 2021

도시의  폐허

포토 에세이

경의중앙선 백마역 2번 출구로 나와 본 적이 있는가?


황도십이궁도가 디자인된 벽면을 지나 밖으로 나오면 곧 허허벌판이 펼쳐진다.


왜 그기 하필 황도십이궁도가 있는지 10년째 아무도 모른다.


세상은 늘 그런 식이다.


단순하지만 또한 그 안에 모든 것을 품는 검푸른 바다처럼, 허허벌판이 정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만인 것은 아니다.


그 허허벌판 속에는,


우아한 목란꽃이 초여름 내내 서 있고,

쥐똥나무꽃 향기가 있고,

실개천의 여울이 있고,

갈대의 수런거림이 있고,

오리의 꽥꽥거림이 있고,

내 코앞으로 지나가던 수달(족제비?)이 있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별빛과 달빛이 있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바람 속으로 걸어가는, 한 사람의 숨결과 눈물이 어려 있다...


그 허허벌판에 새봄부터 새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10년 가까이 봄마다 들판에 가득하던 매화와 산수유, 느티나무와 수양버들이 하루아침에 처참한 페허가 되었다.


어쩌면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


세상은 늘 그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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