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영화 혹은 지나간 삶
그때그때 열성적으로 영화를 찾아서 보는 성향은 아니라서, 시간이 흐르고 나서 보면 놓친 영화가 참 많다.
얼마 전에(2020) 재개봉한 영화 <러브레터>(이와이 슌지/1995)도 그런 영화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개봉할 때(1999) 극장에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DVD로든 파일로든 한 번 본 기억이 있는 작품이기는 하다.
한 번 본 영화지만, 연인이 죽은 거대한 산을 먼발치에 두고 눈밭에서 여 주인공(히로코)이 “오겡끼데스까? 와다시와 오겡끼데스!(잘 지내세요? 저는 잘 지냅니다!)”라고 외치는 부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하지만 다시 본 영화는 어설픈 한 영화팬에게는 여러 가지로 새롭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한 명의 배우(나카야마 미호)가 1인 2역(히로코/이즈키)을 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영화 <클래식>에서 같은 방식으로 출연한 배우 손예진이 생각났다.)
그러나 새롭게 발견해서 좋은 것도 있었다.
설국 같은 오타루를 비롯해서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겨울 정취를 조금 더 찬찬히 살피며 느낄 수 있었고, 예전에 내가 힘겹게 읽은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프루스트)가 이즈키(여)로 하여금 뒤늦게 첫사랑을 깨닫게 하는 소재로 등장한다는 것도….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는 이 영화 속에서 또 다른 명대사를 만났다는 것이다.
“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하겠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이즈키(여)가 히로코에게 말하듯이 건네는 독백이다.
이 대사로 인해 비로소 이 영화가 연인을 잃은 히로코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뒤늦게 첫사랑의 발견과 상실을 한꺼번에 마주하는 이즈키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대사처럼, 어떤 진실은 이 세상 누구에게도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