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실리

나만의 인생 사전

by 시를아는아이

선유실리: 영원히 사라진 어떤 이름의 향기.


‘선유실리’는 내가 군대 시절을 보낸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부근의, 지금은 사라진 한 마을의 이름이다.

이 아름다운 지명을 처음 들은 것은 아마도 혹한기 야간 행군을 하면서 그 부근을 지나면서였던 듯하다. 정확한 이름이나 유래는 모르지만, ‘선녀가 노니는 이상향’ 정도의 뜻으로 나름대로 풀어서 생각해 왔다.

무릉도원에서 복사꽃 떨어진 물이 흘러나오듯이, 선유실리 계곡에서 시작된 물은, 물푸레나무가 무성한 부대 막사 옆을 지나 들판과 마을을 돌고 돌아서, 마침내 연어가 돌아온다는 저 멀리 북천을 거쳐 동해바다로 흘러든다고 상상하고는 했다….

한겨울 밤에는 선유실리 너머 진부령 알프스 스키장의 불빛이 아련한 오로라처럼 하늘에 번져 있고는 했다. 그 스키장도 10여 년 전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선유실리가 거기 있었을까? 그저 그 아름다운 이름이 오랜 세월 내 안에 키운 환상은 아니었을까? 오직 나만이 아는 어떤 진실처럼….